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예산 전액 삭감? 생각도 못해 누리과정 탓 예산 파탄... 정부 책임져야"
[인터뷰]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교육부가 갈등을 조장한다"
▲ 이청연 인천교육감. ⓒ 권우성
6·4 지방선거에서 인천의 첫 진보교육감이 탄생했다. 시민들은 인천 교육을 바꿀 혁신학교에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지난 15일 시민들의 기대는 깨졌다. 이날 인천시의회는 본회의를 열어, 혁신학교 예산 2억4588만 원을 모두 삭감하는 내용의 인천시교육청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지었다. 현장에 있었던 이청연 교육감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혁신학교 준비를 위한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청연 교육감이 앞서 예산을 깎은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들을 찾아 혁신학교 예산을 되살려달라고 호소했지만, 거절당했다. 시의회 의원 35명 중 23명이 새누리당 소속이다. 시의원들은 준비 부족과 소통 미흡을 지적했지만, 인천 교육계에서는 "새누리당의 진보교육감 발목잡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은 24일 오후 인천시교육청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벌어지지 말았어야 할 일이 벌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새 교육감의 핵심공약이고, 다른 지역에서 성과가 많이 나왔다"면서 "예산이 다소 삭감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일체 일을 못하도록 전액 삭감될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 탓' 하지 않기로 했다. "좋은 정책도 공감과 동의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전했다. "혁신학교 사업에 대한 재정 지원도 중요하지만, 교사들의 자발성·헌신성과 지역사회·학교구성원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게 더 중요하다, 행정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내년 혁신학교 10곳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1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의 진보교육감 흠집 내기... 정권 차원의 일 아닌가"
이청연 교육감은 지난 7월 취임 이후의 3개월을 회상하면서 "주위 환경이 만만치 않다"고 털어놓았다. 보수진영은 전교조 출신의 이 교육감을 상대로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 교육감이 매주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를 예고 없이 방문해 학생들을 만나는 것을 두고 "전교조 교사와만 소통한다"고 비판한다. 이 교육감은 "악의적인 주장"이라면서 "의전은 교육력 낭비이기 때문에 예고 없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육감이 인천외고에서 사학민주화를 위해 싸우다 해직된 교사 2명을 최근 특별채용한 것을 두고 보수진영의 비판이 크다. 이 교육감이 비밀리에 전교조 출신 해직교사를 채용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교육부도 조사에 나섰다. 이 교육감은 "교육공무원법 12조 특별채용 조항에 따라 채용한 것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직교사 복직 문제는 인천 지역사회의 해묵은 과제였다, 학교 교육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해직된 교사라면 제자리로 돌려보내야 한다"면서 "시의회는 2012년과 2013년 복직 촉구 결의안을 냈고, 지난해에는 여야 국회의원 8명도 복직촉구안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교육부가 갈등을 조장하고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교육부가 해직교사의 임용을 취소할 경우를 대비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청연 교육감은 자사고 지정 취소와 관련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등 교육부의 교육감 권한 약화 시도에 대해 "교육감들이 하는 일에 최대한 흠집 내기를 하려는 것 같다, 교육부만의 생각이 아니라 정권 차원의 일이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2015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누리과정과 초등학교 돌봄교실에 대한 국고 지원은 없다. 시도교육청이 자체 예산으로 이들 사업을 꾸려야 한다는 뜻이다. 인천시교육청의 경우, 내년 49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 교육감은 "누리과정은 꼭 필요한 사업이다, 예산 편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별짓을 다해도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 예산편성을 못할 수도 있다, 이는 전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기자와 이청연 교육감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혁신학교 예산 전액 삭감... 생각지도 못해"
▲ "혁신학교는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일단 재정지원을 할 수 없으니, 행정지원을 강화하겠다." ⓒ 권우성
- 매주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24일에도 이 교육감은 교육청을 찾은 초등학생을 만났다).
"학생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교육청 사람들은 제가 학생들을 만나면 표정이 달라진다고 한다. 매주 월요일 오전에는 안전한 등굣길을 기도하는 심정으로 초등학교 교문에서 학생들을 맞이한다. 또한 매주 금요일 오후에는 고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저녁을 먹는다.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고 급식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 이를 두고 보수진영에서는 이청연 교육감이 학교를 예고 없이 방문하면서 전교조 소속 교사들과만 소통한다고 비판한다.
