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세월호 천개의 바람'을 위하여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개사함

등록|2014.08.13 18:02 수정|2014.08.13 18:02
세월호 참사후 추모곡으로 널리 알려진 '천개의 바람이 되어'(원 제목 'A Thousand winds')는 슬픔에 잠긴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었다. 미성 팝페라가수로 유명한 임형주가 그 음악을 유족들에게 헌정하여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 가사가 되는 원래의 시의 유래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 어느 인디언의 시에서 왔다는 설도 있고, 1932년 미국의 주부 메리 프라이가 지은 시 '천 개의 바람이 되어(A Thousand Winds)'에서 유래됐다고도 한다. 프라이는 모친을 잃고 상심해 있던 이웃을 위로해 주기 위해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위로하는 내용의 이 시를 썼다고 합니다. 24세의 나이에 전쟁터에서 사망한 영국병사 스테판 커밍스가 썼다는 설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가사에 김효근님이 작곡하여 박용민 등 성악가들이 부르는 노래가 있다. 임형주가 부르는 곡은 일본의 뮤지션 아라이 만이 작곡한 것인데, 일본의 가수 아키카와 마사후미가 불러서 100만장이 넘는 음반 판매를 기록했다 하며, 미국의 가수 헤일리 웨스튼라(Hayley Westenra)의 노래도 유명하다. 

아쉬운 것은 그 가사가 세월호참사의 정서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모든 죽음이 슬프고, 유족에게는 위로가 필요하지만, 세월호의 참사는 자연사나 병사, 단순한 사고사가 아니기에 그 영혼의 노래가 다를 수밖에 없다. 원 가사의 영혼은 아무런 원이 없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며, 즐겁게 노래하는 종달새가 되거나, 아무런 시름없이 곡식을 비추는 빛이 되고, 눈이 되고, 별이 된다.

이 정서만으로는,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아이들과 선생님, 어른들의 영혼의 마음을 나타내거나 유족들의 분노,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줄기찬 노력이 이해될 수가 없다. 감동적인 멜로디와 미성의 노래소리만으로 원 음악 그대로가 최선의 추모곡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영어원문의 가사(시)는 노래가 되는 과정에서 일부 변화가 있었다. 제목도 '천의 바람(A Thousand Winds)'이 '천개의 바람이 되어'로 표현되거나, 원문에는 무덤앞(at my grave grave)이 임형주의 노래에서는 사진앞으로 바뀌는 식이다.

세월호참사 관련 일을 하는 분들과 협의한 후 필자가 세월호참사의 영혼의 마음을 담아 일부 개사를 해 보았다(아래). 전면적으로 새로운 가사를 만든게 아니라, 원 가사의 정서와 표현을 최대한 살리되, 일부를 세월호참사의 성격에 맞게 의미화 했고, 개인의 영혼이 아니라 300여명의 영혼이라는 점을 반영하여 '나는'은 '우리'가 되었다.

<세월호 천개의 바람>

우리 사진 앞에서 울지만 마요 우린 그곳에 없어요
우린 잠들어 있지 않아요 우릴 위해 울지만 말아요
우린 천개의 바람 수천개 바람이 되었죠
이 나라 하~늘 위를 하염없이 날고 있죠.

사~계절 온누리를 비추는 맑고 밝은 빛이 될게요.
세상이 칠흙같은~ 밤엔 은은-한 달빛 될게요.
참매미 종달새 되~어 잠든 세상을 깨워줄게요.
우리가 반짝이는 별 되어 진~실을 밝혀 줄게요.

우리 사진 앞에 서 있는 그대 이제 눈물을 멈춰요.
우린 그 곳에 있지 않아요 죽어 있다 생각.  말아요.
우린 천 개의 바람 수천개 바람이 되었죠.
온누리 어~둠 위~를 빛과 함께 날고 있죠.

우린 천 개의 불빛 수천 개 불꽃이 되었죠
밤바다 밝히는 등대, 온누리의 햇살 되죠.
암흑속 촛불 밝히는 그대들과 함께 있죠.
아~ 아~

이렇게 개사한 것을 본 많은 사람들이 모두 동의와 호감을 나타냈고, 광화문 광장에서  이 가사로 노래를 불러주니 다들 큰 박수를 보내주었다. 이 가사는 고정적인 것이 아니다. 더 좋은 개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임형주님이 개사하여 새로 음원을 만들면 좋겠지만 감히 바라기는 어려운 일이다. 노래를 잘하시는 분들이 개사된 노래를 불러도 좋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천개의 바람'노래가 '세월호 천개의 바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