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사람들에게 삶의 가능성을 묻다
대전 인문학 잡지 <상상> 창간...27일 창간 기념식
▲ 대전지역 인문학 잡지 <상상> 창간호. 오는 27일 창간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다. ⓒ 대전시민아카데미
이런 가운데 대전지역 인문학 잡지 창간호 <상상>(더 좋은(上上) 삶을 위하여 서로(相相))이 발간됐다. <상상>은 대전시민아카데미가 만들었다. 대전시민아카데미는 지역에서 일찍부터 인문학의 부활을 위해 묵묵히 움직여온 몇 안 되는 실천가들의 모임이다.
<상상>은 인문주의의 공간과 대상까지도 지역과 지역민에 두고 있다. 수백 쪽에 이르는 <상상>은 창간호이지만 처음은 아니다. 2년 전 동일한 문제의식과 비슷한 분량으로 창간 준비호를 낸 바 있기 때문이다.
준비호에 이은 창간호가 늦어진 건 순전히 이 단체의 지나친 진지함 때문이다. 좀 더 다양한 사안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자 하는 욕심과 본연의 인문학 강좌 등에 꽂혀 늦둥이 창간호를 내게 됐다. 이 단체의 문국모 대표가 잡지 창간을 준비하는 와중에 세상을 뜬 것도 더딘 작업의 요인이 됐다.
공들여 담아낸 <상상>속에는 잘 익은 알곡이 그득하다. 우선 기획특집으로 다룬 우금치 류기형 예술 감독과의 대담 <마당극패 우금치>가 눈에 띈다. 우금치의 눈으로 본 지역문화 분석이 흥미롭다. 대전의 칼국수 역사를 다룬 <대전의 칼국수 전쟁>과 <대청호를 통해 본 한국 근현대사>(오수용)는 지역민의 삶과 공간을 한편의 이야기로 엮고 있다.
'전국 최초의 시민대학'을 표방하고 운영 중인 대전시민대학을 보는 시선(노현승) 글에는 "인문학이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또 다른 소비가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비판과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보장제도의 현황을 알기 쉽게 짚은 <국가는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가>(임재현)와 <니사 Nisa로 본 인류학적 상상력>(김도균)은 인문학의 주제가 인간의 삶임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진보적 지방정치 100년 사를 다룬 <지역에서 세상을 바꾼다>(장석준)와 <외로운 늑대, 핀란드 사람들은 어떻게 연대하게 되었을까>(장수명), <유고 내전의 역사와 발칸의 도시들>(김정수)들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아야 하는가를 설명해주고 있다.
<극장에서 예술영화를 본다는 것>(오세섭)에서는 예술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를 비롯 향유법, 대전에서 예술영화를 보는 장소까지를 망라한 안내서라 할 만하다. 이 밖에도 <과학에 대한 좌파적 시선 엿보기>(김민수),<송라인>(손주영),<혈액형이 어떻게 되세요?>(김기돈),<우리 아이들의 글 읽기가 위험하다>(김동석),<불타는 협동조합 분투기>(이세연) 등은 잡지를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특히 말미에 실린 <아아! 문국모 선생님!>(정지강) 제목의 회고 글은 잠깐 잊었던 아니면 몰랐던 사람의 삶의 통해 살아 있는 사람들의 삶을 돌이키게 한다.
신명식 대전시민아카데미 대표는 창간사를 통해 "인간 그 자체와 삶에 대한 관심 외에 인문주의가 기울여야 할 더 중요한 대상이 어디 있냐"며 "인간과 그 삶에서 근원과 현상 가능성을 묻고 소외된 지역에서 삶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삶을 연명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면서도 "지역은 삶의 가능성을 복원하는 힘을 발견하는 출발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연 2회 발간되는 <상상>은 지역을 기반한 인문잡지를 표방하며 향후 계간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전시민아카데미는 오는 27일 수요일 저녁 7시 평송청소년문화센터 야외무대에서 창간 기념식 겸 후원회를 열 예정이다. 이 단체의 강명숙 사무국장은 "창간 기념식에 참가하거나 사무실로 연락을 주면 누구나 두툼한 잡지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귀띔한다. (잡지신청 및 참여문의/042-489-2130, tjca@hanmail.net)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