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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장기화...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고통 가중

시민사회·노동계·진보정당 "대학이 나서 파업 해결하라" 한목소리

등록|2014.09.03 17:57 수정|2014.09.03 18:26

▲ 울산지역 시민사회와 노동계, 진보정당이 3일 오후 2시 울산 동구 화정동 울산과학대학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활임금 쟁취를 위해 싸우는 청소노동자들을 외면·탄압하지 말고 울산과학대가 앞장서 파업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 박석철


생활임금 쟁취와 노동통제 금지 등을 요구하며 지난 6월 16일부터 대학 내에서 전면 농성파업을 벌이고 있는 울산과학대학교 여성 청소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지역의 시민사회와 노동계, 진보정당이 함께 나섰다.

파업한 지 두 달 보름이 넘었지만 이들 여성청소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업무방해에 의한 경찰 연행,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등이었다. 비록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장기간 파업에 따른 생활고 등 추가적인 어려움이 따르자 지역구성원들이 대학 측에 파업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관련 기사 :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영장 기각... "무리한 법 집행")

시민사회 등은 3일 오후 2시 울산 동구 화정동 울산과학대학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활임금 쟁취를 위해 싸우는 청소노동자들을 외면·탄압하지 말고 울산과학대가 앞장서 파업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낮은 자를 위해 학문 배운다는 대학이 이런 곳인가"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에 따르면, 10여 년 전 이들 청소노동자들은 60만 원도 받지 못하고 일했으며 때때로 무상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업체 관리직과 교직원들의 무시에 늘 분노했지만 말할 곳이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007년 민주노총 울산지역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가 설립되면서 부당하게 계약을 해지 당했다. 이에 맞서 63일간의 천막농성을 벌인 끝에야 청소노동자들은 복직할 수 있었다. 이후 김순자 지부장은 여성청소노동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지난 2012년 4·11총선에서 당시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 후보로 출마했고, 그해 18대 대선에도 출마해 완주했다.

김순자 지부장은 울산과학대에 청소노동자로 처음 들어오면서 대학 건물에 써 있는 '책을 읽고 학문을 배우는 것은 낮은 자를 위해서다'라는 문구를 보고 "대학은 역시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울산지역 시민사회와 노동계, 진보정당은 기자회견에서 "김순자 지부장이 느낀 것처럼 (대학이) 다릅니까"고 되묻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부리고 최저임금을 지급하며 비용을 아끼는 모습은 그 어떤 기업과도 다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7년 전,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부터는 학교 식당에서 당당히 밥도 먹고, 최저임금만도 못 하던 월급도 조금씩 올랐고, 컴컴한 지하실에 있던 휴게실은 지상으로 올라왔고, 교직원들과 학생들의 인사도 받는 등 달라졌다"고 상기했다.

하지만 이들은 "그럼에도 여전히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은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10년을 일해도 기본급은 100만 원 남짓, 이 돈으로 50~60대 성인이 어떻게 생활을 유지하냐"며 "혼자 사는 이도, 부양할 가족이 있는 이도 있어 생활임금을 요구하면서 일해도 빚지는 삶을 거부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생활할 수 있는 임금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잘못된 말이냐"며 "그러나 대학은 귀를 틀어막고 청소노동자들의 파업 농성은 길어져만 가는데, (파업으로) 두 달 이상 벌이 없이 사는 청소노동자들의 심경이 어떻겠나"고 반문했다.

이어 "그간 청소노동자들은 울산과학대 총장과 이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알지만 어떤 만남도 이뤄지지 않았고, 대학 눈치를 보는 용역업체는 이번 교섭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울산과학대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최저임금만 받으라 정해진 사람은 없으므로 청소노동자들이 생활임금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한해 4백억이 넘는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는 울산과학대가 앞장서야 한다"며 "울산과학대는 생활임금 쟁취를 위해 싸우는 청소노동자들을 외면하고 탄압하지 말고 앞장서서 파업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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