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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병 가혹행위 핵심 목격자 "군 당국이 내 의견 묵살"

[현장] 군인권센터, 28사단 사망 사건 3차 브리핑..."초기부터 유가족 만나고 싶었다"

등록|2014.08.27 15:26 수정|2014.08.27 19:47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28사단 윤일병 폭행사망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기사 보강 : 26일 오후 7시 43분]

육군 28사단 가혹행위 사망사건의 핵심 목격자인 김아무개 일병이 피해자 윤아무개 일병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싶고, 유가족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군 당국이 이를 묵살했다는 직접 증언이 나왔다.

김 일병은 당시 의무지원반의 입실 환자로 윤 일병이 전입해온 날부터 사고가 난 날까지 대부분의 가혹행위를 목격한 핵심 증인이다. 국방부는 지난 8월 11일 브리핑에서 "김 일병에게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진술해 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는데, 부모가 그럴 필요 없다고 거절해 현재 진술을 받기 쉽지 않다"라고 밝힌 바 있다.

죄책감 시달린 김 일병 "처음부터 윤 일병 돕고 싶었다"

27일 군인권센터 1층 소통실에서 열린 28사단 집단구타 사망사건 관련 3차 브리핑에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지난주에 만난 김 일병의 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흔쾌히 전화를 받아줬고, 김 일병이 '사건 초기부터 유가족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라면서 "직접 만나본 김 일병과 그 가족들은 국방부의 언론 보도와 판이하게 달랐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군 당국은 허위 브리핑을 하고, 이런 사실을 은폐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윤 일병을 생전에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김 일병은 사건 초기부터 유가족과 만나고 싶다고 강하게 의사를 밝혔다. 임 소장에 따르면 "김 일병은 28사단 병영생활상담관에게 전화해서 장례식에 참석하고 싶고, 유가족과 어떻게 만날 수 없겠냐고 물었지만 상담관은 '유족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는 이야기만 했다"라고 전했다.

또 "김 일병이 의무대에 입실해있느라 직접 연락을 할 수 없을 때는, 김 일병의 아버지가 그를 대신해 부대에 '유가족과 만난 적이 있느냐, 없느냐'고 물었지만 군 당국 어느 누구도 만나게 해주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군 당국이 핵심 목격자이자, 증인인 김 일병이 재판에 나오는 데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임 소장은 "김 일병의 아버지는 공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김 일병의 건강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은 상태였기에 지금은 증인 출석이 어렵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후 군 검찰관은 증인 신문과 관련된 어떤 요청도, 일체의 연락도 하지 않고 공판을 진행했다"라며 "이는 김 일병을 증인으로 신문할 생각이 없었다는 사실을 잘 드러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증인)불출석에 대한 검찰관의 설명이나 확인이 없으면 군 판사나 심판관이 공식적인 확인을 거쳐야 함에도 약속이나 한 듯 이 과정을 생략해 버렸다"라고 주장했다.

"사망당일 가혹행위 알려진 것보다 잔인해"

▲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 군 수사기록


군 인권센터와 만난 김 일병은 윤 일병 사망 당일 '의혹의 40분'에 대해서도 자신이 목격한 사실을 자세히 진술했다. 김 일병에 따르면 윤 일병이 사망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가해진 가혹행위는 알려진 것보다 잔인했다.

지난 4월 6일 오후 4시께 가해자 이아무개 병장은 탈진해 수액 주사를 맞고 있던 윤 일병을 깨운 뒤 냉동식품을 강제로 윤 일병의 입에 넣으며 가슴 부위를 폭행했다. 폭행으로 인해 윤 일병의 입에서 음식물이 튀어나오자 이 병장은 "먹어, 먹어, 계속 먹어, 먹다가 체하는 게 뭔지 알려주겠다"라면서 가혹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또한 구타에 시달려 정신이 혼미해진 윤 일병이 '물 좀 마셔도 되겠습니까'라고 묻자, 이 병장이 기존 증언대로 1분이 아니라 '3초' 안에 다녀오라고 지시한 점도 새롭게 밝혀졌다. 물을 마시고 올 수 없는 시간을 주고,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계속 가혹행위를 당하던 윤 일병은 결국 오줌을 싸면서 침상에 쓰러졌다. 이 병장은 쓰러진 윤 일병의 가슴을 발로 내리 찍고, 주먹으로 세게 내리쳤다.

