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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세 개 달린 물고기, 여기 가면 볼 수 있다?

오는 29일 열리는 시흥 갯골축제 현장 미리보기

등록|2014.08.24 17:19 수정|2014.08.24 17:40

▲ 전망대에 올라서 본 시흥 갯골 생태공원 전경 ⓒ 이민선


따가운 햇살이 살갗을 파고든다. 가을 냄새 품은 갯바람이 따가운 살갗을 어루만졌다. 바닷물이 갯고랑을 타고 육지의 속살을 파고들며 꿈틀거린다. 사위는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다. 여름 끝자락, 지난 22일에 만난 시흥 갯골 생태공원 모습이다.

일주일 후면 이곳이 사람들 웃음소리로 왁자지껄 한다. 아홉 해 동안 이어지고 있는 시흥 갯골축제가 '갯골의 바람…그대로의 사랑'이라는 주제로 29일(금)~31(일)까지 이곳에서 열린다. 작년에 약 15만 명이 찾았으니 올해도 그만큼은, 어쩌면 훨씬 더 많이 몰릴 것이라는 게 시흥시 담당공무원의 설명이다.

축제의 백미는 '송삼제전(送三祭典)'이다. 송삼제전은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삼목어'를 살려 바다로 보내는 의식이다. 잔치 둘째 날인 30일(토), 삼목어 퍼레이드와 함께 시작되고 마지막 날인 31일(일요일)까지 펼쳐진다.     

삼목어는 이상범 축제감독이 행사를 위해 만들어 낸 상상 속의 신비한 물고기다. 세 개의 눈을 가졌다 하여 '삼목어'지만 실제로 눈이 세 개는 아니다. 소 눈처럼 깊고 맑은 눈이 두 개 있고 이마에 큰 혹이 하나 있는데, 혹 중앙에 큰 점이 있어 마치 눈이 하나 더 있는 것처럼 보여 '삼목어'라 이름 지었다. 

▲ 지낸 해 시흥갯골 축제 때 어형선 퍼레이드를 벌였던 물고기 모형 배. 지금은 전망대 앞에 전시 돼 있다. ⓒ 이민선


그가 만들어낸 '삼목어 이야기'이렇다.

먼 옛날 태산 같은 파도가 들이쳐 갯골이 황폐해 졌을 때, 큰 물고기 한 마리가 밀물을 타고 갯골에 왔다가 썰물을 놓쳐 그만 갯골에 갇히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은 잡아먹을까 하다가 범상치 않은 생김새와 애절한 눈빛이 흐르는 상서로운 기운에 매료돼 살려 주기로 결정한다. 살리는 방법은 바닷물을 퍼다 날라서 갯벌을 채우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힘을 합해 갯벌을 채웠고 물고기는 그 바닷물 덕에 생명을 유지 한 뒤 밀물을 타고 넓은 바다로 돌아갔다. 며칠이 지나자 비도 오지 않았는데 무지개가 선명했다. 그 뒤 큰 비가 내렸고. 사라졌던 물고기들이 갯골에 모여 들었다. - 시흥갯골축제추진위원회

'송삼제전'에서 이 이야기가 경연 형식으로 재현된다. 삼목어가 단긴 수조에 물을 빨리 채우면 승리한다. 시흥시 17개 동이 경연에 참가한다. 각 동별로 모형 삼목어를 만들어 30일 퍼레이드를 한 뒤 경연을 벌이고 우승팀이 가려지면 삼목어를 해체한다. 해체한 삼목어 조각으로 기념품을 만들어 나누어 갖는 것으로 '송삼제전'을 마무리한다.

▲ 2013년 어형선 퍼레이드 ⓒ 이민선


'시흥' 하면 곧 소금이다. 한때 시흥생태공원에만 42개의 소금창고가 있었을 정도로 대단했다. 지금도 옛 모습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소금창고가 공원 한켠을 지키고 있다. 이러한 소금의 역사와 소금밭도 축제의 한 페이지다.

아이들은 소금 긁어모으기나 염전수차를 돌리고 어른들은 소금찜질을 하며 피로를 풀 수 있다. 소금 놀이가 끝난 다음 '소금 포토존'에서 가족 사진을 한 장 찍으면 '금상첨화'다. 덤으로, 소금 속에 감춰놓은 보물을 찾으면 선물도 준다.

시흥갯벌은 생태계의 보고다. 숭어, 망둥어, 참게, 방게, 농게, 짱둥어가 득실거리고, 재개비, 백로, 도요새, 쑥새, 중대백로, 쇠백로가 너울거린다.

친절한 해설사에게 이러한 갯골 생명체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갯골을 걸을 수 있다. 그 뿐인가! 곤충과 새소리를 들으며 갯골의 여름밤을 만끽할 수 있고, 갯벌에 뛰어 들어가 옴 몸으로 갯벌을 느낄 수도 있다. 분명 갯골의 매력에 흠뻑 취할 것이라 축제 관계자는 자신한다.

▲ 갯골축제 염전체험 ⓒ 시흥시


갈대를 엮어서 인형을 만들고 갈대를 염색해서 발을 만든다. 또, 갈대 잎으로 돛단배를 만들어 갯골에 띄워 보내기도 한다. 그러다가 갈대가 모두 사라지면 어떻게 하냐고? 그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갈대숲은 아주 넓고 갈대는 지천에 널려있다. 얼마나 넓으면 '갈대밭'이 아닌 '갈대숲'이라 했겠는가.

작은 갯골에서 대나무로 만든 뗏목을 타고 갯골 여행을 즐길 수 있으며, 갯골 수로에서는 천연재료로 만든 모형 물고기를 낚시로 잡을 수 있다.

야외무대에서는 올해로 4회 째를 맞는 '어쿠스틱 음악제'가 펼쳐진다. 전국 각지에서 참가한 실력 있는 음악인들이 각종 소음으로 피로해진 관객들에게 휴식을 안겨준다. '해수풀마당'에선 수중공연 '연풍연화'가 펼쳐지고, 에센시아트리오, 시립여성합창단과 시립전통예술단 공연이 3일 동안 열린다.

네팔과 파키스탄 유학생, 시흥 스마트 허브 외국인 근로자 등 인종과 국적에 상관없이 하나가 된다. 이들도 시흥 사람이기 때문이다.

▲ 2013년 어형선 퍼레이드에 김윤식 시흥시장(앞 줄 오른 쪽)도 참여했다. ⓒ 이민선


더욱 의미있는 것은, 축제의 주인이 철저하게 시민이라는 점이다. 시민이 추진위원단을 만들어 직접 축제를 준비했다. 축제 준비위원장도 시흥시민이고 '삼목어' 이야기를 만든 축제 감독도 시흥시민이다. 20명의 추진위원단 또한 당연히 시흥시민이다.

축제 시작 일주일 전에 방문한 시흥 갯골 생태공원은 폭풍전야처럼 고요했다. 전망대 앞에 전시돼 있는 '어형선'만이 이곳이 축제 장소였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 올해 축제의 마스코트가 '삼목어'라면 지난해 축제의 마스코트는 '어형선(물고기를 닮은 배)'이었다.

갯골 생태 공원을 함께 방문한 지인에게 '9년간이나 축제를 했는데, 흔적이 너무 없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 "축제란 그런 것, 밀물처럼 몰려든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것, 그러면서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 오로지 축제에 함께 했던 사람들 뇌리에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남아있는 것. 그게 바로 축제"라고 말한다.

'그래, 축제는 그래야 해, 추억만 남으면 되지'라고 혼잣말로 되뇌이며 구불거리는 갯골 길을 걸어서 나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안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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