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노란리본 다 떼겠다" 서북청년단, 경찰과 몸싸움
[현장] 극우반공단체 재건 첫 제물 될 뻔한 '서울시청 노란물결'
▲ 노란리본 훼손 시도하는 '서북청년단'가위와 박스를 든 '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 회원들이 28일 오후 서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참사 추모 노란리본 강제철거를 시도하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 노란리본 훼손 시도하는 '서북청년단'경찰이 겹겹이 에워싸며 서북청년단 회원들이 노란리본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있다. ⓒ 권우성
[기사보강 : 오후 5시 45분]
"우린 노란리본을 없애자는 게 아니라 잘 보관하자는 것이다."
28일 오후 2시 9·28 서울 수복 행사가 열리고 있는 서울시청 앞으로 '서북청년단' 조끼를 입은 우익단체 회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수개월 간 세월호 분향소 참배객들이 광장 곳곳에 빼곡하게 묶어둔 노란리본들을 자신들이 직접 '정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상자를 들고 분향소 쪽으로 몇 차례 접근을 시도했지만 서울시청 직원들과 경찰의 저지로 결국 무산됐다.
'서울시청 노란물결' 철거 나선 극우단체, 경찰 저지로 무산
이날 모인 이들은 <사이버뉴스24> 발행인인 배성관씨를 비롯해 바른사회시민연대, 선진화시민행동, 엄마부대 등 극우 보수단체 대표들이었다. 이들은 최근 해방 직후 정치 테러를 일삼은 극우 반공 단체인 '서북청년단'을 재건하겠다고 나선 이들로 서울시청 광장의 '노란물결'이 첫번째 제물이었다.
이들이 겉으로 내세운 취지도 "빗물에 젖어 너덜너덜해진 노란리본들을 모아 서울시에서 영구 보관하자는 것"이지만 속내는 한마디로 "세월호 추모 분위기가 지겹다"는 것이었다.
▲ 서북청년단 재건위는 누가 참여하나?왼쪽부터 '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 배성관 대표, 정함철 대변인,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 권우성
▲ '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 회원들이 28일 오후 서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참사 추모 노란리본을 강제철거하겠다며 서울시청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성관 대표,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 정함철 대변인. ⓒ 권우성
'서북청년단재건준비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정함철씨는 이날 "세월호 유가족들을 더 이상 국론 분열의 중심에 서게 해선 안 된다"면서 "서북청년단이 단원고 일부 유가족과 불순한 반정부 선동세력의 눈치를 보고 있는 서울시와 정부를 대신해서 이 일을 결행하고자 한 것"이라고 목표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지난 26일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등에도 동참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지만 막상 이날 조끼를 입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서북청년단 발기인 대여섯 명이 전부였다.
정 대변인은 "일베는 단체가 아니라 회원 단위로 활동한다"면서 "일베 게시판에 올린 뒤 전화가 많이 왔고 이 주변에도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도 일베 회원을 비롯한 '구국 청년'들에게 전국에 걸린 세월호 추모 현수막과 노란리본들을 '정리'하라고 선동하는 한편,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와 일부 유가족들에게는 광화문광장 단식농성 천막 철거를 촉구했다.
과거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창립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현재 '구국을 위한 행동하는양심실천운동본부' 대표를 맡고 있는 정씨는 "왜 세월호를 박근혜 대통령 책임으로 몰고 가느냐"면서 "일부 선동 세력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하려는 게 아니라 유가족들을 내세워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방 직후 월남한 서북지방 청년들을 중심으로 각종 정치 테러를 일삼아 악명이 높았던 '서북청년단'을 "구국의 최전선에서 공산주의에 맞서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낸 구국의 용사들"로 높게 평가하고 "해방 직후 남로당이 70~80% 민심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공조직도 못한 일을 하려면 다소 폭력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적극 두둔했다.
"전국에서 노란리본 떼는 장면 인터넷에 올릴 것"
이날 30분 남짓한 행사 도중 곳곳에서 항의하는 시민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 40대 여성이 "서북청년단은 물러가라, 너희는 가족도 없느냐"고 따지자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이제 그만하자 노란 깃발 지겹다"고 맞받았다. 또 주 대표는 기자들에게도 "대통령이나 왕이 죽어도 5~6개월씩 문상하나"라면서 "기사 똑바로 써라"고 다그쳤다.
한 70대 남성은 "3년 상처럼 계속 추모해 봐라 나라 망한다"고 동조했고, 어린 자녀를 안은 한 40대 남성은 "아무 것도 못한 책임 묻겠다는 건데, 걱정해 주는 척하고 있네"라고 비판했다.
▲ '노란리본' 지키는 경찰들'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대표 배성관)가 28일 오후 서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참사 추모 노란리본을 강제철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경찰들이 노란리본을 비롯한 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해 배치되어 있다. 시민들이 종이에 추모글을 남기고 있다. ⓒ 권우성
이날 서울시청 앞 분향소 곳곳에는 노란리본 훼손을 막으려는 경찰들이 배치돼 삼엄한 분위기였지만 여느 때처럼 참배객들 발길이 이어졌다. 단원고 희생자 또래의 어린 학생이나 자녀를 동반한 시민들이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노란리본 물결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모습은 눈에 띄었지만 어디서도 이들이 말하는 '너덜너덜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이 분향소쪽으로 접근하자 서울시청 관계자는 "노란리본은 서울시 기록유산이어서 (추모기간이) 끝나면 기록관으로 가게 될 것"이라면서 "여러분이 임의로 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경찰 저지로 노란 리본 철거가 무산되자 "여기선 못 뗐지만 전국에 있는 구국 청년들이 주변에 있는 노란리본을 떼는 사진과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릴 것"이라고 '경고'하며 유유히 광장을 빠져 나갔다.
이들은 "서북청년단이 그 시대에 꼭 필요했듯 지금 상황에 맞게 활동하겠다"고 밝혔지만 물리적인 폭력만 없었을 뿐 이들의 운동 방식 역시 60여 년 전 '극우 테러' 못지않게 폭력적이고 시대착오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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