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나오는 아파트... 이런 '비밀' 숨겨져 있다
[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 위험한 아스팔트와 시멘트. 관련 기준 바뀌어야
▲ 흰 페인트가 칠해지지 않은 곳에도 시뻘건 녹이 가득합니다. 아스팔트가 녹슬다니 무슨 일일까요? 그 원인을 찾아보았습니다. ⓒ 최병성
아스팔트가 빨갛게 녹슬었습니다. 아스팔트가 녹슬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특이 이곳은 도로 포장한 지 1년밖에 안 됐기 때문입니다.
'녹슨 아스팔트'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울 시내를 비롯해 전국의 도로, 심지어 섬마을의 도로에서도 붉은 녹 자국을 볼 수 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이 머물던 진도 체육관 주차장 앞 아스팔트에서는 시뻘건 녹 덩어리가 발견됐습니다.
▲ 아파트 주차장 아스팔트에 붉은 녹이 슬었습니다. 전국 모든 곳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 최병성
아스팔트 위의 빨간 녹, 정체는...
아스팔트는 원유에서 석유를 만들고 난 후 남은 흑갈색의 탄화수소 화합물 찌꺼기로 절대 녹슬지 않습니다. 아스팔트에 새겨진 붉게 녹슨 흔적은 일반인들에겐 이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스팔트에 빨간 녹 자국이 생긴 이유가 있습니다. 제철소에서 철을 만들 때 발생하는 찌꺼기를 도로 포장하는 아스콘에 섞기 때문입니다. 바로 여기에 아스팔트 방사능 원인이 숨어 있습니다.
제철소에서 고철을 녹여 철을 만들면 '슬래그'와 분진을 집진한 '더스트'라는 두 종류의 폐기물이 발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이 포함되면, 슬래그와 더스트에 고농도의 방사능이 잔류합니다. 방사능은 고온의 열을 가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011년 서울 노원구 월계동 골목길 아스팔트에서 방사능이 검출돼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문제는 아스팔트 방사능은 월계동 골목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월계동만큼 높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안전하다는 0.3μ㏜/h(마이크로시버트) 기준을 넘는 방사능 아스팔트는 전국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경기도 안양의 한 골목길에서도 0.6μ㏜/h가 넘는 방사능이 측정됐습니다.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주변 마을에서는 방사능 수치가 1.2μ㏜/h 정도 나았습니다. 방사능 제염 작업이 이뤄진 곳의 수치는 0.6μ㏜/h였습니다. 국내 아스팔트에서 후쿠시마 제염 작업이 이뤄진 곳과 비슷한 수치의 방사능이 검출된 셈입니다.
▲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아스팔트에 방사능이 안전 기준치인 0.3마이크로시버트를 넘는 곳이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사진 위 1.930μ㏜/h는 노원구 아스팔트의 방사능 값이고, 아래 0.622μ㏜/h는 우리 주위에 흔하게 널린 아스팔트의 방사능 값입니다. 우리가 걸어다니는 길이 방사능 위험에 노출돼다는 걸 보여줍니다. ⓒ 최병성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제철소에서 사용하는 고철에서 지난 10년간(2009년 기준) 총 121건의 방사능이 검출되었습니다. 수입 고철에서 85건, 국내 고철에서 36건이 발견됐습니다.
제철소는 철광석과 재활용 고철을 녹여 자동차, 조선, 기계 산업 등에 필요한 철을 생산합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철광석 99%, 고철 23% 이상을 수입합니다. 정부는 외국에서 수입한 고철에서 방사능이 검출되면 원 수출국으로 되돌려 보내게 합니다. 국내 고철에서 방사능이 검출되면 공급업체로 반송한 후 교육과학기술부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철소에서 재활용되는 고철을 모두 방사능 조사 할까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멀리서 수입한 고철에서 방사능이 일부 검출되었다고 반송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국내 고철도 어디서 왔는지 그 출처를 밝히기 어렵습니다. 제철소에 고철을 납품하는 재활용고철 업체는 전국에 250여개에 이릅니다. 중소형 수집상은 8000여개가 넘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지난 7일 부산항만을 통해 수입된 일본산 수입 고철에서 방사성 오염 물질이 검출되어 격리조치 후 반송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원안위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2012년 7월부터 항만에 감시기를 설치하여 방사성오염 고철의 국내 유입을 차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 모 제철소에서 고철이 하역되고 있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항만에 설치했다는 방사능 측정기가 아무 소용없는 것이지요. 정부의 주장과 달리 고철의 방사능 위험은 우리 곁에 상존합니다. ⓒ 미디어다음 캡쳐
하지만 원안위의 주장은 한낱 공염불이었음이 금방 탄로 났습니다. 지난 20일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방사선 감시기가 설치되지 않은 군산항을 통해 수입된 고철이 2013년 64만9000톤이며, 이 중 45만3000톤이 일본에서 수입된 고철이었습니다. 특히 올해에도 6월까지 군산항을 통해 32만9000톤의 고철이 수입되었다고 합니다.
