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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김정은, '이명박' 못 벗어난 박근혜

[격동하는 동아시아와 한반도⑤] 북한의 화전양면 전략은 성공할 것인가

등록|2014.08.21 18:05 수정|2014.09.17 17:33
지금의 동아시아는 전통적인 한미, 한일 동맹관계가 북중러 삼각관계와 대립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미국과 중국이 G2로 쟁패하는 가운데 일본과 북한이 접근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여기에 한국은 중국과 경제협력관계를 심화시키고 있는 복잡하기만 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에 코리아연구원에서는 <오마이뉴스>와 공동으로 격동하는 동아시아 상황을 진단하고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히기 위해서 6번에 걸쳐서 기획특집을 진행합니다. 독자여러분들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2013년 9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 정권수립 65주년 기념일 행사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왼쪽),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왼쪽 둘째)이 함께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화전양면전략'. 최근 북한의 대외적 태도에 대해 자주 등장하는 언론식 표현이다. 하지만 화전양면전략은 모든 정상국가들이 지향하는 대외정책의 기본 기조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정부' 대북정책 추진기조는 '확고한 안보태세를 유지하면서 교류와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발전시켜나간다'는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국민의 생명과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확실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남북 간에 신뢰를 쌓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대북억지에 기초한 안보태세를 튼튼히 갖추면서 대화와 교류를 통한 신뢰의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전쟁과 대화 모두에 대비한다는 '화전양면정책'인 셈이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북한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의 대외정책도 이런 기본 원칙에 굉장히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2012년 각종 공직을 승계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작년 김정은 체제의 대외노선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2013년 3월 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경제와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했다. 핵보유국임을 공식적으로 밝혀온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확대하고 운반수단인 로켓 개발에도 더 박차를 가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미 남쪽과 재래식 무기 경쟁에서 열세를 뒤집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은 전략무기 개발을 통해 이같은 비대칭적 상황을 일거에 대칭적 구조로 바꾸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전차와 군함, 전투기 등 재래식 병력을 키우기에 막대한 경제적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개발이 필요한 상황에서 군사비용을 최소화하고 이를 경제 쪽으로 돌리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병진노선을 천명한 이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핵강국이 되면 강력한 전쟁억제력에 기초하여 경제건설에 자금과 노력을 총집중함으로써 비약적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북한 나진항에 외국군대 주둔?

▲ 2월 5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한 남북 적십자 접촉에서 북한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왼쪽)과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이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 통일부


안보적 측면에서 핵무기 등 전략무기 개발을 통해 위협을 해소하면서도 외교적으로는 현재의 고립적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김정은 체제 들어서면서 처한 국제적 환경은 엄혹하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제3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결의가 이어졌다.

또 영원한 혈맹으로 믿었던 중국도 시진핑 체제 들어서면서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대북압박 노선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박근혜 정부는 핵문제 우선 해결 전략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프레임을 그대로 이어가는 대북정책을 취하는 상황이다.

김정은 체제로서는 국제적 환경이라는 구조적 상황의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외교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외교정책은 일단 러시아와 일본을 향하는 모양새다. 전통적 혈맹인 중국과 관계가 소원해진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동진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러시아는 북한이 추파를 던질 만한 대상이다.

북한과 러시아는 최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정부 간 통상경제·과학기술협력위원회' 회의에서 대대적인 양국 경제협력에 합의했다. 우선 북한이 무역대금을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결제하고 러시아가 북한 내 지하자원 개발사업에 참여키로 했다. 또 러시아의 석유화학기업 '타이프'는 북한에 주유소망을 구축하는 사업에 관심을 표명했으며 일부 러시아 기업들은 금광 등 북한 지하자원 개발사업에 눈독을 들였다.

심지어 북·러 양측이 러시아가 나진항에 드나드는 대형선박의 안전확보를 위해 러시아 보조함대를 나진항에 주둔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보조함대가 군함인지는 불확실하지만, 북한이 외국군의 주둔을 허용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몽골·러시아와 협력 강화하는 의도

북한은 러시아와 더불어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몽골과 관계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이 작년 11월 방북해 김일성대학에서 강연하며 "인민은 자유로운 삶을 열망하며 이는 영원한 힘"이라며 "어떤 폭정도 영원히 지속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또 강원도의 목초지인 세포등판 개발을 비롯하여 농·목축업에서 공동협력을 위한 것으로 여겨지는 '조선·몽골 친선공동회사' 설립에 합의했으며, 몽골의 정유회사 '에이치비오일'(HBOil)이 북한 내륙에서 유전을 탐사할 준비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몽골은 나진항을 이용해 석탄을 동해로 실어내는 물류사업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본도 북한 김정은 체제가 국제적 환경 변화를 위해 공을 들이는 대상이다. 아베 정부는 영토문제와 과거사 문제로 한국·중국과 최악의 갈등을 빗는 상황에서 동북아시아라는 역내 영향력의 끈을 유지할 수 있는 채널로 북한을 선택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일본과 관계 개선을 통해 한미일 3각 공조의 틀을 깨면서 일본의 경제적 지원을 끌어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북일 양측의 이해가 서로의 관계개선을 통해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두 나라의 외교적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북한은 지난달 4일 일본인 납치 피해 문제 등을 조사할 특별조사위원회를 조직해 모든 일본인에 관한 포괄적 조사를 개시했고, 이 위원회에는 국방위원회와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등 권력기구들이 망라됐다.

일본도 북한의 위원회 구성시점에 맞춰 독자 제재 일부를 해제했고 8월에는 돗토리(鳥取)현 사카이미나토(境港)시의 나카무라 가쓰지(中村勝治) 시장이 라선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중국과 미국의 압박에 맞서 러시아와 일본이라는 카드를 꺼내들면서 남쪽에는 대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원하는 한반도 구도는?

▲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2월 13일 외교국방통일분과 국정토론회에서 북핵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밝히는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북한은 올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남조선 당국은 북남관계 개선으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은 이 신년사 이후 국방위원회 중대제안(1월 16일),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2월 5일), 고위급회담(2월 12일), 이산가족상봉(2월 20∼25일), 국방위원회 특별제안(6월 30일)까지 화해 메시지를 잇달아 전달했다.

북한은 지난달 7일 발표한 정부 성명에서 "북남관계 개선과 조국통일의 새로운 전환의 시대를 열어나가려는 것은 우리 공화국 정부의 확고한 의지"라고도 했다. 특히 북한은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대규모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내겠다는 뜻도 피력해 놓은 상황이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변화하는 동북아 질서 속에서 남북 간의 대화의 계기를 마련해 한반도 상황을 자신들이 원하는 구도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을 가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성명에서 "미국의 패권주의적인 대(對)아시아전략으로 새로운 냉전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지역정세는 복잡다단하다"고 주변 정세를 언급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처럼 북한 김정은 정권의 대외안보정책은 분명 김정일 체제의 그것과 차이가 있어 보인다. 기존의 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길을 향해 일관된 움직임을 보인다. 지속적인 핵 개발에 대해 굳이 숨기지 않으면서 중국의 대미친화적인 움직임에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러시아와 일본 등 다양한 대상을 향해 공세적인 외교에 나선다.

김정은 체제의 달라진 외교안보전략과 행태는 우리에게 김정일 체제 때와는 다른 방식의 외교적 접근을 요구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입니다.
* 이 글은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knsi.org)에도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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