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사랑에 빠진 고3 "저한텐 이게 공부예요"
[서평&인터뷰] 생태 사진가와 함께 펴낸 팔색조 관찰기 <팔색조의 육아비밀>
호랑지빠귀가 사냥하는 모습을 훔쳐본 적이 있습니다. 땅바닥을 쪼고,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피고, 다시 바닥을 쪼는 모습이었는데 사냥한 지렁이를 물고는 또 다른 지렁이를 찾으러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지렁이를 문 채로 다른 지렁이를 땅속에서 잡아 올렸습니다. 이때 호랑지빠귀는 부리 끝으로 조심스레 지렁이를 끌어올립니다. 그래서 먹이를 줄 때 지렁이의 몸은 상처하나 없이 깔끔한 것입니다.
팔색조가 먹이를 잡는 모습은 호랑지빠귀와는 조금 다릅니다. 팔색조는 지렁이를 끌어올린 다음 부리로 쪼아 죽입니다. 그 후 다시 옆에 두고 다른 지렁이를 물어 올립니다. 그렇게 지렁이를 부리에 한가득 모아 둥지로 돌아옵니다. 지렁이에 상처를 내는 이유는 자신의 부리가 두툼하여 여러 마리를 동시에 물 수 없기에 죽이고 또 잡고를 반복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둥지 근처에 와서도 지렁이를 쪼개는 행동을 보여줍니다. 이는 새끼들에게 먹이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팔색조의 육아 비밀>에서
멸종위기종 '팔색조'...관찰통해 생태법 알려
팔색조와 호랑지빠귀 모두 지렁이를 사냥해 새끼를 먹여 살린다. 그런데 둘의 사냥 방법은 위처럼 전혀 다르다. 책에서 묘사된 것처럼 두 새가 사냥한 지렁이의 상태는 전혀 다르다. 세심하게 오랫동안 관찰하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려운 '차이'다.
팔색조는 천연기념물 제204호이자 멸종위기종이다. 팔색조의 이와 같은 사냥 습성은 물론 대부분의 생태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새를 알 만큼 안다는 사람들이 오매불망 만나고 싶어하는 새 중 하나임에도 말이다.
<팔색조의 육아비밀>(장성래 사진, 박진석 글. 자연과 사람 펴냄)은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팔색조의 생태 및 육아 관련 사진 160여 장과 관찰 일기로 이뤄진 책이다.
알을 품는 것(포란)부터 다 자란 새끼들을 내보내는(이소) 일까지, 팔색조의 모든 생태 과정을 관찰한 기록은 아마도 이 책이 처음일 것이다. 한편의 장엄한 다큐를 보는 듯하다. 찾아보기 힘들다는 팔색조의 둥지 3개를 관찰한 기록이다. 천연기념물이자,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인 팔색조를 다뤘기 때문에 자료로서 가치가 높은 것은 물론이다.
책의 저자는 2014년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박진석군과, 우연히 바다를 표류하는 새에게 먹이를 주는 것으로 시작해 오랫동안 새 관련 생태 사진을 찍어온 장성래씨다. 명확한 설명, 이제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은 팔색조의 생태 장면을 찍은 사진들을 만나는 감동이 남다르다.
참고로 장성래씨는 올 여름 그간 국내 서식이 알려지지 않았던 황금새 둥지를 발견, 그 사진을 찍어 국내 생태 관련 전문가와 마니아들을 깜짝 놀라게 한 장본인이다. 몇 년 전, 발견이 쉽지 않은 팔색조 둥지를 발견해 거의 알려지지 않은 팔색조의 생태를 알리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지난 10일, 장성래씨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먼저 이 둘의 관계와 만남이 궁금해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남해 지역 신문에 1주일에 한 꼭지씩 새 관련 연재를 하던 몇 년 전 일이에요. 팔색조 둥지를 발견, 관련 글을 썼는데 그 기사를 보고 박진석군 아버지가 전화를 해왔습니다. 아들 소원이 팔색조를 보는 것이라며 팔색조 탐조에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데려가 달라는 전화였어요. 처음엔 거절했습니다.
