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녀 진로교육, 고민해보셨습니까?
진학교육보다 중요한 진로교육, 아이와 함께하는 진로교육
▲ 우리 아이 진로교육 어떻게 해야 할까?바람직한 진로교육? ⓒ 전병호
어느 주말 친구부부로부터 연락이 왔다. 딸아이와 인터뷰를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장래희망과 관련된 직업에 대해 알아보고, 해당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만나보라는 학교 과제라 했다. 큰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이고 둘째가 중학생이었다. 마침내 대면한 자리, 요즘 아이들답지 않게 수줍음을 많이 타는 아이들 앞에서 어색함을 풀고자 먼저 말을 걸었다.
"00이는 장래 꿈이 뭐야?" 살짝 미소만 짓고 대답을 하지 않는다. 옆에서 엄마가 한마디 거든다. "그렇잖아도 오는 내내 차 안에서 진로문제로 한바탕 했다" 고등학교1학년인 큰아이는 문과, 이과 선택을 놓고 고민 중에 있었다. 그 문제로 아이와 의견충돌이 있었던 모양이다.
다시 한 번 아이의 꿈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이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그런 것 없어요. 나도 잘 모르겠어요?" "친구들이랑 장래 희망에 대해 얘기 안 해봤어?" "그런 얘기 재미없어서 안 해요" 처음 미소와 달리 아이의 대답은 무척이나 건조했다. 짧은 대화였지만 아이의 복잡한 속마음을 짐작 할 수 있었고, 부모는 부모대로 속이 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진로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자신의 재능(적성)에 맞는 업(業)을 찾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라 정의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교육현실은 어떠한가. 제대로 된 진로교육 없이 맞이하는 진로선택은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번거롭고 고통스러운 일로 전락되기 십상이다. 요즘 대부분 학교나 부모들의 진로교육은 오로지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한 진학교육에만 방향이 맞춰져 있다.
대한민국 모든 교육은 '공부 잘하는 아이 만들기' '1등 중심'의 교육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교육의 본질적 목표와 바람직한 진로교육을 생각할 때 우리 교육은 이제 변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모들의 생각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제대로 된 진로교육 없이 사회에 방출 되는 아이들은 원치 않는 직업군을 선택하는 기로에 놓이게 된다. 당신의 자녀가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출근하는 어른들 삶의 후속편이 되기를 바라는가?
내 자녀 들여다 보기
최근 2013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초등학생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진로교육의 필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다. 먼저 부모가 자녀에게 기대하는 직업을 보면 의사(16.4%), 교사(15.3%), 공무원(13.8%)의 순으로 안정적 직업군을 선택한 부모가 무려 45.5% 차지 했다고 한다. 반면 초등생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본 결과 운동선수(14.7%), 교사(13.3%), 연예인(10%)순으로 상위 38% 중 무려 25%의 아이들은 운동선수나 연예인 같이 방송매체에 자신을 드러내는 직업을 꿈꾸고 있다. (2012년 에듀모아가 조사한 자료에는 연예인(19.7%),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17.5%), 교사(13.6%), 예술가(12.6%), 스포츠 선수(11.4%) 순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에서도 연예인, 스포츠선수를 합하면 31%이다. 1년 사이 운동선수가 1위로 된 데에는 김연아, 손연재, 류현진 선수 등의 호감도가 급상승한 것으로 추측된다.)
자료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지만 요즘 아이들은 대중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화려한 직업을 선호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차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객관적인 적성 판단에 의거한 진로교육이 부재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어려서부터 인터넷이나 각종 미디어를 통해 본 겉모습이 화려한 직업들이 선망 직종으로 자리 잡았고, 부모들은 오로지 자신의 경험에 기반을 둔 진로교육으로 아이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고의 차이 때문에 바람직한 진로교육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바람직한 진로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바람직한 진로교육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녀의 적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이 진로설계이다. 적성이란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가에 대해 아는 것이다. 즉, 타고 난 성격과 어떤 분야에 대한 흥미와 능력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진로교육, 아이의 미래를 멘토링하다>의 저자 조진표대표는 자녀의 적성 파악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 있다.
