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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골마을 자치단체의 공짜 책읽기 시책

독서는 업무 능률을 크게 향상 시킵니다

등록|2014.09.05 17:56 수정|2014.09.05 17:56

▲ 9월에 읽을 두권의 책을 신청했다. 공교롭게도 모두 글쓰기 관련 도서다. ⓒ 신광태


"이젠 글쓰기 박사학위라도 받으시려고 그러시나..."

지난 2일 집으로 도서 두 권이 도착했다. 직장 일로 바쁜 시기임을 생각할 때 세 권은 다소 무리라고 생각했다. 신청 도서 두 권 모두 글쓰기 관련 책이다. 아내가 비아냥거린 이유다.

<오마이뉴스>시민기자로 첫 발을 내디딘 지도 벌써 3년이 넘었다. 체계적으로 글쓰기에 대한 교육을 받은 건 지난해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개최된 오연호 대표기자의 '기자 만들기' 교육 참여가 전부일 듯싶다.

독서통신교육제도, 이렇게 운영된다

도서 구입이 아닌 신청이다. 강원도 화천군청에서는 공무원들의 독서를 통한 폭넓은 지식함양을 비롯해 창의적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독서아카데미' 제도를 시행한다.

모 교육기관과 협약체결을 통해 2개월 단위로 읽고 싶은 도서를 신청한 직원에겐 책이 배달된다. 이후 1개월 간의 기간을 정해 독서를 마친 사람들을 대상으로 평가도 실시한다. 60점 이상 이수하면 권당 3시간의 직장교육 이수 점수도 부여된다. 자기계발 및 점수취득. 일거양득인 셈이다.

4개월 소요예산은 2000만 원이다. 화천군청 전 직원은 460여 명. 도서 권당 평균 가격을 1만2000원으로 가정했을 때(전 직원 1권 구독 가정) 계약된 기간 소요비용은 2200만 원 가량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 듯하다. 또 개인별 신청 권수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에 그 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개인별로 주어진 독서기간 1개월이 지나면 도서를 반납하는 것이 아닌 군에서 일괄 보유하는 시스템. 즉 도서구입 개념이기 때문에 직원 간 교환 독서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독서통신교육 제도. 양산시, 전주시, 창원시, 남원시, 대전시 등 시 단위 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러나 군 단위 지초자치단체의 참여는 화천군이 유일하다 할 정도로 드물다. 강원도에서는 최초다.

책읽기를 마친 도서는 군부대에 기증할 계획이다

화천군에 위치한 육군 제7보병사단. 병사들이 책 많이 읽기로 유명한 부대다. 부대장은 입대한 병사들이 훈련을 마치면 기념품으로 도서를 선물하기도 한다. 삭막한 군 생활. 전 장병들의 독서 생활화가 부대장의 의지다. 독후감쓰기 제도를 시행해 포상도 실시한다. 크고 작은 안전사고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화천군은 '독서통신'을 통해 구입한 도서는 직원 간 교환 독서를 마치는 대로 위 부대에 기증할 계획이다.

"좀 더 많은 직원들이 참여를 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한 게 좀 아쉬워요."

월 평균 150여 명이 '독서통신'에 참여 한다. 개인별 2권 또는 3권 정도 자신이 한 달간 소화할 독서량을 판단해 신청한다. 5일, 독서통신교육 담당자인 화천군청 안전행정자치과 이경희 주무관을 통해 이 제도의 발전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독서통신제도, 군 단위 기관에서는 흔치 않은 경우다. 특히 강원도에선 최초다. 지자체의 참여 미흡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지자체 공무원교육은 직무나 어학교육 등 주로 업무능력 향상이다. 그래서일까, 공무원을 비롯한 직장인들의 독서 또한 그런 쪽으로 편중되어 다양성이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의 개선을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일부 광역지자체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책읽기를 통한 업무의 창의력과 기획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독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책읽기는 시대적 흐름 파악 등 개인의 특성인 감수성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준다. 이것이 독서통신의 근본적 취지이다. 화천군도 같은 맥락에서 시작했다. 강원도에서 최초라는 것으로 인해 타 기초단체의 참여도를 높이는데 일정부분 기여 할 것으로 본다."

- 독서통신 담당자 의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처음 시행하다 보니 직원참여가 당초 계획보다 미흡한 부분도 있다고 들었다. 보다 발전적 방안이 있다면...
"처음 독서통신교육을 시작했을 때 직원들의 호응도가 아주 높았었는데, 3개월째 접어들면서 점차 참여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수요가 많았기 때문에)처음 한 달간은 1인 1독서수강을 고수하다가 최근 참여도 하락 등에 따라 1인 다독수강 제도로 변경했다.

그 결과 평소 독서를 꾸준히 하는 직원들은 한 달에 2~3권 정도의 꾸준한 수강신청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2개월에 한 번 씩 신청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는데, 왕성한 독서의욕을 보이는 직원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다음 달부터 매월 도서신청 시스템으로 바꿔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또, 연말에는 지금까지 수강한 도서에 대한 총점 및 평균을 산출해 높은 점수를 받은 직원에게는 상품권 지급이라든지 연말 해외연수 기회부여를 통해 직원들의 참여도를 높여 나가도록 하겠다."

- 기타 독서통신교육의 장점이 있다면 말해 달라
"독서통신교육이 다소 생소하고, 본인이 읽은 책에 대해 평가를 받는다는 부담감 때문일까, 수강을 꺼리는 직원들도 있다. 하지만 본인이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도서를 선택한다면 평가 점수 60점을 통과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또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행정에서 무료로 지원해 주고, 도서 1권당 3점이라는 교육점수도 부여해 주는 이런 기회가 또 어디 있겠는가.

바쁜 일상 속에서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게 쉽기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마음의 양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아닌가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 도서가 도착하는 날이면 복권에 당첨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 일종의 행복한 중독이다. 공무원들 뿐 아니라 지역민들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건강한 취지의 사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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