워낙 귀하고 민감한 새라 아무나 부탁한다고 데려갈 수 없잖아요. 팔색조 좀 보게 해달라는 전화나 부탁이 워낙 많기 때문에 그중 한 사람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다음 날 새벽같이 어린 학생이 전화를 해왔어요. 제 거절에 밤새 패닉 상태에 빠진 박진석군이었어요. 이야기를 해보니 진정성이 느껴지더라고요. 두 해에 걸쳐 둥지 3개를 함께 관찰, 이 책을 쓰게 됐는데 박진석군이 기록을 아주 잘해요. 글도 아주 잘 쓰고요."
'새 사랑' 공통점 나누며 함께 찍고 쓰고
팔색조 관찰은 쉽지 않은 일이다. 둥지 발견과 만남 자체가 쉽지 않은 새기 때문이다. 박진석 학생이 선생님이라 지칭하는 장성래씨는 진석군에게 새 사진을 보여주며 관찰하게 하는 등 호기심을 불어 넣어주며 진석군을 이끌고 있다. 아래는 지난 10일 서면 인터뷰로 들어본 박진석군의 <팔색조의 육아비밀>이다.
- 몇 년 전 <새와 함께 꿈을 꾸다>란 책을 낸 것으로 안다. 어떤 책이며 책을 낸 후 달라진 것들이 있다면?
"특별하다거나 만나기 어려운 새들이 아닌, 조금만 관심을 두면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친구(새)들의 이야기입니다. 직접 탐조를 하고 일기처럼 써 나간 글들을 엮은 책이죠.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책을 낸 이후 강연도 했고,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게 됐는데, 특히 생태 관련 많은 전문가 분들을 만나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제 스스로도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 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들이 좋았습니다. 특히 앵무새가 좋았는데, 친구네 집에서 우연히 앵무새를 만나게 될 때까지 우리나라에서 앵무새를 키울 수 없다고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더 신기했고, 친구 따라 바로 키우게 됐죠. 그 후 닭과 오리도 키우게 됐는데, 관찰이 목적이었죠. 그러다 앵무새와 닭과 오리를 분양하게 됐는데, 마침 조류 도감을 선물 받게 됐어요. 도감을 통해 야생새들을 접하며 새들을 더 많이 알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요. 그래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새부터 관찰했고 첫 번째 책(새와 함께 꿈을 꾸다)까지 내게 된 것입니다. 관찰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 많아지면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요."
- 프로필에 '가장 좋아하는 새는 굴뚝새이며, 굴뚝새를 연구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부분이 있더라. 왜 하필 굴뚝새인가?
"좋다는 것에 이유는 딱히 없죠. 굳이 말하자면, 그 작은 몸에서 그처럼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이 신기하고, 예쁘고, 작은 몸으로 살아가는 것이 신기해서 입니다.(기자 주: 굴뚝새는 날개 편 길이 약 10.5cm로 날개를 접었을 때는 어른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 무게 약 0.009kg으로 매우 작다. 사람에 따라 참새의 반절 혹은 3분의 1크기 정도의 크기라고 말한다)"
- 팔색조(천연기념물 제204호)는 어떤 새인가?
"인터넷 검색을 하면 '몸길이 약 18cm. 7가지 무지개색 깃털 등과 날개는 녹색, 어깨와 위꽁지깃은 코발트색(남색), 꽁지는 검정, 날 때는 날개의 흰색 얼룩무늬가 눈에 띈다. 아랫면은 아랫배와 아래꽁지덮깃의 진홍색을 제외하고는 크림색. 정수리는 갈색, 멱은 흰색. 넓은 검은색 줄이 눈을 지나 윗목까지 뻗어 있다'와 같은 설명이 보일 거예요.
