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OECD 청소년 자살률 1위? 사실과 다르다
[주장] 심각한 수준인 것은 맞지만, 근거 부족한 '오명'
황우여 교육부 장관 :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이 1위이다."(2013년 대한청소년정신의학회 추계학술대회)
김문수 前 경기도지사 : "잘난 학생들이 많은 우리나라가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인 이유는 희망 없이 절망 속에 살기 때문이다."(2013년 경기도 청소년 기자단 발대식)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 "청소년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인 것에서도 나타나듯"(2014년 프레시안 인터뷰)
이외수 베스트셀러작가 :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는데 놀랍게도 자살률은 3관왕입니다. 국민 자살률, 노인 자살률, 청소년 자살률 1위"(2014년 채널예스 인터뷰)
한국의 청소년 문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것이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여러 유명 인사들도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청소년 자살률을 언급하였다.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례><매일경제> 등 주요 일간지 등의 칼럼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청소년 자살률은 정말 OECD 국가 중 1위가 맞을까? OECD에서 제시한 청소년 자살률 자료를 보자.
OECD 통계
OECD 청소년 자살률은 'OECD Family database'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 위 표는 OECD 국가의 15~19세 청소년의 자살률을 비교한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2008년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은 10만명 당 6.8명으로, OECD평균(6.5명)보다 약간 높다.
반면 러시아는 10만명 당 19.7명으로 최상위를 기록하였고, 뉴질랜드(15.7명), 아일랜드(12명), 핀란드(11.3명) 순으로 청소년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은 18위로, 1위를 기록한 러시아의 1/3 수준이고, OECD 평균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의 자살률이 200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였고, 세계적으로는 자살률이 감소하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는 이보다 자살률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
WHO 통계
또 다른 국제적인 청소년 자살률 수치로,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가 있다. 한국건강증진재단은 세계보건기구의 자료를 토대로, 2010년 청소년 자살률을 공개하였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은 청소년 10만 명 당 9.4명으로 OECD평균인 6.5명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한국보다 청소년 자살률이 앞서는 국가는 핀란드(14.2명), 뉴질랜드(13.7명), 칠레(10.7명), 일본(10.2명), 아일랜드(10명)로 5개의 국가가 존재한다.
WHO통계의 경우, 24세까지를 청소년의 범위로 설정하여 OECD 결과와 정확히 비교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OECD 평균에 근접하였던 OECD평가 결과와 달리 OECD 국가 중 6위라는 상당히 위험한 성적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공신력 있는 자료를 살펴보아도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청소년 자살률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확한 근거 없이 이러한 '오명'이 퍼지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원인1.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2014년 'OECD Factbook'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국가 중 1등이 맞다. OECD 평균은 12.4명인 반면, 한국은 10만명 당 33명이 자살하는 가장 자살률이 높은 국가인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비극적 사실이 '청소년 사망률' 1위라는 오명을 만든 원인 중 하나이다.
원인2. 자살, 청소년 사망원인 1위
또 다른 이유로 청소년의 사망원인 중 1위가 자살이라는 것이다. 2012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사망원인의 1위는 고의적 자해(자살)이 가장 높고, 운수 사고(교통사고)와 암 순으로 높다. 이러한 사실이 와전되어 청소년 사망률을 잘못 생각했을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결국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사실과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비극적 사실이 뒤섞여 만들어진 슬픈 자화상이다. 이러한 잘못된 지식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은 이를 무비판적으로 재생산한 언론의 탓도 있다.
'청소년 자살률이 1등이 아니니 안심하자'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은 OECD 평균을 상회하고 있고, 매년 꾸준히 증가하여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다만 중요한 것은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상황을 파악하고 난 후에야 올바른 대책을 세우고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OECD 청소년 자살률'이 1위가 아니지만, 1위라는 말에 수긍되는 현실이다. 아마도 이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청소년 자살률'을 통계적으로 산출한 객관적 자료가 아니라, 청소년과 학부모 개개인이 '청소년이 행복한 나라'라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루빨리 이 오명을 씻을 수 있기를 바란다.
