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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 비밀 얘기하던 언니 보고 싶어요"

[전문] 김빛나라양의 동생 김하슬린양이 언니·오빠들에게 보내는 편지

등록|2014.09.08 12:40 수정|2014.09.08 22:37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김빛나라양의 동생 김하슬린양이 8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가족합동기림상' 행사에서 희생된 언니·오빠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다음은 편지 전문이다.

보고픈 언니·오빠들께

봄 향기 가득한 날 제주도로 수학여행 떠났는데,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가을이에요. 언니·오빠들이 있는 곳도 가을이지요? 언니·오빠들, 벌써 추석이 돌아왔어요. 언니·오빠들 없이 첫 추석을 맞이하게 된 우리 가족들은 좋아하는 음식을 가져와 분향소에 모였어요.

엄마·아빠들은 언니·오빠들과 함께한 작년 추석을 생각하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눈물로 지새운답니다. 모두들 가족 친지와 함께 정 나누며 지내야 하는 명절인데, 눈물만 흐르고 마음만 아픕니다. 명절이라 그런지 요즘 따라 언니가 더 보고 싶어요. 우리 함께 자며 장난도 치고 서로 마음 속 비밀 얘기도 하고 커서 같이 해보고 싶은 일도 얘기하고 했는데, 이 일들이 꿈만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보고 싶은 마음이 덜 할 줄 알았는데, 더 보고 싶어요.

언니·오빠들, 우리 부모님들은 언니·오빠들의 억울한 죽음을 진상 규명하기 위해 국회, 청와대 옆 청운동사무소, 광화문에서 쥐처럼 생활하고 계신답니다. 이 세 곳에서 단식도 하고 특별법 서명지 전달을 위해 삼보일배도, 안산에서 서울시청까지 1박 2일 도보도 하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우리를 방문해주셔서 외신 기자들을 통해 언니·오빠들의 죽음을 알리는 등 이렇게 146일을 보내고 있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저는 부모님께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더 마음이 무겁답니다. 저러다 쓰러지면 어쩌나 한편으로는 부모님을 잃을까봐 무섭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 혼자 남는 것은 더 무섭고 두렵기만 합니다.

언니·오빠들, 하늘나라에서 우리 엄마·아빠들 힘들지 않게 꼭 지켜주세요. 언니·오빠들 없다고 슬퍼만 하지 않을게요. 언니·오빠들이 이루지 못한 꿈, 저희가 이룰게요. 또 우리의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며, 언니·오빠들 (…) 소중히 간직하고 잊지 않고 살게요. 짧은 삶이었지만, 우리 가족이 돼 좋았고 행복했답니다. 언니·오빠들, 보고 싶고 영원히 사랑합니다. 

2014년 9월 8일 추석 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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