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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풀이에는 생태탕이 제일이재"

한 그릇 비워내면 속이 후련

등록|2014.09.23 11:31 수정|2014.09.23 11:31

▲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국민생선 생태탕 기본 상차림이다. ⓒ 조찬현


일본 원전 오염수 누출사고 이후 생선을 먹으려면 왠지 찜찜하다. 그러나 어물전 상인들은 괜찮다 걱정 없다고 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생선들은 노는 물이 다른 곳에서 가져왔다며 안심하라고 말한다. 그래도 방사능 우려를 쉬 떨쳐내기가 어렵다.

이따금씩 뉴스에서 터져 나오는 불법 일본산 수산물의 유통은 가슴을 철렁하게 하기도 한다. 명태와 고등어는 일본산과 국내산 구분이 특히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 중의 하나가 명태다. 명태는 인체에 나쁜 독을 풀어주며 유산균이 풍부한 명태 젓갈은 항암 효과도 있다.

▲ 입안에서 사르르 부서져 내리는 보드라운 생태 살이 매력적이다. ⓒ 조찬현


우리가 명태라 부르는 이 생선은 조선 후기 이유원이 쓴 <임하필기>에 그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인조 때 함경도 관찰사가 명천군 초도순시를 하던 중 생선을 대접받고 생선의 이름을 묻자 함경북도 명천에 사는 태씨 성을 가진 어부가 처음 잡았다고 했다. 이후 명천의 '명'과 태씨의 '태'를 따 명태로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명태만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생선도 아마 드물 거다. 그물로 잡은 것은 망태, 봄에 잡으면 춘태, 어린 것은 아기태, 갓 잡아 싱싱한 것은 선태라고 한다.

건조 상태에 따라 반쯤 말리면 코다리, 꽁꽁 얼리면 동태, 말리면 북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 황태가 되고 황태 건조과정에서 검은 빛으로 변한 것은 먹태다. 또한 원양태, 바람태, 짝태, 낚시태 등의 이름도 있다.

▲ 의사도 속 풀러 온다는 이곳의 생태탕, 한 그릇 비워내면 정말 속이 다 후련하다. ⓒ 조찬현


▲ 별미 호박잎 쌈은 덤으로 나온다. ⓒ 조찬현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생태탕이다. 유달리 국물 요리를 선호하는 우리 국민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음식은 없다. 개운한 국물에 입안에서 사르르 부서져 내리는 보드라운 생태 살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꽁꽁 얼린 동태탕과는 근본이 다른 맛이다.

광주 황금동에 있는 15평(50㎡) 남짓한 자그마한 가게(장금이 뚝배기네)다. 생태탕 한 그릇에 1만 원이다. 생태가 귀해지다보니 이 녀석 몸값도 덩달아 뛰었다. 이 집 생태탕에는 생태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다. 생태는 남광주시장에서 얼리지 않은 걸로 미리 구입해 갈무리해 두고 사용한다.

토란대를 다듬고 있던 주인장(80. 윤성순)에게 이집 생태탕 맛의 비결에 대해 알아봤다. 윤씨는 음식 맛의 근본은 좋은 식재료와 정성에 있다고 한다.

"싱싱한 생태를 넣고 정성을 다해 육수로 맛을 내요, 생태 한 마리가 통째로 다 들어가요."

생태탕에는 생태 한 마리가 통째 들어 간데다 무와 바지락 두부 팽이버섯 등이 한데 어우러졌다. 고명으로 들깻잎을 올렸다. 이곳 가게를 찾은 한 아주머니는 양도 푸짐해 1인분으로 둘이 먹어도 될 분량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15평(50㎡) 남짓한 자그마한 가게(장금이 뚝배기네)다. ⓒ 조찬현


▲ 식재료로 사용할 토란대를 다듬고 있다. ⓒ 조찬현


속 시원하게 해주는 생태탕에 대해 주인아주머니에게 정말 맛있다는 인사말을 건넸다. 그러자 아주머니 하는 말.

"근처 내과의사도 술 묵고 속 아프면 일로 속 풀로 와요. 속 풀이에 생태탕이 제일이재."

이곳의 생태탕, 한 그릇 비워내면 정말 속이 다 후련하다. 오후 3시까지 점심시간에만 영업을 하는데 정오 식사시간에는 줄을 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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