고철 수입업자들은 방사능 측정기가 설치되지 않은 항만으로 통해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을 지속적으로 수입해온 것입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 슬래그와 더스트가 아스팔트에 혼합 사용돼 전 국민이 방사능 위험에 노출된 것이지요.
아파트에서도 방사능이 나온다?
많은 국민의 거주 공간인 아파트는 방사능에서 안전할까요?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 높은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제보를 받고 달려갔습니다. 제 눈앞에 믿겨지지 않는 방사능 수치가 측정되었습니다. 안방에서 1.138μ㏜/h가 넘는 방사능이 검출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일반 주택 안의 방사능은 0.3μ㏜/h 이내였습니다. 그러나 이 아파트에서는 정상 값의 4배에 이르는 심각한 방사능이 검출되었습니다.
▲ 아파트 안방에서 검출된 믿기지 않는 방사능입니다. 24시간 이곳에서 산다면 연간 허용 피폭량을 넘어섭니다. ⓒ 최병성
이 정도 높은 방사능이 나오는 아파트에서 24시간 생활하면? 연간 피폭 허용선량 1m㏜/h(밀리시버트)의 10배에 이르는 9.9m㏜/h에 노출되는 셈입니다. 과연 가족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을까요? 제보하신 분은 불안해서 살 수 없다며 다른 곳으로 이사 갔습니다. 월계동 아스팔트가 논란이 되자 주변 사람들이 건강보다 아파트 값이 떨어질 것부터 걱정했는데, 만약 이 아파트가 공개된다면 그 파장은 얼마나 클지 걱정입니다.
아파트에서 방사능이 높게 나온 이유를 찾아보았습니다. 방사능이 높게 검출되는 곳은 시멘트벽이었습니다.
아파트 실내에서 방사능이 나올 수 있는 근거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로 만든 시멘트 속의 철근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시멘트자체에서도 방사능이 나올 수 있습니다.
시멘트에서 방사능이 나오는 이유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고철 쓰레기 슬래그를 아스팔트에 섞었기 때문에 아스팔트에서 방사능이 검출되는 것처럼, 시멘트 제조에도 온갖 쓰레기가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시멘트를 돌가루로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집 짓는 데 사용되는 시멘트는 석회석과 함께 전국에서 발생하는 전기·전자·자동차·반도체·석유화학 등 전국 산업체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들을 섞어 만듭니다.
▲ 자원절약과 매립장 수명 연장이라는 미명 아래 전국의 모든 공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시멘트 제조에 사용한다고 밝히는 시멘트공장의 홍보물입니다. 그림 좌측 빨간표 안을 보면 체철소 슬래그와 폐기물이 시멘트공장으로 반입된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 쌍용시멘트 홍보 책자
원래 시멘트는 석회석에 점토, 철광석, 규석을 섞어 유연탄에 구워 만듭니다. 그러나 지금은 재활용이라는 미명하에 점토 대신 석탄재와 하수 슬러지, 소각재 등을 사용합니다. 또 철광석과 규석 대신 제철소에서 고철을 녹이고 나온 폐기물인 슬래그와 폐주물사 등을, 유연탄 대신 폐타이어, 폐고무, 폐비닐, 폐유 등을 혼합하여 태워 만듭니다.
