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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개방'을 이겨내는 방법, 답은 있습니다

[주장] 농정당국, 민관 상생 협의채널부터 개설해야

등록|2014.08.12 19:59 수정|2014.08.12 19:59

▲ 경남농민연대(준)이 7월 21일 오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졸속적이고, 독단적인 쌀관세화개방 선언 철회 촉구 대표자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하원오 전농 부경연맹 의장과 김치구 한국경영인경남도연합회 회장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윤성효


정부가 서둘러 쌀 개방을 선언했다. 9월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쌀 과세율을 통보해야한다는 것이다. 거짓말이다. 무엇보다 선언의 방식 자체도 무효다. 법적으로 무의미하다. 우선 농민이 동의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과 합의해야 한다. 국회에서 양곡관리법도 개정해야한다. 

농민은 우리 정부의 태도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대한민국이 과연 자주독립국이 맞는가 의심하고 있다. 초국적 농식품 복합체에 휘둘리는 '신식민지'는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

전농, 전여농 등 농민단체는 쌀 개방 절대 불가, 전면전 불사 방침이다. "UR 농업협상의 후속협상인 도하개발아젠다(DDA)가 타결될 때까지는 관세화 유예가 가능하다"며, "의무수입물량도 추가로 늘리지 않는 '현상 유지(Stand Still)'도 가능하다"는 견해다.

정부에 이어 학계도 관세화 개방론 편에 서 있다. 쌀 수입관세률을 높이면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결과에 따르면 관세는 얼마든지 유동적이고 가변적일 수있다는 점이다.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면 쌀을 특별품목으로 분류해 관세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지만, 선진국이 되면 관세를 더 내리고 의무수입물량도 더 배정해야 한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제안한다고 수용, 채택되는 게 아닌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개방론자들은 "쌀 시장이 개방된다 해도 고관세 장벽으로 막을 수 있으니, 민간이 고관세를 부담하면서 쌀을 수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농민들을 계속 설득, 또는 기만하고 있다.

농민단체의 입장은 초지일관 단호하다. "쌀 관세화 유예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2015년부터 쌀 의무수입량(40만여톤) 또한 2014년 수준으로 묶어 놓자"는 개방 절대불가 원칙에서 흔들리지 않고있다.

심지어 관세화로 전환될 경우 한미FTA, 한중FTA 등과 연계돼 관세장벽 자체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위험도 크다고 경고한다. FTA협상을 근거로 미국이나 중국이 관세인하를 얼마든지 요구하고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또 국제시장 변동에 따라 국내 쌀시장의 불안정성이 가중되면서 국내 쌀 농업이 급속히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렇게 정부나 농민단체나 추호의 교감이나 접점이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둘 다 쌀 관세화와 개방 결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자 상황이라는 점에는 동의를 하는 듯하다.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설사 유예 상태가 연장된다 해도 의무수입물량은 계속 늘어나 오히려 더 부담스런 상황이 될 수 있다. 반면 농민의 주장에 의하면, 쌀 관세화를 통한 방어장치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위험도 얼마든지 상존한다, 어떻게 결정되든 1차 피해자는 농민이다. 그리고 모든 국민이 2차 피해자가 될 것이다.

그래서 농민을 보호할 책임과 힘이 있는 농정당국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당장 농민단체와 '민관 상생 협의채널'부터 개설해야 한다. 허심탄회하게 농민의 소리를 경청하고 농민을 대표하는 농민단체 등과 진지하게 협상에 임해야 한다. 정부의 입장이 아닌 농민의 입장, 국민의 입장에 서서. 쌀 관세화 개방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슬기롭고 지혜로운 공생과 상생의 대안을 도출, 합의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농민들의 생존권과 국민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하는 범국민적 식량주권 보장기구도 구성, 운영할 필요가 있다. 쌀은 농민에게 생명이고 국민에게 주권이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하지만 시간은 있다.

답은 있다. 농민은 국민의 생명을, 국민은 농민의 생활을 서로 돌보는 '국민농업', 농업을 국가기간산업 대접하는, 농민에게 국가에서 월급을 주는 '공익농업', 마을과 지역공동체 단위로 자조·자립경영하는 '지역농업'이 그것이다.
덧붙이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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