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가지 맛과 향 가진 '백향과', 먹는 방법은?
노지에서 열대과일 백향과 재배하는 전남 무안 정공순씨
▲ 열대과일 백향과를 가운데로 자른 모습. 새콤달콤한 알맹이가 가득 들어있다. ⓒ 이돈삼
네 번 놀랐다. 그 처음은 상큼한 맛과 향이었다. 신맛과 단맛이 교묘하게 어우러져 새콤달콤한 맛을 냈다. 석류처럼 입안에서 알맹이가 톡톡 터지며 씹혔다. 탱자의 맛과 향도 느껴졌다. 사과와 바나나의 맛과 향도 묻어났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맛과 향이 살아 있었다.
두 번째 놀라움은 수확의 편리함이었다. 따로 품을 들여 딸 필요가 없었다. 진녹색의 과일이 흑적색으로 변하면서 익으면 절로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과일을 줍기만 하면 됐다. 껍질이 단단해 눈에 띄는 상처도 없었다.
세 번째 놀라움은 노지의 수확량이 많다는 점이었다. 열대지방에서 나는 과일이기에 으레 시설에서 재배할 것으로 생각했다. 선입견이었다. 여름에 노지에서 잘 자랐다. 열매도 더 많이 열렸다. 우리 땅에서도 잘 자라는 열대과일이었다.
덩굴식물인데 다년생이라는 사실도 놀라웠다. 첫 해보다는 2년째, 그 보다는 3년째 수확량이 더 많다고 했다. 가격도 괜찮았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 백향과의 꽃. 생김새까지도 오묘한 꽃이 열매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 이돈삼
▲ 정공순 씨가 노지에서 키운 열대과일 백향과의 열매. 진녹색의 열매가 익으면서 검붉은색으로 변한다. 크기가 참다래와 비슷하거나 조금 크다. ⓒ 이돈삼
여름엔 노지에서도 '쑥쑥', 효자가 따로 없네
백향과다. 백 가지 맛과 향이 난다는 과일이다. '패션푸르츠(Passion Fruit)'로도 불린다. 원산지는 브라질로 알려져 있다. 태국과 대만 등 동남아의 열대지방에서 많이 심고 있다. 열매가 참다래만 하다. 열매를 잘라 안에 들어있는 과즙을 떠먹는 것이다.
비타민C가 많이 들어있다. 석류보다도 3배나 더 많다. 식이섬유도 풍부하게 들어있다. 피부를 촉촉하게 해주고 노화를 막아주는 니아신 성분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우리 몸에 좋은 성분을 가득 담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기후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다. 우리 땅에서 잘 자란다. 여름엔 노지에서도 쑥-쑥- 큰다. 아직까지 알려진 병해충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판로도 걱정 없다. 입소문을 듣고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일손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것도 금상첨화다.
▲ 정공순 씨가 열대과일 백향과를 살펴보고 있다. 정씨는 2년 전 고향으로 귀농해 노지에서 백향과를 재배하고 있다. ⓒ 이돈삼
▲ 정공순 씨의 백향과 밭. 노지에서 키우는 열대과일이지만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있다. ⓒ 이돈삼
백향과를 재배하고 있는 이는 정공순(여·54) 씨. 전라남도 무안군 일로읍에서 살고 있다. 지난해 귀농을 했다. 30년 동안 경기도 부천에서 주부로 살았다. 무안은 그녀의 친정이 있는 곳이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지금도 농사를 짓고 있다.
정 씨는 귀농하자마자 어머니가 가꾸던 땅 700㎡에다 개똥쑥을 재배했다. 그 쑥으로 차도 만들었다. 개똥쑥차에 대한 특허출원도 했다. 첫 해부터 제대로 된 농사에 꿈이 한껏 부풀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개똥쑥의 항암 효능이 과장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왔어요. 주문전화가 거짓말처럼 뚝 끊기더라고요. 개똥쑥이 진짜 개똥이 돼버렸죠."
그녀의 말이다. 이때 다짐한 게 '나만의 농사'를 짓자는 것이었다. 유행을 따르지 말자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고 만난 게 백향과였다. 새콤달콤한 맛과 향에 반해 곧바로 매료됐다. 하지만 관련 정보가 부족했다. 해남에 있는 전남과수연구소를 찾아다녔다. 자문을 얻고 재배법도 배웠다.
▲ 다 익은 열대과일 백향과. 진녹색의 열매가 검붉은 색으로 변했다. ⓒ 이돈삼
▲ 열대과일 백향과의 속. 새콤달콤한 맛을 지닌 속살이 가득 들어있다. ⓒ 이돈삼
백향과 재배를 시작했다. 지난 5월 초 노지 2000㎡에 먼저 심었다. 들은 대로 노지에서 잘 자랐다. 6월초엔 하우스 500㎡에 심었다. 덩굴이 자라 꽃이 피고 2개월 뒤부터 열매를 거뒀다. 가격은 개당 1000원을 웃돈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과일 튼실해요. 수확량도 많고요. 노지에서 11월 초까지는 수확할 것 같아요. 하우스에는 가온을 하면 연중 수확할 수 있고요. 생산비 부담이 없는 셈이죠."
정 씨의 얼굴이 환해진다. 백향과의 가공시장이 아직 미개척 상태로 남아 있는 것도 기회다. 과즙을 빵에 넣거나 주스, 아이스크림으로 만들 수 있어서다. 껍질을 잘게 썰어 차로 만들어 마셔도 괜찮다.
▲ 백향과의 속살. 신맛과 단맛이 교묘하게 어우러져 새콤달콤한 맛을 낸다. 석류처럼 입안에서 알맹이가 톡톡 터진다. ⓒ 이돈삼
"앞으로 백향과 재배면적을 더 늘릴 생각입니다. 틈새시장이 이제 형성되고 있어서 전망도 밝고요. 바라만 보던 주변 농가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작목반이나 영농법인도 꾸려 보려고요."
정씨의 말이다. 그녀는 백향과의 단지화를 구상하고 있다. 재배면적이 늘면 생산량이 많아져 큰 매장 납품도 가능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고향에서 귀농 2년차를 보내고 있는 정 씨의 백향과 예찬이다.
▲ 정공순 씨가 백향과 밭에서 자신의 농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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