외형만으로도 매우 아름다운 새죠. 새를 좀 아는 분들 중 팔색조 만나는 것을 정말 소원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할 정도로 개체 수가 많지 않아 소리 한 번 듣기도 어려운 새죠. 게다가 경계심이 강해 좀처럼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더욱 보기 힘든 새예요. 주로 여름철 남부지방에 찾아와 번식하는데,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남부지방 외 지역에서도 관찰되곤 한다고 해요. 그리 흔하거나 많은 수는 아니지만 말이죠."
- 팔색조 관찰과 책을 쓰면서 알게 된 것은 무엇인가?
"몇 년 동안 새를 쫓아(?) 다녀도 만나지 못하는 팔색조를 만나게 된 자체가, 그것도 지척에서 매일 관찰할 수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운이고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진을 찍은 장성래 선생님의 도움이 컸죠. 제가 자꾸 무얼 관찰하고 새로운 사실을 알아갈 수 있도록 어떤 질문을 주시거나 유도하기도 하시거든요.
제일 인상 깊은 사실은 팔색조의 암수가 하는 역할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입니다. 모습으로 암수 구별이 되는 새가 있고 지속적으로 오랫동안 관찰을 함으로써 행동을 종합해 구별을 해야 하는 새가 있는데 팔색조는 후자에 속해요. 팔색조의 경우에도 아빠새와 엄마새의 역할이 분명해요."
- 현재 고3 학생으로 알고 있다. 이런 관찰, 이런 저술이 쉽지 않을 텐데.
"어른들은 일단 편견이 좀 있으시죠. '학생들은 학생답게 공부를 해야지!'와 같은. 제 생각엔 '하고 싶은 일이 분명하게 있는데 관련 없는 공부들까지 왜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더라고요. 학생 저마다 특성에 맞게 이끌어주면, 특히 어떤 한 분야에 소신을 갖고 있는 학생만이라도 그 길로 가게끔 조언이라도 해주면 훨씬 힘이 날 텐데. 흔한 말로 '학생은 학생답게 공부를 해야'와 같은 말로 묵살 당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제가 특이하다는 이유로 여러 보도매체에 소개됐는데, 사실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아요. 저처럼 좋아하는 분야에 매진할 수 있는 친구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 한 번도 아닌 몇 차례에 걸친 관찰 기록이다. 언제부터 언제까지의 관찰이며, 글은 언제까지 쓴 것인가?
"2012년 여름부터 2013년 여름까지의 관찰입니다. 글은 2012년 여름부터 2013년 겨울까지 쓴 건데, 정말 고민이 많았습니다. 나만 알고 말 거라면 고민할 것 없지만, 독자들에게 팔색조의 생태를 전달하려니 고민이 되더군요. 특히 팔색조의 행동을 정의할 때 정말 조심스러웠습니다. 가급적 짧고 명확한 글로 제대로, 객관적으로, 사실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써야 한다는 사실이 정말 힘들게 생각되더라고요."
- "직접 보고 싶다" 등과 같은 단순한 호기심에 서식지 문의 전화를 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있더라.
"우리나라의 탐조 문화가 일단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귀한 새를 발견하면 새를 배려하지 않고 호기심만 채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새를 괴롭히고 주변 환경을 파괴해 사진 배경을 꾸미는 등, 문화인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도 많이 보이고요.
물론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관찰한다거나, 숲에서 큰소리를 내지 않거나 가급적 말을 절제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이 훨씬 많은 것 같아 씁쓸해요. 새를 관찰할 때 적당하게 팀을 이루는 것도 중요해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가거나, 자기들 필요에 따라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면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 다른 새 관찰 등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다.
