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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거기술자? 그러니까 지는 거다"

[인터뷰①] '선거불패'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

등록|2014.08.14 08:01 수정|2014.08.14 12:09

▲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자신을 향해 '선거기술자'라고 하는 평에 대해 "조동원이란 '선거기술자'가 해서 승리했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다. 나 때문에 졌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선거 때만 들락날락한다는 얘기 듣는 것도 싫었다. 나보고 선거기술자라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니깐 지는 것 아니냐. 조동원이란 '선거기술자'가 있어서 승리했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거다. 나 때문에 졌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조동원(57) 전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은 자신을 향해 '선거기술자'라고 하는 평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식적인 인터뷰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쏟아진 말이었다. 자신이 민심을 읽으려고 노력한 것을 '기술'로 폄하한 것에 대한 불편함도 읽혔다. 하지만 그런 평가가 나올 만큼 조 전 본부장의 역할은 컸다. 새누리당은 지난 2012년 총선 직전 그를 영입한 이래, 단 한 번도 선거에서 패하지 않았다. 그의 아이디어는 매순간 화제가 됐다.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당의 색깔을 붉게 물들였다. 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 후폭풍에 직면한 6·4 지방선거 땐 당내 의원들에게 1인 피켓 시위를 벌이게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천파동으로 허덕일 땐, 의원들에게 반바지를 입히고 카우보이모자를 씌웠다. 일부 야권 지지자들은 이른바, '혁신 작렬'로 유명세를 탄 새누리당의 반바지 유세에 "여당도 저렇게 하는데 야당은 뭐하나"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비판이 없었던 건 아니다. 7·30 재보궐선거 당시 그의 홍보전략을 두고 '쇼'라는 혹평이 줄이었다. 그러나 조 전 본부장은 12일 여의도 인근 커피숍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쇼라고 비판하는 것도 기분 좋았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짧은 선거기간 동안 (혁신을 하려는 당의 자세를) 보여줄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있었나"라며 "기존 선거운동 그대로 하더라도 그것 역시 '쇼'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기존 선거운동을 답습하기보다 유권자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는 반론이다.

그는 새누리당이 이 같은 '혁신마케팅'에 결과적으로 구속될 수밖에 없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 4개월 동안 혁신을 줄곧 얘기하면서 새누리당과 혁신이 연결 지어져 국민의 뇌리에 박혔다"라며 "새누리당이 실수하면 바로 '구태'로 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혁신'이라는 호랑이등에 올라탔다"라고도 강조했다.

다음은 조 전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쇼라고 비판하는 것도 기분 좋아...조용한 건 굉장히 잔인"

- 최근 경기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제 '홍보전문가'가 아니라 '혁신전문가'가 된 듯 하다.
"사실 '혁신'에 대한 생각은 각자 다 다르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대표의 혁신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혁신,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이하 새바위)' 이준석 위원장의 혁신 모두 다 다르다. 다만, 혁신은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 새정치연합의 기득권, 새누리당의 기득권, 조동원의 기득권을 내려놔야 혁신이 된다. 지금 경기도 혁신위원장직도 '비상근'이다. 주요당직자의 활동비 정도만 받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인정받는 것은 뭐든 내 목을 건다는 것이다. 지금도 경기도 혁신위가 요란하지 않나. 이게 사실은 배수진이다. '이름만 요란하고 아무것도 아니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 지방선거 때 당에 복귀하면서도 일부러 '새누리당과 싸우러 왔다'고 했고 죽기살기로 했다."

- 7·30 재보궐선거 때 화제가 됐던 '혁신작렬' 등도 배수진의 일환이었나.
"혁신이라는 어젠다에 대해 국민들에게 납득 받고 인정받고자 했다. 그래서 선거에 승리한다면, 이는 국민이 혁신에 표를 준 것이고, 그것으로 대한민국이 혁신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했다. 그것(혁신작렬)자체가 혁신의 표상은 아니다."

