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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웃고 장난쳤는데... 물이 다 쓸고 갔다"

[생존자 최승필의 증언]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지만, 그도 아프다

등록|2014.08.11 10:31 수정|2014.08.11 10:31

최승필(48)씨는 세월호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 중 하나다. 특히 그는 배가 처음 기울었을 때 좌현 갑판 난간까지 밀려났고, 이때 한 명이 바다에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최씨는 7월 23일 세월호 선원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다친 부분은) 다 회복됐지만 정신적으로는…"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4월 16일 그는 세월호 3층 로비 소파에 앉아서 휴대폰 충전을, 부인은 숙소(B-1) 침대에 누워 독서를 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배가 '쾅쾅' 소리를 내며 한쪽으로 기울었다. 최씨는 좌현 갑판 쪽으로 떠밀려나가며 갈비뼈를 다쳤다. 그는 난간을 잡고 간신히 안내데스크 쪽으로 이동했다. 승무원에게 "사람이 떨어졌으니까 보트에 내려줘라"고 몇 번 얘기한 뒤 최씨는 숙소 쪽으로 기어갔다.

부인은 구명조끼를 입고 최씨 것까지 챙긴 채 복도에서 최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일단 안내 방송에 따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가만히 있었다. 지인들에게 카카오톡을 보내 사고 소식을 알리고 사진을 찍는 동안 40분 정도 시간이 흘렀다. 최씨는 "그런데 좌현 쪽 창문을 보니까 물이 들어오고, (상황이) 너무 심한 것 같았다"며 "승무원들이 편의점 문을 잠가둬서 그 문을 밟고 벽을 타고 중앙 통로 계단 쪽으로 갔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부인을 무등 태워 올려 보낸 뒤 자신도 4층으로 올라갔다. 최씨는 "이때 거의 암벽타기 하듯 올라갔다"며 "굉장히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중앙 계단에선 우현 쪽 복도가 보였다. 최씨와 부인은 B-16번 방 주변에 단원고 학생 100여명이 모여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구명조끼 입는 애들이 있었고, 안 입은 애들도 꽤 많았다. 그리고 애들은 물을 못 본 상태라…."

최씨는 울먹였다.

"…장난치고, 떠들고 있었다. 그래서 '여기 아저씨 있는 쪽으로 건너와라' 했는데, 한 학생이 '자기가 건너가면 계단이 무너질 것 같다'며 웃고 장난쳤다…."

재판장은 잠시 진술을 멈추고 "괜찮으시냐, 물 한 잔 드시고 1분만 쉬십시오"라며 최씨를 안정시켰다.

최씨는 다시 증언을 이어나갔다. 그는 부인과 학생 1명, 어른 1명과 함께 계단에서 계속 대기하고 있었다. 3층부터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순식간에 물이 차올랐다. 최씨는 구명조끼를 입은 덕분에 몸이 떠올라 구조됐다.

"학생들은… 안쪽으로 물이 다 쓸고 들어갔다."

최씨가 머뭇거리며 이 말을 꺼내자 방청석 곳곳에선 단원고 유족들의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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