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대표님, 지금이라도 합의 철회해주십시오
[편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서 참담합니다
▲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7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세월호 특별법 처리 등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원내대표 정례회동을 갖고 세월호 특별법 단일안 마련에 합의했다. 여야는 오는 13일 본회의를 열고 세월호 특별법과 주요 민생법안을 처리하는데 합의했다. ⓒ 남소연
박영선 원내대표님,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님.
국회와 광화문에서 죽음을 각오한 세월호 유가족의 절규가 들리지 않습니까? 국가에게 버림받고 정부와 여당에게 외면당한 유가족들의 상처받은 손을 끝까지 붙잡고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 당, 새정치민주연합이 해야 할 첫 번째 일 아닙니까?
세월호 특별법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바다의 이슬로 사라져간 우리 아이들의 원혼을 달래는 일이기도 하지만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한 국민의 염원이기도 합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녕을 왜 지키지 않고 있는지 그 원인을 밝히고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국민적 염원을 어떻게 이렇게 짓밟을 수 있습니까?
수사권과 기소권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열쇠입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진실을 밝힐 수 없다는 것이고 이것을 합의해준 것은 진실을 덮는 것을 방임하는 것입니다.
민심 배신하는 합의, 국민들은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나요
우리 당이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와 7.30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가장 큰 원인이 바로 민심을 외면하고 우리의 역할에 대한 정치적 배임에서 왔던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패권적 계파정치를 청산하고 중산층과 서민의 당으로 일대 혁신해야 할 이때에 민심을 배신하는 이런 합의를 하신다면 우리 당은 어디로 가야합니까? 우리 국민들은 누구에게 하소연할 것입니까?
새누리당은 애초부터 진상조사위원회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를 결사 반대해왔습니다. 새누리당이 지금 원하는 것은 의혹이 생기면 더 큰 의혹으로 덮어버리는 의혹정권의 민낯을 가리기 위한 정치적 탈출구입니다. 그 탈출구가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 반대, 그리고 상설특검입니다. 특검 임명권은 대통령이 가집니다. 의혹의 당사자, 세월호 참사의 최고 책임자가 임명하는 특검을 누가 믿겠습니까?
어제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새누리당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이 지경에 이른 책임이 새누리당에 있는 것 아닙니까? 그 책임을 묻자고 하는데, 그들이 임명하는 특별검사에게 맡기자고 하면 국민들이 납득할까요? 백보 양보해서 합의안을 받아들이고 이후 협상에 들어간다면 새누리당이 진실을 밝히는 데 협조할까요?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이 국제뉴스로 대서특필되고 있고, 전 세계 주요 뉴스가 앞다투어 한국정부의 무능을 질책하고 있는 지금, 어떻게 우리 당의 대표께서 이런 합의를 할 수가 있단 말입니까?
진실 밝히겠다는 약속, 정치적 퍼포먼스였습니까?
▲ 야윈 얼굴의 유민아빠, 청와대 1인 시위세월호특별유가족특별법제정을 촉구 단식 26일째인 단원고 희생자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8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옆에서 유가족 요구 내용이 수용 되지 않은 채 여야간 세월호 특별법 합의가 이루어 진 것에 대한 항의 1인 시위를 마치고 단식 농성장으로 돌아가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원회 분들의 뜻을 잊지 않고 반드시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결의로 위원장님께서는 수차례 국민들께 믿어달라고 말씀드려왔습니다. 유가족분들과 도보행진을 하며 '진실'을 밝히겠노라고 약속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야합을 위한 정치적 퍼포먼스에 불과했던 것입니까? 국민공감혁신위원회라는 비대위 명칭이 무색하기만 합니다.
박영선 원내대표님. 대표님은 우리 당 의원을 대표하는 분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엄청난 합의를 하시면서 의원들과 사전에 한마디 의논도 하지 않으셨습니까? 상황이 어려우셨다면 중간에라도 의원들과 토론했어야 했습니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님. 이런 엄청난 합의를 하면서 왜 유가족과 사전에 토론하지 않으셨습니까? 세월호 참사가 국가의 배임으로 인한 살인행위였기에 온 국민이 분노하는 것입니다. 만약 물과 소금마저 끊은 유가족분의 생명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국민이 느끼는 국가에 대한 배신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할 것입니다.
박영선 원내대표님. 지금이라도 양당원내대표 합의를 철회해주십시오. 그리고 국민과 함께,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국가를 바로세우겠다는 새정치민주연합과 함께 묵묵히 싸워주십시오. 저도 최선을 다해서 함께 하겠습니다. 우리 당원들과 국민의 요구는 명확합니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부여받은 특별위원회 또는 그에 버금가는 독립적인 방식으로 특별검사가 임명되는 것입니다.
박영선 원내대표님.
국민과 당원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주십시오.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국민들에게 희망을 보여주는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어주십시오.
2014.8.8.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안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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