- 실제로 '쇼'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른 바 '혁신마케팅'으로 불리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쇼가 아니라고 부정하진 않겠다. 그러나 결국엔 혁신으로 가게 되지 않나. 또 짧은 선거기간 동안 (혁신을 하려는 당의 자세를) 보여줄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있었나? 기존의 선거운동 그대로 하더라도 '쇼'가 아닐까? 하지만 '쇼'라고 비판하는 것도 기분 좋았다. 그것도 나름대로 관심이니까."

- '무플(아무 댓글도 없는 것)'보다 낫다는 건가?
"조용한 건 굉장히 잔인한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시끄러워야 한다. 다만, 그 결과가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인상으로 남겨져야 한다. 좋지 않은 인상이 되면 최악이다. 그래서 선거기간 동안 유권자들이 우리의 메시지나 방법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질지 고민을 많이 했다. 너무 과잉된 건 아닌지 스스로 반문하고 많이 물어봤다. 내가 독불장군처럼 터프하게 추진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마치 백조와 같았다. 물밑에서 열심히 물어보고 체크하고 그랬다."

-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을 맡아서 2012년 총·대선, 지방선거, 재보선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유례없는 기록이지 않나.
"운이 좋았다. 총·대선이 같은 해 치러지는 것도 흔지 않은 일이다. 한 사람이 거기(총·대선)에 지방선거·재보선까지 경험하는 일은 드물다. 선거결과도 운이 좋았고. 여한 없이 일했다. 2012년 대선 당시, 12월 18일 마지막 광화문유세 때, 당시 김성주 선대위원장과 이준석 전 비대위원 등을 불러 '대한민국을 지켜달라'는 주제로 동영상을 찍었다. 밤 8시에 찍어서 1시간 30분 만에 편집을 끝내 유튜브에 올렸다. 나는 후보를 쫓아가면서 그 영상을 주요당직자와 당원들에게 뿌렸다. 그 사이에도 영상을 계속 찍었다. 마지막 유세장소인 건대입구까지 영상을 찍어 뿌렸다. 왜 그렇게까지 했느냐. 여한 없이 다 끝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12월 19일 출구조사 나오기 전에 영화를 보러 갔다. 할 때까지 다 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 지방선거 때는 톰크루즈가 나오는 영화를 봤고, 이번에는 '명량'을 봤다. 내게 최선을 다할 기회를 준 당이 고마웠다."

"혁신 외치는 와중에도 '폭탄' 터지지만 새누리당은 변했다"

"도와주세요" 피켓 든 윤상현6.4 지방선거가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도와주세요" 피켓을 들고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 들어서고 있다. 오른쪽은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 ⓒ 남소연


- 조 위원장의 아이디어를 당 차원에서도 전폭 지지한 것으로 안다.
"혼자서는 승부할 수 없다. 뜻을 함께 공유하고 뭉쳤을 때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한다. 국회의원은 사실 헌법기관이지 않나. 그 분들과 어떻게 제 뜻을 공유할지 고민 많이 했다. 만나 뵐 때마다 설명하고 문자메시지로 매일 의견을 전달했다. 그렇게 서로 마음을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와중에도 '폭탄'은 터진다. 그런데 그렇게 큰 틀에 대한 중심축을 잡아놓은 상황이면 자살폭탄이 터진다고 해도 감당할 수 있다."

- 최근 국회에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을 노숙자에 비유한 분을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한 적 있다. 그런 행동을 '폭탄'이라고 한 건가.
"그 분과 친하게 지내는데(웃음) 나라도 안 좋게 얘기해야 한다. 또 그러면 조동원이 나서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것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약점이 있다. 태평성대가 되면 '웰빙정당'이 되는 것이다. '좋은 게 좋지 않나'는 생각.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1년 365일 초단위로 끊어서 5천만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내가 지난 4개월 동안 혁신을 줄곧 얘기한 것이 중요하다. 새누리당과 혁신이 연결 지어져 국민의 뇌리에 박혔다. 만약 새누리당이 실수하면 바로 '구태'로 몰릴 것이다. 반작용이 크다. 난 이를 당 지도부 역시 알 것이라 생각한다."