"제가 전교조 출신이긴 하지만, 전교조 교사만 만난다는 주장은 악의적이다. 전교조가 아닌 인천시민의 교육감이다. 일부에서 저의 행보에 대해 흠집을 내고 부정적으로 보려는 시각이 있다. 학교를 예고 없이 방문하는 이유는 의전에 신경을 쓰는 과거의 낡은 교육시스템이 싫기 때문이다. 의전은 행정력의 낭비이자, 전시행정이다. 또 학교를 방문하는 이유는 교직원들이 잘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 인천시교육감에 취임한 지 세 달 가까이 지나는 동안, 견제를 많이 받고 있다.
"제 당선을 두고 인천시민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진정성을 갖고 아이들을 중심에 놓는 교육행정을 펼치면서 뚜벅뚜벅 걸어가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위 환경이 만만치 않았다. 언론으로부터 비판도 많이 받았다. 앞으로 겸손한 자세로 더욱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지는 않겠다. 끊임없이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 제안을 귀담아 듣도록 하겠다."
- 만만치 않은 주위 환경은 대표적으로 인천시의회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 의원 35명 중에서 23명이 새누리당 의원이다. 시의회는 지난 15일 인천시교육청이 제출한 2억4588만 원의 혁신학교 예산을 모두 삭감한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예산이 삭감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새롭게 시작하는 교육감의 핵심 공약이고, 혁신학교와 관련한 성과가 다른 지역에서 많이 나타났다. 누구나 그런 정보들을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벌어지지 말았어야 할 일이 벌어졌다. 예산이 다소 삭감될 수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일체 일을 못하도록 전액 삭감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많은 생각을 하면서 시의회를 탓하기보다 내가 짊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시의원들은 혁신학교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예산을 모두 삭감했다.
"좋은 정책도 공감과 동의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시의회가 준비 미흡과 소통 부족을 이유로 예산을 삭감했는데, 이를 정치적 발목잡기로 바라보고 싶지 않다. 혁신학교를 진영논리로 접근하면 안 된다. 시의회는 민의를 대변하는 기구라는 생각을 가지고 소통을 강화하겠다."
- 올해 혁신학교 예산은 '0'이다. 혁신학교는 중단되는 것인가.
"중단돼서는 절대 안 된다. 혁신학교를 추진하는 데 재정 지원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사들의 자발성·헌신성, 지역사회·학교구성원의 협력 등이다. 혁신학교는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일단 재정지원을 할 수 없으니, 행정지원을 강화하겠다. 오늘(24일) 혁신학교 준비교 구성원에 대한 연수가 있었는데, 인천교육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겠다는 절체절명의 심정을 가진 분들이 많았다. 분위기가 뜨거웠다."
- 내년부터 혁신학교를 10곳씩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내년 예산이 중요하다.
"내년 혁신학교에 지정되는 학교에 1억 원씩, 10개 학교에 모두 1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혁신동아리, 혁신학교 지원에도 얼마의 예산이 필요하다. 혁신학교는 '행복한 인천 교육'의 버팀목이 될 것이다. 내년 본예산에서는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준비를 잘하겠다."
"인천외고 해직교사 특별채용 논란? 교육부가 갈등 조장"
▲ "진보교육감을 당선시킨 국민들은 한국 교육의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한 것이다. 교육부도 교육혁신 등 교육의 변화라는 시대 조류에 발맞춰야 하지만, 여기에 역행하고 있다." ⓒ 권우성
- 인천외고 해직교사 특별 채용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와 보수언론에서는 해직교사를 비밀리에 채용했다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교육공무원법 12조 특별채용 조항에 따라 특별채용을 한 것이다. 법적으로 충분히 검토했지만,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해직교사 복직 문제는 인천 지역사회의 해묵은 과제였다. 학교 교육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해직된 교사라면, 제자리로 돌려보내야 한다. 시의회는 2012년과 2013년 복직 촉구 결의안을 냈고, 지난해에는 여야 국회의원 8명도 복직촉구안에 서명했다."
- 교육부가 왜 딴죽을 건다고 생각하나.
