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법명사, 한국 최초 명상 박물관 개관
"정신적 질병서 자유로운 사람, 이 세상에서 찾기 어렵다"
▲ 선일 스님이 소장하고 있던 불교 경전 법화경 ⓒ 이정민
18일 오후 5시, 서구 가좌동에 위치한 법명사에 명상의 울림이 가득하다. 고요한 산을 곁에 두고 위치한 명상 박물관 스피커에서 나오는 깨달음의 메아리다. 한적한 오솔길을 따라 일주문을 지나니 불교의 경전을 적은 원통형의 법구인 마니차가 마음을 다독인다.
주변을 잠시 둘러본 후 박물관 앞으로 다가서니 오래전 인연을 맺어 모셨던 법명사 주지 선일 스님이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 속세에선 오랜만에 보는 사람과 얼싸안고 뜨거운 포옹이라도 했을 텐데 역시 명상으로 다져진 스님만의 고운 미소로 오랜 인연의 해후를 맞이한다.
"오셨나. 오랜만에 보네. 여전하시군. 천천히 둘러 보시게나....."
예전 인천불교총연합회 회장 스님으로 모시며 많은 갈등과 번민을 겪고 인연이 다했던 기억이 스친다. 현재 불교 종단의 아픔도 그렇지만 조직을 품고 이끌어가는 스님 또한 속세의 세파를 견딜 수가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인지 스님은 더욱 명상예술에 더욱 공을 들였던 게 아닌가 싶어진다. 괜스레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 농민화가로 잘 알려진 이종구 화가의 석굴암(가운데)과 불교의 사물인 범종, 법고, 목어, 운판(왼쪽) ⓒ 이정민
▲ 족히 천년의 억겁을 거쳤다는 불상의 모습...그 위엄의 무게가 절로 느껴진다. ⓒ 이정민
스님의 인도로 명상박물관을 둘러본다. 박물관의 주제는 통찰과 행복이다. 스님은 "인류가 시작되고 삶과 시간을 평행으로 달려온 이후로 지속적 행복에 대한 열망은 항상 우리의 화두였고 실천 과제였다"고 운을 뗐다.
이는 인간이 행복만을 추구하는 데서 그 행복이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가르침이다. 즉 자성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가를 바로 깨닫고, 비로소 통찰을 얻으며, 불교가 지닌 선지식의 교훈을 몸소 실천을 통해 생활 속에 녹여 내라는 법문이다.
박물관은 전체 6개의 공간으로 이뤄졌다. 명상예술관, 인도힐링 명상관, 명상서적관, 경전문화재 전시관, 티벳 불교 명상관인 차크라, 그리고 성철 스님의 자화상이 그려져 있는 선방이다. 구체적으로는 불교 명상, 명상 예술, 인도 명상, 중국 명상, 인도 명상, 세계 명상 등이다. 그리고 시민 강좌를 펼칠 예정인데 집중 명상, 통찰 명상, 초월 명상으로 진행된다.
▲ 한국 대표 선승이신 성철 스님의 자화상이 놓여진 선방 풍경 ⓒ 이정민
박물관에는 특이한 전시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천년이 넘은 작은 불상부터 스님이 소장하고 있던 오래된 경전, 농민화가로 잘 알려진 이종구 화가의 석굴암도 빛을 발하고 있다.
스님은 "선문염송설화, 묘법연화경, 작법귀감, 대장일람경, 훈민정음 원본, 만해 한용운 선생의 조선불교유신론 등 수없이 많은 희귀 서적들이 사찰에 보관되어 있다. 우리 고유의 문화재를 이제 아시안게임에 오는 모든 분들과 공감해 불교 선지식의 지혜와 담론을 확산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오는 길에 한 쪽 벽에 걸린 불교 명상에 관한 문구가 눈을 사로잡는다.
"비구들이여, 신체적인 질병에서 50년 혹은 100년 동안 자유롭다고 인정하는 사람들은 볼 수 있다. 그러나 비구들이여, 아라한을 제외하곤 단 한 순간이라도 정신적인 질병에서 자유롭다고 인정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오직 몸과 마음의 번뇌를 씻기 위한 가장 좋은 치료는 명상 수행뿐이다. 명상하라 또 명상하라."
▲ 명상 관련 서적관 ⓒ 이정민
덧붙이는 글
<인천불교신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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