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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노조지부장 대기발령... 노조탄압 '논란'

언론노조로 교섭권 넘기자 지부장 '대기발령'... 사측 "노조활동과 무관, 개인 문제"

등록|2014.09.23 21:09 수정|2014.09.23 21:09

▲ 대전일보 홈페이지 회사소개 화면 갈무리. ⓒ 대전일보


대전충남지역 최대 일간지인 <대전일보>가 노조지부장에 대한 보복성 인사발령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노조는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노조활동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전일보>는 지난 18일 전국언론노조 대전일보 지부장을 맡고 있는 장길문 사진기자에게 '대기발령'을 내렸다. 이유는 장 기자가 4년 전 다른 사람의 사진을 마치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처럼 사용했다는 제보가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것.

장 기자는 취재 당시 장소가 협소하여 공동 취재한 사진을 당사자와 합의해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회사 측은 '대기발령' 후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전일보 노조와 기자들은 강력 반발하며 사측이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보복성 인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 대전일보지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대전일보지부'는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대전일보 기획조정실은 사내 언론 통제와 인사경영 전횡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대전일보 노사는 지난 4월부터 임단협을 진행중이다. 노조는 사측과의 임단협이 잘 진행되지 않자 지난 11일 총회를 열어 교섭권을 상급단체인 언론노조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노조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자 갑자기 사측이 '제보를 확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노조 지부장인 장 기자의 4년 전 사진을 문제 삼고 나섰고, '대기발령'까지 내렸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측이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지부장을 타깃으로 삼아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 대전일보지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대전일보지부'는 성명에서 "대전일보 기획조정실은 지난 19일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 대전일보지회가 '장길문 회원의 뒷조사와 경위서 종용'에 관한 성명서를 낸 이후 한국기자협회에 관련 기사가 나가자 지회장을 불러 성명서를 떼라고 강요했다"며 "충청권 최고의 언론인 대전일보의 기조실이 사내 언론을 통제하는 '비정상'적인 일이 현실로 일어난 것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게다가 곧바로 장길문 언론노조 대전일보 지부장에게 대기발령이라는 인사조치로 노조 탄압에 나섰다"면서 "기조실은 사실관계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직접 경위서를 받고 대기발령이라는 인사전횡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제보를 받으면 편집국을 통해 해당 기자에게 먼저 사실 확인을 해야 함에도 제보 확인이라는 미명 아래 직접 뒷조사까지 나섰다"며 "이는 기조실의 인사전횡이 바깥으로 드러난 사례이며 명백하게 노조 탄압 의도를 지닌 치졸한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더욱 우리를 분노케 하는 것은 기획부장이 장길문 지부장을 불러 평판 등 뒷조사와 경위서 종용과 관련해 '언론노조 대전일보 지부장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언급한 부분"이라며 "이는 기조실에서 긴급 간부회의나 언론을 통해 밝혀온 장길문 지부장의 대기발령 조치가 노사협상과는 무관한 것이라는 내용과 정면으로 반대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끝으로 "그동안 우리는 법정 시간을 넘기면서도 애사심을 갖고 일해 왔다, 그러나 기조실은 경영실적 부진을 편집국 탓으로 돌리고 회사경영의 어려움을 편집국 구성원들의 무능으로 떠넘겼다, 편집국 기자들에게 직접 경위서를 받는 등 도 넘는 편집권 유린도 일삼았다"며 "우리는 다짐한다, 우리는 편집권 독립을 지켜나갈 것이며 이것을 우리의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4년 지난 기사 근거로 노조활동 위축시키려는 의도"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대전충남민주언론운동연합도 성명을 내고 <대전일보>를 비난하고 나섰다.

대전충남민주언론운동연합은 23일 성명을 통해 "4년이나 지난 기사를 근거로 행해진 노조 지부장에 대한 대기발령은 누가 봐도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며 "대전일보 노조가 언론노조 본연을 활동을 위해 전국언론노조로 상급단체를 변경하고 실질적인 임단협에 나서자 위협을 느낀 사측이 노조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내린 고육책"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언론노조 활동은 일반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넘어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한 언론자유 쟁취 및 불합리한 언론관행, 구조를 바꾸기 위한 민주언론실천 활동 등 사회적 공기로서의 언론이 제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언론노동자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라며  "대전일보는 노조활동을 보장하고 노조 지부장에 대한 부당한 인사조치 등 부당노동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러한 노조와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대전일보>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장 기자에 대한 '대기발령'은 노조활동과는 전혀 무관한 개인적인 문제라는 주장이다.

<대전일보>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노조와의 임단협은 현재 거의 합의가 된 상태다, 임금인상은 7%로 합의했고, 단체협상은 내년으로 넘기기로 했다, 현재 이견을 보이는 것은 4-8월까지 소급적용할 것이냐는 경미한 부분만 남아있다"며 "따라서 노조활동을 탄압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사건을 노사협상과 연관 지어서는 안 된다, 노조는 지부장의 4년 전 사진 한 장을 가지고 문제 삼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며 "문제가 되는 사진이 수십 건이 되고, 이번 달만 해도 여러 건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된 사진에 대해 본인이 시인도 하지 않고, 경위서 제출도 거부하고 있어 부득이 하게 '대기발령'을 내린 후 진상조사를 하고 있다"며 "대기발령은 징계가 아니다,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인사조치에 불과하다, 징계는 진상을 확인한 후 문제가 있을 경우 인사위원회를 통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서 매우 곤혹스럽다"며 "한 개인의 문제를 노조가 '노조탄압'으로 몰아가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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