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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대로 먹었을 뿐인데, 냉동식품 여왕이 달라졌어요"

[먹거리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②] 전여농 식량주권 사업단 언니네텃밭 이용기

등록|2014.08.09 19:19 수정|2014.08.09 19:19
먹거리가 불안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방사능 오염 위험을 안고 있는 후쿠시마 발 수산물에 이어 최근에는 정부의 쌀시장 전면 개방 정책으로 GMO쌀 위험에 대한 논란까지 일고 있는데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식량자권 사업단 언니네텃밭과 함께 안전한 먹거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담아봅니다. [편집자말]
먹거리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7월 18일 일방적으로 쌀 개방을 선언했습니다. 세계적 식량 위기에 우리 밥상 위의 안부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농민들은 쌀 개방 소식에 애지중지 키워 온 논으로 들어가 위태로운 한국 농업의 현실을 개탄하며 논을 갈아엎었습니다. 쌀 개방은 농민에게 더 이상 농사 짓지 마라, 쌀 농사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렇게 키워온 쌀이 사라진다면? 쌀을 생산할 수 없다면?

쌀 개방 문제는 일면 농민의 문제로만 여겨집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멀고 먼 사람들처럼 이야기합니다. 마치 먹거리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그 농산물을 사서 먹는 사람들이 따로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농민들도 생산자이자 소비자입니다.

언니네텃밭은요...
언니네텃밭은 제철 텃밭 농사로 자급적이고 친환경적인 농사로 변화, 생산자와 소비자가 관계맺는 유통으로 변화, 식탁의 변화를 위해 제철꾸러미사업, 언니네장터 사업을 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입니다.
밥상 위에 올라오는 작물을 모두 생산하는 농민들은 없습니다. 없는 건 모두 시장에 나가 사서 먹습니다. 소비자들은 어떨까요? 소비자는 자신이 먹는 농산물이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산한 것인지 관심을 기울이며 삽니다. 농업의 시작과 끝을 함께 책임지고 만들어나가는 공동생산자이자 농업지킴이입니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벽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말입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아래 전여농) 식량주권 사업단 언니네텃밭은 소비자를 우리 농업을 완성시켜주는, 농민과 함께 걸어 나가야 할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7월 말 더운 오후, 전여농 사무실이 위치한 사당 인근의 찻집에서 언니네텃밭 꾸러미를 받고 있는 이혜경 회원을 만났습니다.

할머니들이 보낸 꾸러미, 제일 먼저 반기는 사람은?

▲ 전에는 콩나물과 시금치 외에는 다듬어 본 적이 없었는데, 꾸러미를 받고 생활이 달라졌다는 이혜경씨. ⓒ 윤정원

- 언니네텃밭 제철 꾸러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올해 초 텔레비전에서 언니네텃밭이 나오는 것을 보고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직장 생활하면서 꾸러미를 한다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다행히 1년 정도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얼른 시작했어요.

몇 년 전부터 환경운동연합 소식지를 통해 언니네텃밭 제철꾸러미를 알고는 있었어요. 다만 매달 회비를 10만 원 또는 5만 원 내는 게 부담스러워서 망설이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직장생활도 20년이 되고, 초등학교 5학년 2학년 아이들이 아토피도 있고 해서 먹을 거리를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 꾸러미를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운 건 뭐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요리를 해서 먹어야 한다는 게 가장 어렵고, 걱정스런 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언니네텃밭 모임에서 꾸러미를 통해 받는 나물이나 채소를 요리해서 먹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해서 3월과 5월에 참석했어요. 3월에는 열무와 채소 겉절이를 배웠어요. 5월에는 샐러드 소스 만드는 것을 배웠는데, 나물을 어떻게 요리할지 배우니까 자신감도 생기고 점점 요리가 즐거워지고 있어요.

전에는 콩나물과 시금치 외에는 다듬어 본 적이 없었는데, 요즘에는 꾸러미에서 오는 채소로 샐러드와 비빔밥도 해먹고, 베란다 텃밭에서 키운 상추와 쌈채소로 샐러드를 만들어서 친구들과 같이 먹기도 했어요. 아이들과 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같이 먹는 것도 그렇고, 전에 먹지 않던 다양한 채소를 먹게 되었다는 건 놀라운 변화예요. 고기를 먹을 때도 쌈을 많이 싸서 먹게 되는 것 같아요."

- 먹는 것이 바뀌는 것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우선 아이들이 꾸러미에 뭐가 오는지 궁금해 하고, 잘 먹어요. 큰 애는 수요일이면 '할머니들이 뭘 보냈어요?' 하고 궁금해하고, 새로운 채소들도 맛있다고 하면서 먹기 시작했어요. 직장생활을 20년간 하면서 아직도 요리 실력은 새댁 수준이었는데, 꾸러미에서 받은 농산물로 새로운 요리를 하니까 남편도 새롭다고 하네요."

"주는 대로 먹었을 뿐인데, 레토르식품 여왕이 달라졌어요"

▲ 꾸러미에 뭐가 오는지 제일 궁금해 하는 사람은 바로 아이들. 새로운 채소들도 맛있다고 하면서 먹기 시작했다고. ⓒ 윤정원


- 꾸러미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레토르식품의 여왕이었어요. 즉석조리식품, 냉동식품으로 살았죠. 그런데 꾸러미를 받으면서 달려졌죠. 제철에 나는 채소를 주는 대로(?) 먹어야 하니까요. 이렇게 하면서 애들이 한 입이라도 먹게 되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꾸러미에서 보내주는 것은 어떻게든 먹으려고 하는데 제철 채소라서 그런지 향도 좋고, 맛도 다른 것 같아요. 익숙하지 않은 채소라서 평소에 사지 않던 것도 꾸러미에서 보내주면 먹어 보고 시장에 가서 또 사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하면서 요리가 즐거워지는 것도 새로운 재미인 것 같아요."

- 꾸러미를 통해 받고 싶은 게 있나요?
"직접 키운 옥수수로 만든 옥수수차를 보내주셨는데 저희집은 물을 끓여먹고 있어서 아주 잘 먹었어요. 보리차나 둥글레차도 있으면 구하고 싶어요. 건새우같은 해산물도 있으면 다양하게 요리를 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

- 금소공동체는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에 있어요. 9월쯤에 사과따기 체험을 하는데, 안동포 박물관도 있어서 볼거리도 많은 마을이에요. 삼베짜는 체험도 할 수 있고요. 공동체에 한 번 가서 언니들을 직접 만나보시는 건 어떤가요?
"아이들과 같이 가보고 싶네요. 사과 따기도 재미있을 것 같고, 삼베짜는 것도 신기하네요. 서울이 고향인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도 미래의 꾸러미 회원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 꾸러미를 보내주는 언니들에게도 한마디 해주세요.
"너무 감사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통해서 저희 가족 건강도 챙길 수 있어서 좋아요. 힘들게 일하는데, 즐겁게 하신다 하니 고맙습니다. 고생하신 것 헛되지 않게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사과따기 체험할 때 갈게요."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언니네텃밭 사무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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