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는 폭염 탓, 물고기 떼죽음은 미스터리?
[위기의 4대강, 어디로 가나⑤] 4대강을 '재자연화' 해야 하는 이유
4대강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큰빗이끼벌레와 녹조가 창궐하고 있는 4대강. 어느 누구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채, 환경오염, 예산 낭비 등 부작용만 속출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4대강이 나아갈 길을 모색해봅니다. [편집자말]
영화는 1981년부터 1990년까지 장장 10년을 끌었던 소송 과정에서 나타난 거대 기업의 조직적 증거 은닉과 왜곡, 판사의 직권남용, 대형 로펌의 횡포 등을 폭로한다. 그런데 이 오래된 사건이 보여주는 지난한 싸움 과정이 지금의 4대강 논쟁과 닮아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4대강의 경우 논쟁의 상대가 기업이 아니라 '정부'라는 점이다.
녹조는 폭염 탓, 어류 집단폐사는 미스터리?
▲ 어부가 금강에 쳐놓은 그물에는 물고기 한 마리와 큰빗이끼벌레만 가득 차 있었다. ⓒ 김종술
영화에서 보이는 논리 공방과 책임 회피가 4대강 사업에서는 정부와 시민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는 4대강 사업 완공 후 점점 심각해지는 녹조를 하늘 탓으로 돌리고, 완공 후 금강과 낙동강 등에서 발생한 유례없는 어류의 집단 폐사에 대해 '미스터리'라고 하면서도 이는 4대강 사업과는 상관이 없다는 모순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된 큰빗이끼벌레에 대해서도 '하천의 호수화'라는 중요한 맥락은 떼어 놓은 채, 독성이 없으므로 무해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해서 발표하고 있다.
정부가 이렇게 4대강 사업의 부작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이유는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사업의 공익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국민 절반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강행한 이 토목사업의 주체가 바로 정부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하천이나 식수원을 관리하고, 개선시킬 책무가 애초에 바로 그 '정부'에 있으며, 정확한 상황 파악과 대책 수립 없이는 앞으로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즉, 정부는 국민과 시민단체가 제기하는 4대강 사업의 의혹들에 대해 변명에만 그칠 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향을 설정하고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한 방향을 설정하는데 선행 되어야 할 게 있다. 4대강 사업 이전에 하천과 관련된 법, 규제 발달 과정 및 흐름에 대한 이해와 함께 4대강 사업이 근본적으로 그러한 방향과 얼마나 맞지 않는 사업인지를 명확히 인정할 필요가 있다.
4대강 사업 이전의 물 관리 방향은 '인간 영향의 최소화'
▲ 생태하천 복원전의 무심천(좌)과 복원후의 무심천(우) 모습(출처: 환경백서). 4대강 사업 이전의 하천 복원 방향은 습지와 다양한 서식처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 환경백서(환경부,2007)
우리나라의 물 관리 대책은 1980~1990년대의 각종 사건 사고에 따라 수립된 다양한 계획들과 이후 수립된 '4대강 물관리 종합대책(1998-2005)'에 이어, 2006년에 수립된 '물환경관리 기본계획-4대강 대권역 수질보전 기본계획(2006-2015)'으로 대표된다.
'물환경관리 기본계획'이 포함하고 있는 다양한 하천 수질 개선 정책을 크게 분류하자면 오염원 저감, 하천의 자정작용 회복 그리고 하천을 관리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제도와 시스템의 구축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오염원 저감 정책은 1970년대 이후 도시화 및 산업화에 따른 하천의 급격한 수질 저하를 해결하기 위해 하수처리장 등을 건설하던 단계부터, 최근 비점오염원(일정한 배출구를 갖지 않는 오염으로 농약 및 비료 성분, 토사유실, 도로의 오염물질 등)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유역통합관리 개념이 도입되는 단계까지 다양한 시행착오와 발달 과정을 거쳐 왔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홍보하면서 예로 든 한강 수질 개선 경우를 보면, 한강종합개발사업에 따른 인공 제방이나 보의 건설 때문이 아니라, 초기 산업화에 따른 수질 악화가 점오염원(일정한 배출구를 가지는 오염을 말하며 도시의 생활하수, 산업폐수, 축산폐수 등)을 제어한 결과 개선된 것으로 보는 게 훨씬 타당하다.
또한, 4대강 사업 이전에는 오염원을 상수원으로부터 격리하기 위해 수변구역을 지정하고 입지제한을 할 뿐 아니라, 사유지를 매수하는 등 하천 주변 지역을 적극적으로 보전하는 방향이 전제되어 있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에 따른 '친수구역' 지정은 이러한 정책에 완전히 역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천의 자정작용 회복 역시 마찬가지다. 이전 계획인 '4대강 물관리 종합대책'의 목표였던 '안전한 먹는 물 확보'라는 목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수생태계의 건강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자연형 하천 복원, 배후습지 보존 및 복원, 수변생태벨트 조성 등을 내용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이러한 목표의 변화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오염원을 제어하여 인간의 영향을 최소화하여 거들 뿐, 결국 궁극적인 수질 개선을 위해서는 자연 시스템이 스스로 가지고 있는 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인식에 다른 것이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하천이라는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특성인 '흐름'을 없애고, 자정작용이 일어나는 중요한 공간인 습지 및 하상의 모래들을 파내면서 사람이 강을 제어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나타난 녹조와 큰빗이끼벌레 등 4대강의 변화는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가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는 태도는 당혹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다.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는 사업 반대 측이 제기한 우려들을 부정하기에 급급하더니, 예상치 못했던 속도와 수준으로 나타난 최근의 상황에 대해서는 명확한 대책도 가지고 있지 않아 보인다. 변화하는 시스템에 대한 지식의 부재, 불확실성의 급증은 언제든 원수의 안정성(stability)과 먹는 물의 안전성(safety)을 동시에 위협할 수 있다.
'시빌 액션' 사건의 결말이 박근혜 정권에게 시사하는 것
▲ <시빌 액션> 영화 포스터. ⓒ 시빌 액션
그러나 사건기록이 미국 환경청(US EPA)에 넘어가면서 사태는 반전된다. 민사소송에서는 원고 측이 패소하였지만, 1990년대 들어 정부가 강력한 환경보호법(CERCLA, 일평 수퍼펀드법)을 무기로 기업들이 증거를 고의적으로 은폐한 것을 근거삼아 폐기물 정화비용으로 6940만 달러를 추징했다. 이 사건은 뉴잉글랜드 지방에서 가장 어렵고 값비싼 환경사건으로 기록된다.
<시빌 액션>이라는 제목을 번역하면, 법정 용어로 '민사 소송'이란 뜻이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이 사건이 단순히 '하나의 민사 소송'이라고만 하기에는, 사회적 의미가 크기 때문에 붙인 역설적인 제목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실제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The Civil Action'이 아니라 'A Civil Action'이다).
이 사건의 과정과 결말은 우리에게, 그리고, 정부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사건이 발생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미국 정부는 무고한 시민들의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금액을 배상케 함으로써 사회에 해악을 끼친 기업의 처벌에 강력한 전례를 남겼다.
하물며 스스로 시작한 사업에 대해 현재 우리 정부가 보이는 태도는 무책임함을 넘어, 정부의 근본적인 존재의 의미마저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고 스스로의 책무를 시장과 민간의 영역으로 전가하는 대신, 지금이라도 그 간의 하천 정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다시 뱃머리를 돌려야 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주)국토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이자 생명의 강 연구단 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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