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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대교 유료전환, 시민에게 떠넘긴 'MRG폭탄'

추정에 못 미치는 통행량에 막대한 혈세 낭비 예고...민자사업 덫에 빠진 부산시

등록|2014.08.13 17:01 수정|2014.08.13 19:11

▲ 남구와 영도를 잇는 부산항대교 ⓒ 부산광역시


무료 시범 운영을 끝낸 부산항대교가 오는 21일부터 유료전환한다. 부산시는 부산항대교의 통행료를 소형 1400원, 중형 2400원, 대형 3천원으로 확정하고 13일 이를 부산시보를 통해 공고했다. 하지만 연결 접속 도로조차 완공되지 않은 시점에서 유료로 전환하는 부산항대교가 안겨줄 MRG (최소운영수입보장) 폭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4개월 가량의 무료 운영 기간 동안 부산항대교를 이용한 차량은 하루 평균 2만 1700여대 꼴. 당초 예상했던 계획 통행량인 4만9천여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부산시가 민간사업자와 맺은 협약은 향후 10년간 통행료 수입이 예상 수입의 80% 미만일 경우 부족분을 혈세로 메우도록 정하고 있다.

당장 올해만 35억원 가량의 재정지원이 불가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내년부터다. 유료로 전환되면 그나마 있던 통행량도 10~20% 정도 줄 것이란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차량 통행량이 이같이 저조하다면 부산시가 100억원 가량을 지원해야할 것으로 예측된다.

MRG 폭탄의 악몽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부산시와 민간사업자는 해마다 통행량이 4%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 통행량을 정했다. 차량이 늘기는커녕 줄 수도 있는데, MRG 지급의 기준이 되는 추산 통행량만 오르는 셈이다. 물론 그 기간 동안 부산시가 민간사업자에게 내어줘야하는 돈은 100% 세금으로 충당한다.

이같은 혈세 낭비는 애초부터 잘못된 반쪽 개통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부산항대교는 지난 5월 개통 때부터 우려를 낳았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은 접속 도로조차 연결되지 않은 다리를 서둘러 개통하는 것이 허남식 전 시장의 임기를 고려한 결정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허 시장의 임기를 앞두고 부산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던 부산시민공원, 동물원 개장 등이 줄을 이었다. (관련기사: 부산항대교 개통... 최소수익보장 논란 여전)

가중되는 MRG 부담.."부담줄이기 위한 자본 재구조화 나서야"

부산시는 논란이 일 때마다 예정된 일정이었음을 강조했지만, 서두른 개장과 개통은 이후 지속적인 문제를 낳았다. 부산항대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내년 12월 이후에나 광안대교와 부산항대교의 지하 접속도로가 완공 예정이어서 그때까지 시민들은 혈세 낭비와 교통체증로 인한 이중고를 겪어야 할 판이다.

물론 그 시점이 더 늦어질 수도 있다. 그나마 조기 완공 예정인 남항대교와 부산항대교를 연결하는 고가도로의 경우 8월 중순 공사를 마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잦은 사고와 폭우, 세월호 참사 뒤 한층 강화된 작업 규정 적용이 겹치면서 완공 시점은 차일피일 미뤄져가고만 있다.

이런 부산시의 헛발 행정은 부산항대교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거가대교, 수정산터널, 부산·김해경전철 등 부산시가 MRG로 쓴 돈은 지난 10년동안 8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유 예산이 없어 들끓는 시민 여론에도 사고가 잇따르는 노후 전동차 조차 교체하지 못하는 부산시가 잘못된 추산으로 수백억원의 혈세만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2016년 완공 예정인 천마산 터널과 2017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중인 산성터널 등 민자사업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어서 부산시의 MRG 부담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MRG의 경우 대부분 10년 이상을 보장해줘야하는 경우여서 장기적인 고정 지출이 생기게 돼 시 재정의 압박은 갈수록 커지는 구조가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본 재구조화를 통한 변화를 추진해야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MRG 방식을 SCS (비용보전) 방식으로 바꾼 거가대교이다. SCS 방식은 투자금과 운영비용에서 운영수입을 뺀 만큼의 금액만을 보장하는 것으로 추정수입에 못미치는 돈을 부담해야하는 MRG에 비해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거가대교도 자본 재구조화를 통해 5조원 이상의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훈전 부산 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처장은 "부산시는 말로만 세우는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면서 "자본 재구조화 협상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하지만, 시가 민간사업자의 대변인처럼 일단 지켜보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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