아파트 실내 방사능의 원인으로 철근뿐 아니라 시멘트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아스팔트에 녹이 슬었다고 모두 방사능이 높게 검출되는 것은 아닙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 슬래그가 아스팔트에 혼합되었을 때 방사능이 높게 검출됩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시멘트가 다 방사능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 슬래그가 시멘트 제조에 사용되었을 때 아파트에서 방사능이 검출됩니다.
▲ 모 시멘트 공장에 가득 쌓인 포대를 열어보니 고철을 녹이고 남은 찌꺼기들로 가득했습니다. 만약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이 있다면 시멘트에도 방사능이 잔류 할 수 있습니다. ⓒ 최병성
시멘트에서 방사능이 나올 가능성은 또 있습니다. 국내 시멘트 회사 세 곳이 일본에서 폐타이어를 수입해 시멘트 제조에 사용합니다. 폐타이어를 통으로 들여오면 폐기물이라 불법이지만, 잘게 썰어 들여오면 연료 수입이라 합법으로 변신합니다. 조삼모사가 따로 없지요. 일본에서 수입된 폐타이어 조각들을 보면 온갖 흙덩이가 묻어 있습니다. 일본 어디에서 온 것인지도 모르는 이 폐타이어들은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았을까요?
폐타이어가 사용된 시멘트가 왜 위험하냐구요? 시멘트의 유해성을 알기 위해서는 시멘트 제조의 특성을 알아야 합니다. 시멘트는 석회석과 온갖 폐기물들을 혼합해 1400도 고온으로 태워 만들어집니다. 석회석과 소각재, 하수 슬러지, 공장 슬러지, 슬래그 등 온갖 쓰레기를 혼합하여 길이 60~70m에 이르는 대형 원통에서 소각합니다. 이를 시멘트 소성이라고 합니다. 쓰레기가 소각돼 시멘트가 만들어지는 이 긴 원통을 소성로라고 부릅니다.
길이 70m에 이르는 소성로 전체 온도를 1400도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폐고무 등 가연성 폐기물을 소성로 안에서 함께 태워야 합니다. 석회석과 혼합된 온갖 쓰레기들이 소성로 안에서 함께 타고 난 소각재가 시멘트가 되는 것이지요.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에는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이 가득합니다. 방사능이 잔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 시멘트 회사들이 강원도 동해항으로 수입하고 있는 일본 폐타이어입니다. 일본에서 들어 온 배에서 폐타이어를 하역 중이고,(사진 상) 흙 범벅인 폐타이어 조각을 살펴보니 'made in japan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이 더러운 폐타이어는 일본 어느 곳에서 가져왔는지, 방사능에 안전한지, 정말 궁금합니다. ⓒ 최병성
아파트 실내의 방사능 원인이 시멘트인지, 콘크리트 내부의 철근 때문인지는 더 조사를 해봐야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멘트를 사용한 아파트 실내에서 방사능이 높게 나올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도 방사능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기준치 이내 방사능이기에 안전? 천만에!
일상에서 방사능은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늘 기준치 이내라 건강에 아무 문제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잘못입니다. 낮은 방사능이라도 안전하다는 증거는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방사능 안전 기준치는 결코 없습니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평생 담배를 피워도 폐암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담배를 안 피웠는데도 폐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의 신체 조건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유해 환경요소가 미치는 영향 또한 각기 다릅니다.
또 한 사람의 신체 안에서도 조직과 장기의 특성이 다릅니다. 그런 까닭에 '기준치 이내라 안전하다'는 주장은 국민을 기만하는 주장에 불과합니다.
오늘도 우리는 방사능 아파트에서 잠 자고, 방사능 아스팔트 위를 걷고, 방사능 아스팔트 고속도로 위에서 운전합니다. 낮은 피폭도 반복되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늘어나는 게 사실입니다.
환경부는 재활용이라는 미명 아래, 폐기물로 아스팔트와 시멘트를 만들도록 허용했습니다. 국민의 건강보다 기업의 비용 절감과 이익을 먼저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라도 기업의 이익보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올바른 환경 정책이 수립돼야 합니다.
▲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쑥쑥 올라가는 아파트는 쓰레기 시멘트로 만들어집니다. 발암물질과 유해중금속으로 가득하고, 방사능도 잔존할 수 있는 쓰레기 시멘트는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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