"지역에서의 갈등을 해소하고 교단의 평화를 만들기 위해, 교육감 권한으로 특별채용한 것이다. 이를 두고 교육부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교육자치의 정신에도 맞지 않다. 다른 교육청에도 사학 민주화 탓에 해직된 교사들이 있을 것이다. 교육부 입장에서는 인천시교육청의 조치를 용인하면, 다른 교육청에도 이같은 흐름이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인천을 지역구로 둔 황우여 교육부 장관에게도 의견을 전달했지만, 시원한 답을 듣지는 못했다."
- 교육부는 확고한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인천시교육청이 법령을 위반했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 같다. 임용을 취소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법적인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 여기에 대비해 관련 부서에 법적인 대응을 검토하라고 얘기했다."
-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교육부는 자사고 지정 취소와 관련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학교 앞 호텔' 훈령 개정 등을 통해 교육감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방안을 잇달아 내놓았다.
"교육자치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 옳지 않다. 시도교육감들은 일련의 조치에 대해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진보교육감을 당선시킨 국민들은 한국 교육의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한 것이다. 교육부도 교육혁신 등 교육의 변화라는 시대 조류에 발맞춰야 하지만, 여기에 역행하고 있다. 교육감들이 하는 일에 최대한 흠집 내기를 하려는 것 같다. 교육부만의 생각이 아니라 정권 차원의 일이라는 의구심이 든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 못하면, 박근혜 정부 책임"
- 교육부의 2015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누리과정과 초등학교 돌봄교실에 대한 국고 지원은 없다. 자체 예산으로 박 대통령의 공약을 시행해야 하는 시도교육청의 재정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교육청은 내년에 4900억 원 가량의 예산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국고 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가용재원 4000억 원 중에서 누리과정과 초등학교 돌봄교실 예산만 2000억 원 가량이다. 내년엔 사정이 더 악화될 것 같다. 예산 편성을 하지 않고 시도교육청으로 하여금 재정을 부담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 그렇다면, 내년에 누리과정과 초등학교 돌봄교실 예산을 편성하지 못할 수 있나.
"누리과정은 꼭 필요한 사업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예산 편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별짓을 다해도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 예산편성을 못할 수도 있다. 이는 전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책임이다. 이러한 불행한 일이 없도록 교육부 장관·기획재정부 장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을 적극 만날 예정이다. 오늘(24일) 오전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을 만나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
- 25일 한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선을 위한 2차 토론회가 열린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어떻게 생각하나?
"동의하지 않는다. 교과서 국정화는 퇴행이다. 한국사가 국가권력의 홍보구실을 하거나 획일적 교육으로 몰고 가는 문제점 때문에 검정 교과서 체제를 택한 것이다. 교학사 교과서가 거의 지정받지 못하자 국정교과서 전환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부가 밀어붙이기를 한다면, 파국을 맞을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대체 교재를 만들 수 있다고 했는데, 전국 교육감들도 그와 유사한 대체 교과서를 만드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 아니겠나."
- 경기도교육청이 9월 처음 실시한 '9시 등교'가 전국 시도교육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9시 등교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현장의 의견과 경기도 사례를 보면서 검토하겠다. 우리는 9시 등교 자체보다 9시 등교가 처음 제기된 것이 한 중학교 수업시간이란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의정부 여중 학생들이 수업과정에서 생활을 바꾸는 정책을 고민하고, 정책을 직접 만들고, 그것을 실제로 실현하기 위해 의견을 제시했다. 교육청이 무시하지 않고 그것을 적극 받아들인 점도 상징적이다. 민주주의의 모범, 수업혁신의 모범이 담긴 일이다."
- 최근 서울고법은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을 정지하고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학교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부가 사과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정부(고용노동부)는 사과 하지 않고 항고 입장을 밝혔다. 어떻게 생각하나.
"결과적으로 학교혼란만 생겼고 교육행정력만 낭비했다. 정부는 전교조에 대한 방침을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전교조 대 반전교조라는 대립구도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육현장에 엄연히 현실적인 단체로 존재하고 있는 전교조를 법 바깥으로 밀어내고 갈등을 키우면 이번처럼 행정력 낭비, 교육력 낭비가 발생할 것이다. 저는 교총, 전교조 모두를 정책적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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