김 일병은 군 간부들의 부대 관리가 소홀했다는 점을 전하기도 했다. 하루 평균 10여 명의 간부들이 약을 타기 위해 의무대에 방문했지만, 어느 누구도 폭행 사실을 몰랐다. 특히 3월 8~9일께에는 대대장이 의무대에 왔지만 윤 일병을 눈여겨보지 않았다. 임 소장은 "병사들을 관리 감독하며 보호해야 할 간부들이 정작 병사들에게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 군 수사기록


군 당국은 증인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보호도 소홀히 했다. 김 일병은 가해자들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조사를 받아야 했으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가해자와 마주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오랫동안 입실해 있어 폭행 정황을 잘 알고 있는 김아무개 일병과 강아무개 일병은 단 한 차례의 조사도 받지 않았다. 이에 임 소장은 "28사단 헌병대의 초동수사부터 군단과 검찰부 수사까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한 김종대 군 인권센터 운영위원 겸 <디펜스21> 편집장은 "병영문화 혁신도 중요하지만 헌병대의 고질적인 수사 부실을 환골탈태해야 한다"라고 지적한 뒤 "3군 사령부의 부실수사와 사건 축소 및 은폐를 중단하고, 국방부 장관이 직접 수사를 요청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유가족 측 법률대리인 대표인 정윤순 변호사는 "피고인들은 일반인보다 의학 상식이 풍부한 의무병으로서 피해자의 몸 상태가 쇠약한 것을 알면서도 가슴, 복부 등 급소를 집중 구타"한 점을 지적하면서 "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볼 수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군사법원에 제출하겠다"라고 밝혔다.

▲ 28사단 폭행사망사건 희생자 윤 일병의 친 누나가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 일병과 같은 내무실을 사용했던 김 아무개 일병이 윤 일병과 유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있다. ⓒ 이희훈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윤 일병의 둘째 누나가 참석해 김 일병이 보낸 편지를 직접 낭독했다. 김 일병은 편지에서 "저의 두려움과 공포로 선뜻 나서지 못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라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저는 남은 평생을 두고 반성하고 느끼겠다"라고 전했다.

다음은 김 일병이 보낸 편지 전문이다.

○○씨에게!
○○씨! 정말 죄송합니다.

수개월이 지났지만 저의 두려움과 공포로 인해 ○○씨를 위해 선뜻 나서지 못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습니다. ○○씨가 가혹행위를 당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저는 남은 평생을 두고 반성하고 느끼겠습니다.

변명일지 모르지만 저의 몸은 따라주지 못했습니다.
졸병으로서 가해병사들에게 '그만 좀 하라'는 말은 할 수 있었지만, 제게 그들을 막을 육체적 힘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의무지원관에게 "이거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라고 말로서만 그치지 말고 애원이라도, 아니면 맞아 죽을 각오로 가혹행위가 중단되도록 달려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씨를 보내던 날 ○○씨의 장례식장을 가려했지만 입실환자 신분으로 그 자리에 가는 것을 아무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 저의 죄송함을 표현하기 위해, 망연자실해 하고 계실 ○○씨 부모님과의 만남을 수차례 원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았습니다.

○○씨!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제가 소속된 중대가 훈련에 가고 없어 저의 식사 배급이 원활치 않았던 때 ○○씨가 저를 위해 PX에서 음식을 사다가 같이 먹자고 했던 기억, 그리고 본인의 힘든 고통 속에서도 환자인 제게 베풀었던 의무병 본연의 모습,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많은 기억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씨! 사랑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편히 쉬십시오.
당신을 위해 항상 기도하겠습니다.

김 일병 드림

군 검찰 "김 일병 부친이 출석 거부의사 표시해 증인신청 철회"

한편, 군 인권센터의 브리핑에 대해 군 검찰은 27일 오후 입장자료를 통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제3야전군사령부 보통검찰부는 "군 검찰은 이미 김 일병에 대해 충분히 조사하고 그 조사결과를 증거로 제출하였을 뿐 아니라 피고인들의 범죄행위를 법정에서 생생히 증언토록 하기 위해 증인신청을 한 바 있다"며 "그러나 김 일병의 부친이 김 일병의 건강상태 등을 이유로 출석 거부의사를 표시해 증인신청을 철회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보통검찰부는 "현재 군 검찰은 엄정한 수사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재판절차에서 김 일병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증언을 들을 계획"이라며 "그러므로 김 일병은 앞으로 진행될 절차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증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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