- 선거홍보 뿐 아니라 모바일정당 '크레이지파티'나 '새바위' 등 당의 시스템에 대한 혁신도 진행했다. 특히 새바위는 재보선 당시 당내 인사검증기구 설치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는 선거 이후 시들해졌다. 
"새바위 활동기한을 두고서 말이 많았다. 누군가는 전당대회 때까지라 했고 누군가는 재보궐선거 때까지라고 했다. 나는 김무성 당대표 선출 이후 이준석 위원장에게 '긴 호흡으로 가자'고 했다. 당대표가 새바위의 생사여탈권을 쥐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상식일 거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혁신'이라는 호랑이등에 올라탔다. 국민은 새바위를 이미 새누리당의 혁신위원회로 보고 있다. 새 지도부가 이를 없애면 호랑이가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역풍이 불 수 있다. 김 대표도 재보선 당시 이 위원장과 한 대담에서 '혁신위를 상설화하겠다'고 밝혔다.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해서도 논의하겠다고 했다. 거기에서 새바위의 역할은 충분했다고 본다."

- 여야 할 것 없이 선거 전후에만 혁신을 외친다는 지적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부정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위기의식을 갖게 됐고 많은 국민들의 질타를 받았다. 그래서 절실한 자세로 임했다. 중요한 것은 새누리당이 민감해졌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일 때, 여당은 국민이 '망치'로 때렸을 때도 굉장히 나중에 아파했다. 그런데 지금은 빨리 그 아픔을 안다. '국민들이 우리를 무섭게 질타하고 있구나 빨리 정신차려서 가야겠구나' 한다. 우리 당, 보수진영은 2012년 총선 전 이름을 바꾸고 당색을 바꾸면서 파격적인 변화나 혁신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확실히 깨달았다. 변화하거나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게 된 것이다."

"내가 산파 역할한 이름이 누더기 된다면 자랑스러울 수 있겠나"

- 2012년 영입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새누리당에 어느 정도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다. 어떤가.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당색을 빨간 색으로 바꾸는데 산파 역할을 했다. 자신이 산파 역할을 한 이름이 매도당하고 누더기가 된다면 어떻게 자랑스러울 수 있겠나. 그래서 새누리당의 이름이 빛나야 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굉장한 애정을 갖고 있다. 평생 갈 거다."

- 마지막으로 자신을 '선거기술자'라고 하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광고만 한 사람은 아니다. 영화 <후아유>도 명필름과 합작해 만들었고 게임컨설팅, 특히 모바일게임 관련 프로젝트도 해봤다. 작은 테마파크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해봤다. 무형의 콘텐츠를 만들고 빛나게 하는 일을 계속 해왔다. 그리고 나는 '민생'을 안다. 50대 초반 사업이 망해서 500원짜리 계란빵이 800원으로 올랐을 때 사먹지 못하고, 집사람에게 단돈 1000원이 없어서 달라고도 해봤다. 자살 충동도 느껴본 적 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이지만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도록 해준 고마운 시간이었다.

처음 당에 왔을 때, 모두 패배감에 젖어있었다. 그 때 내가 '벼랑 끝으로 떨어져봤고 지금도 올라가는 중이다, 그래서 벼랑 끝에서 올라가는 방법을 안다, 승리하러 왔다'고 의원들에게 말했다. 가장 앞에 앉아있던 박근혜 대통령은 그 때 웃었다. 난 지금도 그 미소를 잊을 수 없다. 광고하는 사람들도 나의 반밖에 모르고 여기(여의도)에 있는 분들도 여기의 나를 반밖에 모른다. 나는 기술자라기보다 인생의 쓴맛 단맛 다 본 사람 입장에서 자만하지 않고 균형을 맞춰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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