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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메시지, 왜 부담스러워하나

[주장] 교황이 던진 말과 말, 가슴에 새기는 사회돼야

등록|2014.09.18 14:48 수정|2014.09.18 14:50

교황 '평화와 화해를 위해...'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8월 1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 교황방한위원회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우리나라와 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약자와 가난한 자, 소외 받는 이들을 위해 이 땅에 오셨다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교황은 늘 소외 받고 가난하고 슬픔 당한 공간을 찾아 위로와 기도를 드렸다. 방한과 관련해 교황이 보낸 SNS의 짧은 글들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세계에 퍼져 나갔다.

교황의 '팔로워'는 현재 1411만 명이고, 교황은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인용(RT)되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교황은 특히 세월호로 어려움을 당한 유가족들을 방문해 위로하기도했다. 누군가 정치적 중립을 위해 세월호 리본을 떼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지만 교황이 거부했다는 것을 KBS, SBS가 보도했다. 교황은 "인간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교황은 세월호 참사 당시 트위터에 '한국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기도에 여러분도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4월 19일)라는 내용을 전했다.

또한 교황은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빈다"고 축원했고, "막대한 부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를 경고했다. 교황의 방한에 애초 우리 정부, 정당, 언론, 기업 등은 환영했으나 그의 방문을 반대하고 비판한 여론과 집단도 있었다.

교황은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싸우라"고 강론했지만, 우리나라 한 유력 일간지가 교황 방한을 축하하며 뽑았던 기사 제목은 '돈이 도네요... 고마워요, 프란치스코'였다. 또한 교황은 "무한 경쟁 사조에 맞서라"라고 강조했지만, 정부와 기업의 최상부는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제도와 문화를 찬미하는 모양새다. 교황은 "공동선을 위한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자는 이기적"이라며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며 단호하게 인간과 생명의 존엄과 보편적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황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주장과 기도를 편파적이라고 해석해선 안 된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보다 실천적 제안으로 우리에게 행복 지침 10가지를 소개하기도 했다. "가족과 식사할 때는 TV를 꺼라. 일요일만큼은 아이들과 지내라.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태도와 삶을 인정해라. 개종을 강요하지 마라. 겸손·친절·여유를 가져라.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라. 건전한 여가 생활을 잃게 하는 소비주의에 빠지지 말라. 자연을 존중하고 보호해라. 타인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마라. 평화를 위해 행동해라" 등의 내용이다. 우리의 내면의 깊은 울림과 보편적이고 참된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 행복의 출발점임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교황이 남기고 간 메시지를 우리 사회와 교회 쇄신에 접목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교황 방문의 흔적을 부담스러워 하고 그 영향을 지우려는 움직임들이 늘고 있다. 염수정 추기경의 '세월호 유가족 양보' 발언을 비롯해, 꽃동네의 국고 보조금 진실을 밝히려던 작은 예수회 박성구 신부에 대한 서울대교구의 직무 정지 조치는 눈에 보이는 대표적 예다. 인류의 양심이자 큰 스승의 한 사람인 교황의 메시지마저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 사회. 더 깊은 성찰과 변화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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