"우선 굴뚝새의 모든 것들을 관찰 연구하는 데 중점을 두려고요. 팔색조 탐조를 하면서 알게 된 긴꼬리딱새(삼광조)의 번식 상태도 조사할 생각이고요.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관찰 된 황금새의 번식이나 생태 등도 최대한 깊게 관찰 연구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팔색조가 먹이를 잡는 모습은 호랑지빠귀와는 조금 다릅니다. 팔색조는 지렁이를 끌어올린 다음 부리로 쪼아 죽입니다. 그 후 다시 옆에 두고 다른 지렁이를 물어 올립니다. 그렇게 지렁이를 부리에 한가득 모아 둥지로 돌아옵니다. 지렁이에 상처를 내는 이유는 자신의 부리가 두툼하여 여러 마리를 동시에 물 수 없기에 죽이고 또 잡고를 반복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둥지 근처에 와서도 지렁이를 쪼개는 행동을 보여줍니다. 이는 새끼들에게 먹이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팔색조의 육아 비밀>에서
멸종위기종 '팔색조'...관찰통해 생태법 알려
▲ <팔색조의 육아비밀> 책표지. ⓒ 자연과 사람
팔색조는 천연기념물 제204호이자 멸종위기종이다. 팔색조의 이와 같은 사냥 습성은 물론 대부분의 생태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새를 알 만큼 안다는 사람들이 오매불망 만나고 싶어하는 새 중 하나임에도 말이다.
<팔색조의 육아비밀>(장성래 사진, 박진석 글. 자연과 사람 펴냄)은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팔색조의 생태 및 육아 관련 사진 160여 장과 관찰 일기로 이뤄진 책이다.
알을 품는 것(포란)부터 다 자란 새끼들을 내보내는(이소) 일까지, 팔색조의 모든 생태 과정을 관찰한 기록은 아마도 이 책이 처음일 것이다. 한편의 장엄한 다큐를 보는 듯하다. 찾아보기 힘들다는 팔색조의 둥지 3개를 관찰한 기록이다. 천연기념물이자,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인 팔색조를 다뤘기 때문에 자료로서 가치가 높은 것은 물론이다.
책의 저자는 2014년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박진석군과, 우연히 바다를 표류하는 새에게 먹이를 주는 것으로 시작해 오랫동안 새 관련 생태 사진을 찍어온 장성래씨다. 명확한 설명, 이제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은 팔색조의 생태 장면을 찍은 사진들을 만나는 감동이 남다르다.
참고로 장성래씨는 올 여름 그간 국내 서식이 알려지지 않았던 황금새 둥지를 발견, 그 사진을 찍어 국내 생태 관련 전문가와 마니아들을 깜짝 놀라게 한 장본인이다. 몇 년 전, 발견이 쉽지 않은 팔색조 둥지를 발견해 거의 알려지지 않은 팔색조의 생태를 알리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지난 10일, 장성래씨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먼저 이 둘의 관계와 만남이 궁금해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남해 지역 신문에 1주일에 한 꼭지씩 새 관련 연재를 하던 몇 년 전 일이에요. 팔색조 둥지를 발견, 관련 글을 썼는데 그 기사를 보고 박진석군 아버지가 전화를 해왔습니다. 아들 소원이 팔색조를 보는 것이라며 팔색조 탐조에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데려가 달라는 전화였어요. 처음엔 거절했습니다.
워낙 귀하고 민감한 새라 아무나 부탁한다고 데려갈 수 없잖아요. 팔색조 좀 보게 해달라는 전화나 부탁이 워낙 많기 때문에 그중 한 사람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다음 날 새벽같이 어린 학생이 전화를 해왔어요. 제 거절에 밤새 패닉 상태에 빠진 박진석군이었어요. 이야기를 해보니 진정성이 느껴지더라고요. 두 해에 걸쳐 둥지 3개를 함께 관찰, 이 책을 쓰게 됐는데 박진석군이 기록을 아주 잘해요. 글도 아주 잘 쓰고요."