첫째,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자녀의 적성을 추정 할 수 있다. 무엇이든 경험 해 봐야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알 수 있는 법이다. 둘째, 부모 기준으로 자녀의 적성을 파악할 경우 상대성이 개입 되어 오류가 생길 수 있으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 가령, 부모가 외양적 성격이라면 자신보다 덜 외양적인 자녀를 내성적인 아이로 판단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적성검사를 해 보는 것이다. 조진표대표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는 1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적성검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 한다. 결과 추이를 지켜보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적성을 파악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성을 파악 했다면 다음으로 진로설계를 해줘야 한다. 진로설계는 한마디로 '좋아하면서 잘 하는 것을 찾아' 장래 진로를 설계해 주는 것이다.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 주는 것은 바로 꿈을 찾아 주는 일이다. 요즘 아이들 중에 정확하게 자신의 꿈을 가지고 있다는 아이는 생각보다 드물다. 진로에 대해 대화를 한다 해도 과거 패러다임에 잡혀 있는 부모가 추천 할 수 있는 직업군은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자료에 의하면 부모세대들이 생각 하는 좋은 직업은 의사, 판사, 변호사, 교수, 한의사, 교사, 공무원 등 7가지 정도 라고 한다.) 결국 부모와 아이의 대화는 몇 마디 못 넘기고 멈추고 만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파악하는 또 한가지 중요한 일은 아이의 '적성구조'를 알아야 한다. "저 녀석 학교 다닐 때는 나보다 공부도 못했는데 잘나간단 말이야" 동창회 나가면 흔히 하는 이 말은 바로 적성구조의 차이로 설명 할 수 있다. '적성구조'는 사람의 능력 구성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아마 그 친구는 공부 잘 하는 능력보다 사업잘 할 수 있는 사회성 능력이 더 많은 친구였을 것이다. 그 동안 오로지 성적 중심의 능력파악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따라서 아이능력에 따른 적성파악은 성적 중심이 아니라 적성구조를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워드 가드너 박사의 다중지능이론에 관해 자료를 찾아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진학교육보다 더 중요한 진로교육
진로교육은 자녀의 탄생부터 시작된다. 모든 아이는 어느 분야의 천재로 태어난다. 초등생 이전까지는 그 타고난 아이의 잠재능력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는 기초공사를 하는 기간이다. 분야별 고른 교육환경을 제공해줌으로써 아이의 잠재능력을 계발해주어야 한다. 무조건 많이 시키라는 말이 아니다.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의 관점이 넓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초등생 시절에는 폭넓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시켜주어야 한다. 다양한 경험활동을 통하여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어느 정도 파악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학생 시기가 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의 분야를 알아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인문계나 전문분야 등 계열을 어느 정도 정 할 수 있어야 한다. 성적으로 인문계, 실업계 하는 식의 진로지도는 피해야 한다. 고등학교 입학하면 1학년 때 장래 진로결정의 중요한 시기가 온다. 2학년부터 나눠지는 문과, 이과 선택 때문이다. 따라서 고등학교 1학년 때에는 아이와 많은 대화가 필요하며 대화 시에는 부모가 선호하는 것을 정해 놓고 아이를 설득하는 방법은 좋지 않다. 그 동안 지켜본 아이의 장점, 단점,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 잘 하고 싶은 것 등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놓고 대화하며 아이 스스로 자신이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대입 진로교육도 마찬가지이다. 무조건 좋은 대학 입학을 위해 아이를 닦달하는 교육은 이제 버려야 한다.
바람직한 진로는 자기가 좋아하고 행복해 할 수 있는 일이 되어야 한다. 더 이상 아이에게 부모기준에 맞추어 진로를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혹시 자녀가 당신에게 "아빠 엄마는 지금 직업이 행복해요?" 라고 질문 한다면 무엇이라 대답하겠는가? 진로교육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교육현장에서 지켜보면 제대로 된 진로교육 없이 입시경쟁에 쫓겨 다니는 아이들이 안타깝다. 그저 공부 잘하는 기준으로 나눠 중학교 때는 인문계 아니면 실업계로 나누고, 고등학교 때는 단순히 수학을 잘하면 이과 아니면 문과로 나누고, 대학은 대부분 점수에 맞춰 좋은 대학 보내는 것이 진로교육의 전부인 줄 안다. 이런 사고를 버려야 한다.
"넌 무엇이 되고 싶니?"
"멋진 셰프가 되고 싶어요. 요리사요."
"넌 왜 셰프가 해주는 음식을 먹어주는 사람이 돼야지. 해주는 사람이 되려고 하니?"
부모라면 아이의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 어떤 부모들은 자녀를 사랑하면서도 아이의 말에 코웃음으로 대꾸하기도 한다. "네가 무슨~" 류의 말은 삼가도록 하자. 부모 자신간에도 신뢰를 기반으로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진심 어린 조언을 소중히 여기고, 부모는 아이의 속마음에 숨은 고민에 귀 기울여야 한다. 신뢰가 없는 자녀교육, 진로교육은 언제나 전쟁터나 다름없고 그 전쟁의 결과는 양쪽 모두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
'당신의 자녀, 진학지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로교육이다.'
덧붙이는 글
본글을 교육전문잡지 <앤써(answer)> 9월호에 기고했던 글과(교육컨설턴트와 함께하는 엄마표교육- 진학보다 커다란 그림,진로교육)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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