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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치라 자장가도 못 불러주던 엄마, 기억나요?

[인터뷰] '음치클리닉' '위험한 상견례' 통해 신스틸러라 불리게 된 배우 김선영

등록|2014.08.12 11:31 수정|2014.08.12 11:31

▲ 배우 김선영이 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영화 <음치클리닉>에서 주연배우인 박하선과 윤상현뿐만 아니라 독특한 억양의 전라도 사투리와 어눌한 매력으로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한 배우 김선영(38)의 얼굴을 기억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김선영은 <음치클리닉>에서 박하선이 연기한 동주와 동갑인 음치클리닉 수강생 이형자 역으로 송새벽과 부부 호흡을 맞췄다. 음치 때문에 아이들에게 자장가도 못 불러주고 남편의 폭력에도 맞기만 하는 소심한 주부로 영화 속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소화해냈다.

김선영은 <위험한 상견례>에서도 카메오로 출연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극 중에서 박철민이 부산에서 해태껌을 달라고 하자, "해태껌 없다"며 롯데껌을 파는 슈퍼집 아줌마로 등장해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이밖에도 <또하나의 약속><몬스터> 등에서 강렬한 연기력을 보였던 그녀가 이제 드라마에도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바로 최근 종영한 MBC 주말특별기획 <호텔킹>에 출연한 것.

김선영"연극이랑 드라마는 큰 차이가 있더라고요. 연기는 모두 진정성 있게 접근해야하지만, 드라마는 순간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해요. 처음에는 되게 얼떨떨했는데, 많이 배웠어요." ⓒ 이정민


"<호텔킹>의 캐스팅 디렉터에게 전화가 왔어요. <음치클리닉>을 좋게 보시고 드라마 출연 제의를 하시더라고요. 감사했죠. 드라마 아무나 하는 거 아니잖아요.(웃음) 저는 1, 2회 잠깐 나오고 마는 줄 알았는데, 나름 고정 역할이었어요. 극 중에서 박철민 선배랑 주거니 받거니 하는 하우스 키퍼로 출연했죠.

초반에는 출연 장면이 좀 있었는데 나중에는 한 두신 정도 나오긴 했지만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연극이랑 드라마는 큰 차이가 있더라고요. 연기는 모두 진정성 있게 접근해야하지만, 드라마는 순간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해요. 처음에는 되게 얼떨떨했는데, 많이 배웠어요."

김선영은 드라마 <호텔킹>의 촬영을 하면서 tvN 금요드라마 <꽃할배 수사대>에도 캐스팅돼 비슷한 시기에 촬영을 함께 진행했다.

"<꽃할배 수사대>는 <위험한 상견례><음치클리닉> 김진영 감독님이 연출을 맡았어요. 감독님이 또 불러주셨죠. 이순재 선생님 엄마 역할로 출연했어요. 12부작이었는데, 선생님이랑 저랑 원래 알고 있었거든요. 제가 29살 때 연극할 때부터 선생님이 제 연극을 보러 오셔서 같이 맥주도 마셨어요. 다시 만나니까 정말 반갑고 좋았죠. 장광 선생님도 <음치클리닉>에서 같이 했던 분인데 또 봐서 너무 좋았어요."

"배우의 일, 누군가가 되어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 

김선영"배우라는 것, 연기를 한다는 것은 희희낙락하는 게 아니라 아픈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깨달았어요. 그 인물이 돼 누군가의 아픔과 어려움을 느낄 수 있고, 그에 대한 연민과 더불어 응원과 위로까지 해야 하는 게 배우인 것 같아요." ⓒ 이정민


그런가 하면, 황정민과 김윤진 주연의 영화 <국제시장>(윤제균 감독)에도 출연해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극 중에서 김윤진과 시장에서 싸우는 인물로 출연한 김선영은 "진짜 연기 잘 하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김윤진씨와 한 장면이라도 촬영하게 돼서 좋았다"며 "황정민, 김윤진은 두 말하면 잔소리인 훌륭한 배우들이 아닌가"라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김선영이 <국제시장>에 캐스팅될 수 있었던 것은 <또 하나의 약속>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최영환 촬영감독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타짜> <전우치> <도둑들> <베를린> 등의 촬영을 맡았던 최 감독이 <국제시장>의 제작사인 JK필름에 김선영을 언급했던 것.

"태어나서 가장 기분 좋았던 칭찬이 바로 최영환 촬영 감독님의 칭찬이었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가 류승범씨거든요. 근데 (류승범씨가 출연한) <베를린>을 찍자마자 <또 하나의 약속>을 촬영하러 오신 최 감독님이 (저에게) '연기를 정말 잘 하시네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짱! 그때 새벽 4시에 자는 남편을 전화로 깨워서 이 이야기를 했어요. 정말 기분 좋았죠.

그 자리에서 바로 하나님한테 기도를 했어요. '최 감독님이랑 또 다시 작품 하게 해주세요!'라고. 그런데 <국제시장>에 저를 추천해주셨더라고요. 세상에, 저는 그 분이랑 개인적으로 통화 한 번 한 적도 없고, 따로 뵌 적도 없는데 잘 봐주시다니 정말 감사했죠."

▲ 배우 김선영이 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이렇게 영화계에서는 조연과 단역으로 출연해 얼굴을 알리고 있지만, 김선영은 연극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실력파 배우다. 연극 <뷰티퀸> <연극열전3: 경남창녕군길곡면> <전명출 평전> 등에 출연한 그는 인물과 하나가 된 듯한 안정된 연기력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아 왔다.

"'왜 나를 배우로 세우셨을까'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배우라는 것, 연기를 한다는 것은 희희낙락하는 게 아니라 아픈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깨달았어요. 그 인물이 돼 누군가의 아픔과 어려움을 느낄 수 있고, 그에 대한 연민과 더불어 응원과 위로까지 해야 하는 게 배우인 것 같아요.

앞으로 더욱 성숙해져서 세상의 더 많은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배우이고 싶어요. 그게 제 사명인 것 같습니다. 연기를 기술적으로 잘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맡은 역할에 대한 진지함과 진정성, 그것을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진짜 연민을 갖고 위로하는 그 마음이 인물을 통해서 나왔을 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텔킹> <꽃할배 수사대> 등을 통해 다수의 연출자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김선영. 그래도 고향인 연극무대에서의 공연은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 오는 10월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용준씨는 파라오다>로, 12월에는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연극 <괴물>로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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