'새 사랑' 공통점 나누며 함께 찍고 쓰고
팔색조 관찰은 쉽지 않은 일이다. 둥지 발견과 만남 자체가 쉽지 않은 새기 때문이다. 박진석 학생이 선생님이라 지칭하는 장성래씨는 진석군에게 새 사진을 보여주며 관찰하게 하는 등 호기심을 불어 넣어주며 진석군을 이끌고 있다. 아래는 지난 10일 서면 인터뷰로 들어본 박진석군의 <팔색조의 육아비밀>이다.
▲ 위장막을 치는 장성래씨. ⓒ 장성래
▲ 현재 고등학생인 저자 박진석. ⓒ 박진석
- 몇 년 전 <새와 함께 꿈을 꾸다>란 책을 낸 것으로 안다. 어떤 책이며 책을 낸 후 달라진 것들이 있다면?
"특별하다거나 만나기 어려운 새들이 아닌, 조금만 관심을 두면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친구(새)들의 이야기입니다. 직접 탐조를 하고 일기처럼 써 나간 글들을 엮은 책이죠.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책을 낸 이후 강연도 했고,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게 됐는데, 특히 생태 관련 많은 전문가 분들을 만나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제 스스로도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 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들이 좋았습니다. 특히 앵무새가 좋았는데, 친구네 집에서 우연히 앵무새를 만나게 될 때까지 우리나라에서 앵무새를 키울 수 없다고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더 신기했고, 친구 따라 바로 키우게 됐죠. 그 후 닭과 오리도 키우게 됐는데, 관찰이 목적이었죠. 그러다 앵무새와 닭과 오리를 분양하게 됐는데, 마침 조류 도감을 선물 받게 됐어요. 도감을 통해 야생새들을 접하며 새들을 더 많이 알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요. 그래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새부터 관찰했고 첫 번째 책(새와 함께 꿈을 꾸다)까지 내게 된 것입니다. 관찰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 많아지면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요."
- 프로필에 '가장 좋아하는 새는 굴뚝새이며, 굴뚝새를 연구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부분이 있더라. 왜 하필 굴뚝새인가?
"좋다는 것에 이유는 딱히 없죠. 굳이 말하자면, 그 작은 몸에서 그처럼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이 신기하고, 예쁘고, 작은 몸으로 살아가는 것이 신기해서 입니다.(기자 주: 굴뚝새는 날개 편 길이 약 10.5cm로 날개를 접었을 때는 어른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 무게 약 0.009kg으로 매우 작다. 사람에 따라 참새의 반절 혹은 3분의 1크기 정도의 크기라고 말한다)"
▲ 팔색조 성조 ⓒ 장성래
▲ 다 자라 부모 곁을 떠나기 직전의 팔색조. ⓒ 장성래
- 팔색조(천연기념물 제204호)는 어떤 새인가?
"인터넷 검색을 하면 '몸길이 약 18cm. 7가지 무지개색 깃털 등과 날개는 녹색, 어깨와 위꽁지깃은 코발트색(남색), 꽁지는 검정, 날 때는 날개의 흰색 얼룩무늬가 눈에 띈다. 아랫면은 아랫배와 아래꽁지덮깃의 진홍색을 제외하고는 크림색. 정수리는 갈색, 멱은 흰색. 넓은 검은색 줄이 눈을 지나 윗목까지 뻗어 있다'와 같은 설명이 보일 거예요.
외형만으로도 매우 아름다운 새죠. 새를 좀 아는 분들 중 팔색조 만나는 것을 정말 소원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할 정도로 개체 수가 많지 않아 소리 한 번 듣기도 어려운 새죠. 게다가 경계심이 강해 좀처럼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더욱 보기 힘든 새예요. 주로 여름철 남부지방에 찾아와 번식하는데,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남부지방 외 지역에서도 관찰되곤 한다고 해요. 그리 흔하거나 많은 수는 아니지만 말이죠."
- 팔색조 관찰과 책을 쓰면서 알게 된 것은 무엇인가?
