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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지원금 40억 쏟아부은 드라마 세트장, 결국은...

울산 울주군 간절곶 드라마 세트장 논란... 지금은 주인 없이 방치

등록|2014.09.30 11:48 수정|2014.09.30 14:04
지난 25일 울산 울주군은 '간절곶 드라마 세트장 사용수익허가자(임대자) 선정 입찰공고'를 냈다. 그러자 25일과 26일 양일에 거쳐 여러 통신사와 지역언론들이 "울주군 간절곶 드라마 세트장이 애물단지가 됐다"는 논조의 기사를 쏟아냈다.

이 드라마 세트장은 지난 2010년 MBC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 오픈 세트장으로 활용됐다. 한수원과 울주군이 건설비 30억 원에다 이후 리모델링 비용 10억 원 등 총 40여억 원의 원전지원금을 투입해 지었다.

울주군은 드라마가 끝난 지난 2011년 MBC로부터 기부채납 형식으로 받은 후 세트장을 리모델링해 사업자에게 임대했다. 하지만 최초 사업자가 결혼사진 전문 스튜디오 등으로 활용하다 적자를 견디지 못해 중도 포기하자 다시 울주군이 임대 공고를 낸 것이다.

이 드라마 세트장은 건설 당시 간절곶의 천혜 잔디밭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방송사 드라마 세트장을 위해 전체 시민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원전지원금을 쏟은 데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일기도 했다.

취재 결과, 당시 울주군이 부정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내세운 허가 조건은 엉터리였다. 또한 1년 후 드라마 세트장을 허문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울산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산 28 에 지어진 '간절곶 드라마세트장'. 40억원의 원전 지원금이 투입됐지만 불법 공사와 간절곶 잔디 훼손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현재 문을 걸어 잠궈 출입이 금지돼 있다 ⓒ 박석철


간절곶 드라마 세트장, 허가 조건 제대로 지켜졌나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산 28 간절곶 드라마 세트장. 이곳 서생면은 이미 완공 단계인 신고리원전 3~4호기가 있다. 또한 조만간 5~6호기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간절곶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다.

MBC는 울주군으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아 지난 2010년 7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같은 해 10월 26일에는 5530㎡ 부지에 연면적 648㎡ 지상 1층 1동 규모의 드라마 오픈 세트장 준공식을 가졌다. 이날 준공식에는 당시 박맹우 울산시장, 박순환 시의회 의장, 신장열 울주군수, 소원영 울산MBC 사장, 출연배우 이순재씨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드라마 세트장이 들어서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고리원자력본부가 원전주변지역 지원 사업비 30억 원을 지원했다. 울주군이 공원 부지인 곳에 드라마 세트장 공사를 허가하면서 간절곶 명물인 잔디도 훼손됐다.

▲ 2010년 7월 울주군이 간절곶에 드라마세트장 허가를 내 줄때의 공문. 허가조건으로 공사를 할 때 50cm 이상은 파지 못하고, 1년 후 원상복구 하도록 되어 있다. ⓒ 박석철

취재 결과, 울주군은 당시 허가조건을 명시한 공문에서 "드라마 세트장 공사를 할 때 땅 밑으로 50cm 이상을 파지 말도록" 명시했다. 잔디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터를 일정 깊이 이상 파지 못하도록 규제한 것이다. 또한 "점용기간이 만료되거나 점용을 폐지한 경우 즉시 원상복구 하도록" 규정했다. 특히 현행법에는 공원부지 중 5000㎡ 이상을 점용할 경우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당시 목격자와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드라마 세트장 기초공사 때 철제빔을 박고 콘크리트를 가설하면서 땅 밑을 50cm 이상 팠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사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의 공사는 통상 2~4m 가량의 터파기를 한다"고 증언했다.

지역 문화계의 한 인사는 "허가조건은 땅 밑으로 50cm 이상을 파지 말도록 하는 것이었다"며 "무릎 깊이 이상으로 파지 못하도록 하면서 648㎡ 면적의 집을 지으라고 한 것은 '눈감아 줄테니 지으라'고 하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간절곶은 바람이 거센 해안으로 수십 년 된 소나무조차 해풍에 밀려 비스듬히 서 있는 곳인데 50cm보다 얕은 기초면 어떻게 드라마 세트장이 버틸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또 법상으로는 공원부지 5000㎡ 이상을 점용할 경우 도시계획시설로 하도록 되어 있지만 도시계획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울주군은 점용기간을 1년으로 해 주고 드라마 촬영이 끝난 뒤에도 원상복구를 이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울주군은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며 10억 원이 넘는 원전지원금을 투입해 리모델링했다. 하지만 결국 적자를 낸 사업자의 중도포기로 애물단지라는 비판 기사가 쏟아진 것이다.

이에 대해 울주군 측은 "당시 공사를 할 때 50cm 이상 터파기를 하지 못하도록 감독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5000㎡ 이상 점용할 경우 도시계획시설로 하도록 한 것을 어긴 이유에 대해서는 "드라마 세트장의 연면적이 648㎡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원상복구를 하지 않고 '애물단지' 비난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 "당초 드라마세트장이 이익을 남기고자 한 것이 아니었고, 관광명소로 활용할 경관을 남기고자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재철 MBC 사장 시절 세트장 건설 강행

그렇다면 한수원과 울주군은 왜 비난여론을 무릅쓴 것일까. 간절곶 잔디를 훼손하고 원전지원금을 투입하면서까지 드라마 세트장을 짓도록 해 준 것일까. 당시 언론과 지자체의 역학관계에서 그 답을 유추해 볼 수 있다.

▲ 울산 울주군 간절곶 공원에 있는 드라마 세트장이 받혀 있어 관광객이 철제 담장 너머로 구경하고 있다 ⓒ 박석철


김재철 전 MBC 사장은 앞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울산 MBC의 사장으로 재임했다. 그는 재임 당시 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드라마 세트장을 지을 당시 MBC는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후 시청률이 급락하자 야심차게 주말극 <욕망의 불꽃>을 제작해 만회하려 했다.

결국 이같은 힘의 논리가 지역계의 비난여론에도 드라마 세트장을 짓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욕망의 불꽃> 드라마 세트장 변천사
<욕망의 불꽃>은 어느 재벌가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파멸, 부와 권력에 대한 탐욕 등을 그린 드라마이다. 지난 2010년 10월 2일부터 2011년 3월 27일까지 50부작으로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 9시 50분부터 방영했으며, 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MBC는 <욕망의 불꽃>이 끝난 뒤 간절곶 세트장을 울주군에 기부채납했고 울주군은 드라마 세트장을 다양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울주군은 드라마가 끝난 뒤인 지난 2011년 3월 공개입찰을 통해 (주)테디베어뮤지엄을 낙찰자로 선정, 인형 박물관으로 꾸미기로 하고 10억 85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가설 건축물을 일반 건축물로 전환하고 전기와 소방, 통신시설도 완비해 임대가 가능하도록 세트장을 개조했다. 하지만 사업자가 입주를 포기하면서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울주군은 다시 2012년 간절곶 드라마 세트장 사용 수익 허가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 최종 낙찰자로 ㈜유엠엑스를 선정, 2012년 7월 계약을 체결했다.

㈜유엠엑스는 연간 사용료 1억 2000만 원에 드라마 세트장을 3년간 임대하기로 했다. 1층은 예비 신혼부부를 위한 결혼사진 전문 스튜디오로, 2층은 80석 규모의 식당으로 활용했지만 누적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해 임대 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최근 사용을 포기했다. 결국 울주군은 연간 임대료를 낮춰 다시 입찰공고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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