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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푸른 초원이 일본 핵폐기물 '무덤'으로... 참담하다

[나의 몽골-바이칼 여행기 ③] 에르덴 조림사업장을 가다

등록|2014.09.03 11:55 수정|2014.09.04 17:47
몽골 울란바토르의 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시 다른 아침을 맞이한다.

오늘은 버스를 이용해 이동한다. 울란바토르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익숙한 초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중간에 낙타가 보인다. 우리 일행은 잠시 버스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낙타를 타 볼 수 있었다.

물을 저장한다는 낙타 등, 생각보다 단단하다

▲ 필자가 소녀의 손에 이끌려 낙타 체험을 하고 있다. ⓒ 정수현


낙타 주인은 꼬마 남매다. 3불 정도의 돈을 받고 2~3분 정도 근처를 돈다. 손님들이 많아보여서 빨리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나를 이끌어 주었던 소녀는 뛰는 시늉을 하며 알아들을 수 없는 몽골어로 이야기한다. 안장도, 발판도, 고삐도 없이 낙타 혹을 붙잡은 모습은 불안해 보인다. 순간, 생존 본능으로 세차게 고개를 가로 지으며 외쳤다. 

"NO! NO! 천천히! 천천히!"

낙타 등은 말에 탔을 때보다 더 높게 느껴진다. 물이 저장되어 있다는 혹도 마치 뼈를 만지는 것처럼 단단하다.

▲ 원래는 숲이었으나 사막화로 인해 나무가 몇 그루 안 남아있는 초원 ⓒ 정수현


푸른 초원에 듬성듬성 서 있는 나무 풍경. 아름다움에 절로 감탄이 나왔는데, 사정을 알고 보니 안타깝다. 원래는 숲이었던 이 지역이 사막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무들이 사라지고 몇 그루 안 남은 것이란다.

멀리서 온 아시아의 형제에게 친절 베푼 샤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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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샤먼 영상 ⓒ 정수현


▲ 몽골 곳곳에서 샤머니즘의 전통과 흔적을 마주할 수 있다. ⓒ 정수현


그곳에서 우리는 신기하지만, 익숙한 광경을 목격했다. 어떤 취지의 기도 혹은 행사인지는 모르겠으나 샤먼이 북을 두드리며 의식을 지내고 있었다. 우리를 가이드 해 주었던 한국인 간사도 1년 반 정도 몽골에 살았지만, 실제로 샤먼이 의식을 올리는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라고 한다.

샤먼은 우리에게 촬영도 허락해 주었고, 멀리서 온 아시아의 형제들에게 나무를 세 바퀴 돌며 소원을 빌라는 친절도 베풀어 주었다. 동북아시아에 퍼져있는 샤머니즘의 뿌리와 동질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 에르덴 조림사업장 전경 ⓒ 정수현


우리가 향한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는 에르덴 조림사업장이다. '푸른 아시아'에서는 몽골 지역 몇 군데에서 사막화 방지를 위한 조림사업을 하고 있는데, 에르덴은 지역명이고 우리나라로 치자면 군 단위 정도의 규모이며 울란바토르에서는 50Km 정도 떨어져 있다.

원래는 후원 개념으로 나무심기를 생각했으나, 8월은 나무를 심는 시기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조림사업장 운영에 대한 설명을 듣고 푸른 몽골과 평화로운 아시아를 향한 바람을 담은 나무 명패를 다는 것으로 후원 활동을 대신한다.

▲ 천진난만한 미소의 몽골 아이들 ⓒ 정수현


모든 아이들이 그렇지만, 이곳의 아이들은 정말로 밝고 순수하다.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하고 자신에게 호의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서 그런지 처음 보는 우리를 경계심 없이 대하고, 짧은 한국어 인사말을 건네기도 한다.

▲ 에른덴 조림사업장에서 작물 재배를 하고 있는 현지인들 ⓒ 정수현


몽골 현지인 몇 가구가 '푸른 아시아'의 활동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조림사업과 농업에 대한 기술도 배우며 조림사업장에서 함께 살고 있다.

나무가 자라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아직은 자립의 기반을 잡기에는 부족하지만, 몽골 현지인 가정들이 궁극적으로는 후원이 아닌 자립으로 경제활동을 하며 몽골을 푸르게 지켜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림사업장을 떠난다.

▲ 사진이 멀어 잘 보이진 않지만, 한 곳에선 사막화방지 환경사업을, 한 곳에서 환경을 파헤쳐 이윤을 취하고 있다. ⓒ 정수현


그런데 조림사업장을 나서면 1분도 안 되는 거리 길 건너편으로 모래를 채취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한 쪽에서는 환경보존을 위해 나무를 심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땅을 파헤쳐 모래를 긇어내고 있고…. 더욱 아이러니 한 것은 두 곳 모두 몽골 정부의 후원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환경보존, 그래 좋은 일 하네.  고마워~ 우리가 후원해줄께.', '이윤창출, 고용도 해주고 좋지. 그래 사업하는 거 우리가 밀어 줄게.' 이 논리 아니겠는가. 어디 몽골에만 해당되랴마는, 그래도 한 장의 사진에 담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두 장면을 목격하니 기분이 묘해진다.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일본이 요즘 몽골에 그렇게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자국에서 배출되는 핵폐기물을 묻을 장소로 염두에 두고. 물론 거리도 멀고 중국이나 러시아 땅을 지나가야 하는 문제가 있어 해결해야 할 난관이 많지만, 매우 적극적으로 구체화하고 있어 아시아의 환경 운동가들이 그 추이를 근심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단다.

몽골의 푸른 초원과 고비사막이 핵폐기물의 무덤이 된다면, 그 아픔이 과연 몽골만의 문제로 국한될까? 우리 모두는 하나로 연결된 존재인데….

▲ 길가에서 마유주를 마시다. ⓒ 정수현


우리나라 지방 국도를 달리다보면 지역의 특산물을 판매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듯이, 버스를 한참 달리다 보니 몇 개의 천막이 모여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마유주(馬乳酒)를 파는 곳이다. 말 젖으로 발효해 만든 술. 

일행 중에는 애주가들이 많았는데 이곳을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생김새가 꼭 막걸리와 유사한데 맛은 많이 다르다. 도수가 높지는 않은데 아주 시큼하다. 변비가 심한 사람들도 한 그릇 들이키면 바로 화장실로 달려갈 수 있단다(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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