"몇 년 동안 새를 쫓아(?) 다녀도 만나지 못하는 팔색조를 만나게 된 자체가, 그것도 지척에서 매일 관찰할 수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운이고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진을 찍은 장성래 선생님의 도움이 컸죠. 제가 자꾸 무얼 관찰하고 새로운 사실을 알아갈 수 있도록 어떤 질문을 주시거나 유도하기도 하시거든요.
제일 인상 깊은 사실은 팔색조의 암수가 하는 역할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입니다. 모습으로 암수 구별이 되는 새가 있고 지속적으로 오랫동안 관찰을 함으로써 행동을 종합해 구별을 해야 하는 새가 있는데 팔색조는 후자에 속해요. 팔색조의 경우에도 아빠새와 엄마새의 역할이 분명해요."
- 현재 고3 학생으로 알고 있다. 이런 관찰, 이런 저술이 쉽지 않을 텐데.
"어른들은 일단 편견이 좀 있으시죠. '학생들은 학생답게 공부를 해야지!'와 같은. 제 생각엔 '하고 싶은 일이 분명하게 있는데 관련 없는 공부들까지 왜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더라고요. 학생 저마다 특성에 맞게 이끌어주면, 특히 어떤 한 분야에 소신을 갖고 있는 학생만이라도 그 길로 가게끔 조언이라도 해주면 훨씬 힘이 날 텐데. 흔한 말로 '학생은 학생답게 공부를 해야'와 같은 말로 묵살 당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제가 특이하다는 이유로 여러 보도매체에 소개됐는데, 사실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아요. 저처럼 좋아하는 분야에 매진할 수 있는 친구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 한 번도 아닌 몇 차례에 걸친 관찰 기록이다. 언제부터 언제까지의 관찰이며, 글은 언제까지 쓴 것인가?
"2012년 여름부터 2013년 여름까지의 관찰입니다. 글은 2012년 여름부터 2013년 겨울까지 쓴 건데, 정말 고민이 많았습니다. 나만 알고 말 거라면 고민할 것 없지만, 독자들에게 팔색조의 생태를 전달하려니 고민이 되더군요. 특히 팔색조의 행동을 정의할 때 정말 조심스러웠습니다. 가급적 짧고 명확한 글로 제대로, 객관적으로, 사실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써야 한다는 사실이 정말 힘들게 생각되더라고요."
▲ 부화 1일째의 팔색조 ⓒ 장성래
▲ 새끼들의 변을 버리려 가는 팔색조. 새들은 변이 둥지나 둥지 가까이 있을 경우 천적의 의협을 받을 수 있어 멀리 갔다 버린다. ⓒ 장성래
▲ 사진작가 장성래씨와 글을 쓴 저자 박진석. ⓒ 박진석
- "직접 보고 싶다" 등과 같은 단순한 호기심에 서식지 문의 전화를 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있더라.
"우리나라의 탐조 문화가 일단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귀한 새를 발견하면 새를 배려하지 않고 호기심만 채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새를 괴롭히고 주변 환경을 파괴해 사진 배경을 꾸미는 등, 문화인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도 많이 보이고요.
물론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관찰한다거나, 숲에서 큰소리를 내지 않거나 가급적 말을 절제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이 훨씬 많은 것 같아 씁쓸해요. 새를 관찰할 때 적당하게 팀을 이루는 것도 중요해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가거나, 자기들 필요에 따라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면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 다른 새 관찰 등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다.
"우선 굴뚝새의 모든 것들을 관찰 연구하는 데 중점을 두려고요. 팔색조 탐조를 하면서 알게 된 긴꼬리딱새(삼광조)의 번식 상태도 조사할 생각이고요.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관찰 된 황금새의 번식이나 생태 등도 최대한 깊게 관찰 연구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덧붙이는 글
<팔색조의 육아 비밀>(박진석 (글) / 장성래 (사진) / 자연과사람(도서출판) / 2014. 08. 20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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