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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거북선 야간 운항 재개해야"

여수시-항만청 거북선 야간 운항 놓고 갈등...귄익위 결정 따르기로

등록|2014.09.02 17:18 수정|2014.09.03 13:49
올 초 다녀온 유럽 여행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아내와 함께 간 8박 9일 여행의 백미는 프랑스 파리 센 강에서 탔던 유람선의 야간 운항이었다.

센 강의 '밤바다'는 그야말로 환상이다. 유람선을 타고 스쳐 지나가는 야경을 바라보면 중세에서 현재를 둘러보는 기분이었다. 프랑스의 밤바다가 이렇게 멋질 줄이야.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전율이 흐른다. 사각 선실마다 안에서 밖을 볼 수 있는 대형 유리와 천장이 확 트인 야간 유람선은 관광객의 편의에 딱 맞는 맞춤 공간이었다.

물의 도시 베니스도 마찬가지다. 곤돌라를 타고 두칼레 궁전과 한숨의 다리를 지날 때 마치 산타루치아가 된 느낌이었다. 노래 가사처럼 창공의 빛난 별이 물 위에 어리는 느낌이랄까. 물보다 낮은 땅이지만 이를 극복하고 살아가는 베니스인들에게 '바다'는 신이 주신 선물로 보였다.

거북선 '야간운항' 사라진 국내 최고 여수 밤바다

▲ 세월호 사고이후 거북선 유람선의 야간운항이 중단됐다. 사진은 야간운항당시 거북선호의 모습 ⓒ 여수시 제공


파리 센 강에 견줄 국내 최고의 밤바다 하면 단연 여수가 떠오른다. 가수 버스커버스커가 <여수밤바다>를 불러서 여수의 바다가 아름다운 것은 결코 아니다.

천혜의 오동도를 둘러싸고 거북선대교와 돌산대교를 거쳐 여수를 둘러보는 유람선 야경은 센 강 못지 않게 운치있다. 센 강은 고풍스럽지만 잦은 안개 때문에 아쉽다. 하지만 여수밤바다는 다르다.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명량>에 등장하는 이순신 장군의 본거지인 전라좌수영 본부 진남관을 보노라면 타임머신을 타고 400여 년 전으로 거슬러가는 기분이다.

그러나 최근 여수밤바다의 이 운치가 사라졌다. 밤바다의 명물 거북선 유람선의 야간운항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세월호 여파로 야간운항 허가권자인 여수항만청이 야간운항을 불허한 것. 거북선에서 뿜어내는 화려한 조명은 여수세계박람회 당시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거북선을 타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거북선 야간운항 놓고 여수 항만청-여수시 갈등

▲ 세월호 사고이후 거북선 유람선의 야간운항이 중단됐다. 사진은 야간운항당시 거북선호의 모습 ⓒ 여수시 제공


여수 거북선 유람선은 도비와 시비를 포함해 총 44억을 투입한 부정기 여객선이다. 현재 운영 선사는 한려수도다. 비용은 성인기준 1인당 15000원을 줘야 탈 수 있다. 선사 측은 연간 5000만 원에 계약해 운영 중이다. 또 시에서 지원하는 유지보수비는 연간 4000만 원이다. 계약금을 빼면 1000만 원에 운영되는 셈이다.

여수 거북선 야간운항이 중단되기까지 어떤 내막이 있었던 걸까. 근본 문제는 무리한 승선 인원 조정이었다. 건조 당시 거북선 호는 최초 206명으로 허가가 났다. 이후 여수시는 306명에서 500명, 406명으로 들쭉날쭉 정원을 증원하다가 세월호 참사가 터진 후 최종 306명으로 변동했다.

복원력 문제도 불거졌다. 항만청이 밝힌 여수 거북선 호 안전관리 실태를 보면 운항사인 한려수도가 평형수를 제대로 채우지 않은 게 해경에 적발돼 내부 시설을 변경한 바 있다. 또 여객 정원 초과로 300만 원의 벌금을 납부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는 거북선 유람선 위탁운영 조례 위반으로 제8조 협약의 해지 또는 해제 사유에 속하지만 여수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야간 운항 허가권자인 항만청은 야간 운항을 불허했다. 선사 측을 야간 운항 부적격 업체로 간주했다.

항만청의 공식입장은 권익위원회의 결정에 따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수시와 여수시의회, 그리고 선사 측과 여수지역 숙박업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현재 야간운항 재개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특히 여수시는 청와대에 '여수 거북선 호 야간운항 재개 건의문'을 올려 현재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또 여수시의회는 19명의 시의원이 '야간운항 재개촉구 결의안'을 통해 거북선 호 야간 운항 재개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권익위는 지난달 10일 조사를 진행했다. 조만간 야간 운항에 대한 권익위의 의견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수시 "선박 안전성 재점검 받을 예정"

여수시 관광개발팀 김상태 팀장은 거북선 야간운항 재개에 대해 "여수시에서는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야간운항 재개를 강력히 희망한다"며 야간운항재개 허가를 요청했다.

야간운항 불허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위탁업체에 대한 관리 미흡 부분에 대해 공감한다"면서 "세월호 여파로 거북선 호의 무게 중심이 위쪽에 있다 지적됐는데 승선 인원을 500명으로 늘려 야간운항이 불허됐다고 본다"면서 "선박안전공단에 의뢰해 항만청에서 지적된 승선인원을 조정했고 선박 안전성에 대한 점검을 다시 받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다른 유람선도 야간운항을 하면 좋겠다"면서 "선사 측이 올 연말까지 계약기간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문제점을 보완해 향후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할 것이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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