김문수 前 경기도지사 : "잘난 학생들이 많은 우리나라가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인 이유는 희망 없이 절망 속에 살기 때문이다."(2013년 경기도 청소년 기자단 발대식)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 "청소년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인 것에서도 나타나듯"(2014년 프레시안 인터뷰)
이외수 베스트셀러작가 :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는데 놀랍게도 자살률은 3관왕입니다. 국민 자살률, 노인 자살률, 청소년 자살률 1위"(2014년 채널예스 인터뷰)
한국의 청소년 문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것이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여러 유명 인사들도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청소년 자살률을 언급하였다.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례><매일경제> 등 주요 일간지 등의 칼럼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 한겨레 뉴스화면 ⓒ 한겨례
그런데 우리나라의 청소년 자살률은 정말 OECD 국가 중 1위가 맞을까? OECD에서 제시한 청소년 자살률 자료를 보자.
OECD 통계
▲ OECD 15~19세 청소년 자살률(2008) ⓒ OECD
OECD 청소년 자살률은 'OECD Family database'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 위 표는 OECD 국가의 15~19세 청소년의 자살률을 비교한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2008년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은 10만명 당 6.8명으로, OECD평균(6.5명)보다 약간 높다.
반면 러시아는 10만명 당 19.7명으로 최상위를 기록하였고, 뉴질랜드(15.7명), 아일랜드(12명), 핀란드(11.3명) 순으로 청소년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은 18위로, 1위를 기록한 러시아의 1/3 수준이고, OECD 평균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의 자살률이 200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였고, 세계적으로는 자살률이 감소하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는 이보다 자살률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
WHO 통계
▲ 한국건강증진재단에서 제시한 OECD 국가 10~24세 청소년인구 자살률(2010, WHO자료에 근거) ⓒ 한국건강증진재단
또 다른 국제적인 청소년 자살률 수치로,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가 있다. 한국건강증진재단은 세계보건기구의 자료를 토대로, 2010년 청소년 자살률을 공개하였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은 청소년 10만 명 당 9.4명으로 OECD평균인 6.5명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한국보다 청소년 자살률이 앞서는 국가는 핀란드(14.2명), 뉴질랜드(13.7명), 칠레(10.7명), 일본(10.2명), 아일랜드(10명)로 5개의 국가가 존재한다.
WHO통계의 경우, 24세까지를 청소년의 범위로 설정하여 OECD 결과와 정확히 비교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OECD 평균에 근접하였던 OECD평가 결과와 달리 OECD 국가 중 6위라는 상당히 위험한 성적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공신력 있는 자료를 살펴보아도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청소년 자살률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확한 근거 없이 이러한 '오명'이 퍼지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원인1.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 OECD 국가 자살률 통계(2014, OECD Factbook) ⓒ OECD
2014년 'OECD Factbook'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국가 중 1등이 맞다. OECD 평균은 12.4명인 반면, 한국은 10만명 당 33명이 자살하는 가장 자살률이 높은 국가인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비극적 사실이 '청소년 사망률' 1위라는 오명을 만든 원인 중 하나이다.
원인2. 자살, 청소년 사망원인 1위
▲ 연령별 3대 사망원인(2012, 통계청) ⓒ 통계청
또 다른 이유로 청소년의 사망원인 중 1위가 자살이라는 것이다. 2012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사망원인의 1위는 고의적 자해(자살)이 가장 높고, 운수 사고(교통사고)와 암 순으로 높다. 이러한 사실이 와전되어 청소년 사망률을 잘못 생각했을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결국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사실과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비극적 사실이 뒤섞여 만들어진 슬픈 자화상이다. 이러한 잘못된 지식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은 이를 무비판적으로 재생산한 언론의 탓도 있다.
'청소년 자살률이 1등이 아니니 안심하자'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은 OECD 평균을 상회하고 있고, 매년 꾸준히 증가하여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다만 중요한 것은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상황을 파악하고 난 후에야 올바른 대책을 세우고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OECD 청소년 자살률'이 1위가 아니지만, 1위라는 말에 수긍되는 현실이다. 아마도 이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청소년 자살률'을 통계적으로 산출한 객관적 자료가 아니라, 청소년과 학부모 개개인이 '청소년이 행복한 나라'라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루빨리 이 오명을 씻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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