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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통에 딸 이름 거꾸로 써붙여 놓았더니...

집 전세 안 나가면 이렇게 해보세요

등록|2014.08.13 13:46 수정|2014.08.13 13:46

▲ 보일러 통에 거꾸로 붙여진 딸 이름 ⓒ 이경모


우리가 살면서 반신반의 하며, 시쳇말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그냥 해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것이 신기하게도 믿기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오늘 내가 그랬다.

한 달 전. 딸이 아파트 매입 대금의 70%를 대출 받아 조그만 아파트를 무리해서 샀다. 딸은 외항선에서 2등 항해사로 근무하고 있다. 시중 은행 금리가 낮아서 재테크 개념으로 아파트를 산 것도 있지만, 조금씩 은행 대출을 갚아나가면 내 집이 된다는 뿌듯함도 있고 망망대해 한정된 공간에서 근무하며 내 집 마련에 대한 즐거움도 있을 것 같아서였다.

"딸 네 이름으로 된 등기다. 한 번 보렴."
"아빠 은행에 대출만 갚으면 내 집이지?"

문자로 주고받은 내용이지만 문자에 무척 좋아하는 것이 묻어있다. 그런데 그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리모델링을 해서 집을 세놓았는데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고스란히 한 달 이자를 은행에 냈다.

"사장님 우리 집 2층이 세가 나가지 않아 아는 언니가 방법을 가르쳐 줘서 그렇게 해봤어요. 그랬더니 그 다음 날 제가 찾고 있는 분이 나타나 계약을 했어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에이 그게 말이나 돼. 그것은 미신도 아니다."

부동산중개사무실에 집을 내 놓고 보름이 지났을 무렵 매장 매니저가 한 말이다. 처음에는 그 말을 듣고 웃어 넘겼지만 한 달이 지나도 세입자가 없어 그렇게 한번 해보기로 했다.

방법인즉 이렇다. 집 주인의 이름을 종이에 적어 보일러 통에 거꾸로 붙여 놓으라는 것이다. 노트를 한 장 찢어 딸 이름을 써 보일러 점검자 이름이 쓰여 있는 스티커로 붙여놨다.
정성을 기울여 써 붙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결과는 내 귀를 의심하게 했다.

오늘 오후 3시30분경에 붙여 놨는데 오후 5시30분에 중개사무실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

"집 계약 하시자는 분이 계십니다. 멀리 계시지 않으면 따님 신분증과 도장 그리고 아버님 도장과 신분증을 가지고 오후 6시까지 사무실로 오세요."

보일러 통에 종이를 붙인지 2시간 30분 만에 계약을 했다. 한 달 내내 전화 한 통 없던 집이었는데 말이다.

"딸! 기쁜 뉴스. 네 집 세입자와 계약한 계약서다."
"아빠도 걱정 많이 하셨죠? 저도 기분 좋은 소식입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한국에 가서 뵐게요. 아빠 사랑합니다."

일 년을 넘게 배를 탔지만 먼 바다에서 태풍을 만나면 아직도 멀미를 한다는 딸. '아빠 사랑합니다.'라는 문자에 눈시울이 크렁하게 젖는다. 정말 힘들게 번 돈이어서 딸에게 행운을 준 것 일게다. 한국을 향해 오고 있는 딸이 오늘따라 더 많이 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월간 첨단정보라인 9월호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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