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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태에 싸먹는 전어무침, 이거 은근 매력 있네

대한민국 맛 1번지 홍대거리에서 만난 가을전어

등록|2014.08.23 13:54 수정|2014.08.23 13:54

▲ 가을전어의 꽃 구수한 풍미를 자랑하는 전어구이다. ⓒ 조찬현


참 아이러니다. 우리는 제철 음식을 맛있고 폼 나게 먹으려고 생산지로 간다. 그러나 생산지에 가보면 도시보다 비싼 가격에 고개를 갸웃거리곤 한다. 언젠가 어떻게 생산지가 시장가격보다 더 비싸냐고 묻는 고객에게 재래시장 상인이 말하기를 "원래 그래요"라고 답했다. 그 말을 듣고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유통구조상 소비자가보다 생산지가격이 저렴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것인지 과수원이나 바닷가에 가면 더 비싼 값을 요구하는 곳이 더러 있다. 그 속내를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생산지에서 수확한 농수산물은 물류센터나 도매시장을 거쳐 다시 소매상을 통해 유통된다. 농민이나 어민들의 손에서 떠난 과일과 생선은 중간 유통단계를 몇 번을 거쳐 가면서 소비자들은 필요 이상의 셈을 치러야 한다.

지자체와 생산자들이 직거래를 통해 비용을 줄이려고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참 요원해 보인다. 오히려 생산자들이 판매하는 직거래장터가 시장보다 비싼 경우도 더러 있으니 말해 무얼 하겠는가. 서두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그런 경우를 종종 접하곤 할 때는 입맛이 씁쓸해진다.

▲ 가을 생선인 전어회무침과 전어구이다. ⓒ 조찬현


▲ 전어구이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전어대가리째 통째로 아작 깨물어 먹어야 제맛이다. ⓒ 조찬현


해마다 가을이면 전어를 먹으러 간다. 당연히 푸른 파도가 넘실대며 갈매기 나는 아름다운 여수바닷가의 횟집이다. 그런데 올해는 참 별난 곳에서 가을 전어를 만났다. 대한민국 맛 1번지라 할 수 있는 서울의 홍대거리다.

지난 14일 몇몇 지인과 의기투합해서 찾아간 곳은 홍대거리에 있는 식당(동강해물찜)이다. 주인장 음식 솜씨가 빼어나기 때문에 어떤 메뉴를 선택해도 만족스러운 곳이다. 가게 뒤란에 자리를 잡았다. 화단에는 가을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화려했던 도시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서정적인 공간이다.

방앗잎 넣은 해물장떡과 샐러드, 열무김치, 비름나물, 두부와 함께 버무려낸 세발나물 등 기본상이 차려졌다. 역시 모든 음식에서 빼어난 손맛이 배어난다. 전어회무침과 전어구이다. 이집에서는 여느 집과 달리 전어회무침을 독특하게 먹는 방법이 하나 있다. 전어회무침 감태 쌈이다. 감태에 싸먹는 전어무침, 은근 매력 있다.

▲ 갖은 양념에 맛깔나게 버무려낸 전어회무침이다. ⓒ 조찬현


▲ 감태에 싸먹는 전어무침 이거 은근 매력 있다. ⓒ 조찬현


▲ 덤으로 내준 해물된장찌개의 맛도 일품이다. ⓒ 조찬현


전어회무침도 맛있지만 가을전어의 꽃은 전어구이다. 옛 속담에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하지 않던가. 전어구이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통째로 들고 전어 대가리부터 아작 깨물어 먹어야 제맛이다. 그 고소한 풍미는 이루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이제 가을이다. 더위도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는 처서다. 오는 9월 4일부터 3일간 전남 강진 마량의 '제7회 마량미항축제'를 시작으로 전국에서 전어 축제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단 하루만이라도 좋으니 전어구이에 한잔 술로 이 가을을 멋지게 즐겨보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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