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선명 야당' 기치... 세월호가 들었다 놨다

[취임 100일]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등록|2014.08.14 20:42 수정|2014.08.14 21:02

▲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8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투쟁정당 이미지를 벗어나 정의로움을 굳건히 세우고, 경제민주화와 복지로 생활정치를 실현하는 것으로 국민공감을 얻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국민은 무책임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맞설 야당을 원한다. 이제 우리는 일어서야 한다."

지난 5월 8일 박영선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 의원들에게 원내대표 경선 지지를 호소하며 이같이 말했다. 호소는 먹혔고 그는 새정치연합의 첫 여성 원내대표가 됐다. 그는 당선 직후 "내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 통과시키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무엇보다 그는 '존재감'을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우뚝 서는 새로운 새정치연합을 보여드리겠다"라며 "당당한 야당으로, 존재감 있는 야당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새정치민주연합이 무엇을 하고 누구를 위한 정당인지 보여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라며 "그를 위해 첫 번째로 세월호 수습과 대책 그리고 두 번째로 을을 위한 정당, 국민과 함께 하는 정당이라는 것을 원내활동을 통해 보여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의 당선에 대해 새정치연합이 세월호 사태 직후 정부 여당에 맞설 '강력한 카드'를 택한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당시 한 중진 의원은 "세월호가 박영선을 뽑게 한 것"이라며 "이 상황에서 강하게 정국을 밀고 갈 사람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라고 전했다. 결국 '세월호 사태'가 박영선 의원을 원내대표 자리에 이르게 한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세월호 상황이 박영선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위협하고 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맺은 '세월호 특별법 합의' 때문이다. 오는 15일, 취임 100일을 맞는 '박영선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박영선 대표 왜 합의했는지,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세월호 특별법 관련 쟁점을 일괄타결했다. 특검 추천은 현행 상설특검법에 맞춰 진행하기로 했고, 진상조사위 구성을 여야 각 5인 및 대법원장과 대한변협회장이 각각 2인, 유가족 측 3인 추천으로 구성키로 했다. 특검 추천 권한을 야당에 줘야 한다던 새정치연합과, 유가족의 조사위 참여를 반대한 새누리당이 한발씩 물러선 안이다. 그러나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던 유가족들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박 원내대표는 유가족들은 물론 당 안팎의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의원총회를 통해 박영선 원내대표가 합의한 안에 대해 '다시 협상'을 결정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고 세월호 특별법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아직도 그의 선택에는 '왜'라는 물음이 따라다닌다. 새정치연합의 세월호 특별법안 마련에 깊숙이 관여한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도대체 박영선 대표가 왜 합의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는 있는데 하나는 박 원내대표가 특검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거나, 또 하나는 교황 방문 전에 성과를 내려던 정치적 욕심 때문인 걸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특검 추천권을 따내지 못한 상태에서 조사위 인원 구성을 얻어내봤자 성과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박 원내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한 의원은 "본인이 외국인투자촉진법 통과를 막아가며 통과시킨 상설특검인지라, 특검을 어느 정권에서 임명하더라도 한 쪽으로 치우쳐지진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거 같다"라며 "또 이미 검찰 조사가 계속되고 있는 마당에 상설특검 자체가 큰 기능을 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실질적인 조사를 위해서는 진상조사위의 구성이 핵심이라고 생각해 그런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그런 판단을 내린 게 의아하긴 하다"라며 "합의안을 발표하기 전에 유가족과 조율하는 과정만 거쳤어도 이렇게까지 반발이 심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적 판단 미스든, 세월호 특별법 관련 지식 부족이든 박 원내대표는 이완구 원내대표와의 협상에 합의했고 그에 따른 비판은 오롯이 그에게 쏟아지고 있다. 15일 원내대표 취임 100일을 맞이하는 그는 사전에 배포한 메시지문을 통해 "단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던 폭풍 같은 100일을 걸어왔다"라며 소회를 밝혔다.

그 100일 동안 성과도 있었다. 세월호 특별법 혼란을 겪기 전, 그는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을 비롯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까지 이어가며 정치적 입지를 굳혀가고 있었다. 정부 여당과도 소통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쌓기 시작한 것이다. 총리와 장관 청문회에서 줄이은 낙마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은 이 정국을 단숨에 뒤집었다. 그가 원내대표가 될 수 있게 적극 지원했던 당 내 '원칙주의자'들은 이제 박 원내대표의 결정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선 상태다. 꽉 막힌 상황을 탈출할 답은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당내 우려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은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흔들리면 21%의 당지지도가 10%대로 떨어질 거"라며 '박영선 리더십'이 흔들릴 것을 우려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당 안팎에서 박 원내대표에 거는 기대가 컸으나 단숨에 이것이 흔들렸다, 이를 다시 일으켜 세울 사람도 박 원내대표 본인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원내대표에, 7.30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비대위원장의 짐까지 짊어진 그는 갈 길이 멀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가 그 첫번째 과업이다. 더불어 산적한 법안 처리가 남아있고 국정감사도 진두지휘해야 한다. 지역위원장 선출, 전당대회 룰 마련 등 첨예한 당내 문제도 풀어내야 한다.

'100일 메시지'에서 박 원내대표는 "지금까지도 세월호 참사 특별법 합의 과정에서 진통이 계속되고 있어 가슴 아프다"라며 "그러나 나에게 쏟아진 강한 비판이 역설적으로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사라져가던 관심을 다시 깨웠다는 점에서 감사하며, 언젠가는 국민들께서 이해해주실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폭풍의 언덕 위에 선 심정이지만, 폭풍을 뚫고 나가면 언젠간 무지개가 뜬다는 믿음으로 이 시련을 헤쳐 나가겠다"라며 100일 메시지를 마쳤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