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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사망사고 후 기자에게 봉투... 보도통제?

H일보 "사고 은폐 의도"... 삼성SDI "관행일 뿐, 보도 통제 없었다"

등록|2014.09.11 18:25 수정|2014.09.12 11:52

▲ 8월 25일 사내하청 사망사고가 발생한 삼성SDI 여수공장 모습 ⓒ 심명남


"삼성SDI 관계자는 취재 기자에게도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봉투'를 내밀며 보도 자제를 부탁했으며 "타 언론사에서도 도와주기로 했으니 한 번 도와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여수시에 출입 통보가 된 언론인이 200여 명이 넘는다. (그럼에도) 사망 사고 기사가 4일이 넘도록 한 건도 보도되지 않았다. 고인에게 죄스러워 고개가 숙여지는 대목이다."

지난달 25일 발생한 삼성SDI(구 제일모직) 여수공장 노동자 사망사고를 취재한 한 지역 언론 기자가 쓴 기사 내용이다. 이 언론은 사내하청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삼성SDI 여수공장 측이 언론사를 상대로 '보도 통제'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H일보는 기사에서 "사고 발생 4일째인 (8월) 28일 현재까지 사고 사실은 철저히 은폐되어 전혀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있어 업체의 철저한 보도 통제가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다"며 "사고 직후 관계 기관인 노동청, 경찰서, 여수시 등에 사고 경위가 전달됐으나 외부로 알려지지 않아 그동안 여수국가산업단지 내의 경미한 사고조차 곧바로 언론에 노출됐던 것에 비추어보면 삼성SDI의 보도 통제에 대한 전방위 로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봉투 내밀며 보도자제 부탁"

8월 25일 오후 8시 37분께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삼성SDI 여수공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회사 측에 따르면, 여수공장 폴리카보네이트(PC) 제품의 포장공정에서 작업자 2명이 설비 장치를 멈추고 점검하던 중 자동 장치가 갑자기 가동됐다. 이 과정에서 하청업체 직원 김아무개(36세)씨가 머리에 중상을 입었다. 

이후 김씨는 여천 전남병원으로 후송돼 응급 치료를 받고 곧바로 광주 전남대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던 중 이날 오후 11시 25분께 사망했다. 사망자 김씨는 삼성SDI 사내 하청업체인 '토탈물류'의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SDI 여수공장 관계자는 1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사고가 난 곳은 안전장치가 2개이고 문을 연 상태에서는 인터록(interlock)에 의해 기계가 작동이 안 돼야 하는데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 원인에 대해 "기계 결함은 아닌 것 같지만 결과는 뭐라 말씀 드릴 수 없다"며 "어쨌든 국과수에서 조사 중이니 향후 그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고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 8월 25일 사내하청 사망사고가 발생한 삼성SDI 여수공장 내부모습 ⓒ 심명남


H일보가 이 사안과 관련해 삼성SDI 여수공장 관계자를 만난 것은 8월 28일. 이 기사를 쓴 A기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8월 27일 식당에서 우연히 사고 내용을 듣고 삼성SDI 측에 전화로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했고, 그쪽에서 '만나서 설명을 드리겠다'고 해서 28일 여수시청 근처 찻집에서 만났다"고 설명했다.

A기자는 "취재를 마치고 찻집에서 한 번, 차에서 내리기 전에 또 한 번 회사 측 관계자가 보도 자제를 부탁하며 봉투를 줬는데 안 받았다"면서 "봉투를 열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돈이다, 아니다'를 얘기하기 어렵지만 산재나 사망 사고가 빈번한 여수산단에서 이런 식으로 언론 통제를 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A기자와 만났다는 삼성 SDI 여수공장 관계자는 봉투를 내민 사실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1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관행적으로 10만 원 정도는 (기자에게) 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명절인데 그냥 나오기 뭐해서 차에서 내리면서 봉투를 드리려고 했는데 안 받으시겠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기사 내용은 (대화에서) 꺼내지도 않았다"며 '보도 통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차 한 잔 마시면서 어떤 상황(사고 상황)인지 간단히 이야기하고, 기사화 하실 거냐(고 했더니) 그러시겠다고 그러더라"며 "(사고) 내용 설명하고 다른 것은 이야기 안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봉투 부분도 어떻게 보면 기본적인 인사로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어 통신사나 타 언론사에도 보도 자제를 요청했는지를 묻자 그는 "(H일보에 나오는) '전방위 로비' 그런 건 전혀 없다"며 "사고 다음 날 아침, 여수시청 기자협회 간사에게 '이런 내용이 있었다'고 바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H일보에서 삼성SDI  여수공장 노동자 사망사고를 단독 보도한 이후 9월 11일 현재까지 관련 보도가 나온 곳은 단 두 곳 뿐이다. A기자는 "보도가 나간 후 삼성SDI 측에게 연락을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SDI 측은 <오마이뉴스> 보도가 나간 후 "봉투에는 돈이 아니라 상품권이 들어있었다"고 알려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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