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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IS의 가슴에 증오심을 심었나

[주장] 오바마가 '어리석은 전쟁'을 다시 시작한 까닭

등록|2014.09.30 17:27 수정|2014.09.30 17:27

▲ 오바마 대통령이 4월 26일 오전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 콜리어필드에서 주한미군병사를 대상으로 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세계가 '이슬람국가' IS(Islamic State)를 주목하고 있다. 두 명의 미국 기자들과 영국과 프랑스 구호 활동가 한 명씩을 납치해 공개 참수한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미디어와 각국 정부들은 하나같이 그들이 얼마나 끔찍한 무장 테러리스트인지를 연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인들도 2004년 이라크에서 숨진 고(故) 김선일씨 사건을 떠올리며, 복면을 하고 총을 든 비이성적인 광신도 같은 그들이 그저 무섭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혀를 찬다.

IS는 알려진 대로 이슬람 수니파 계의 극단적인 조직으로, 이라크 북서부와 시리아 북동부 지역을 장악하고 분파가 다른 시아파인들을 무차별 살해한다. 또 총을 들고 강압적으로 주민들에게 복종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 도대체 이들은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걸까? 이유를 알기 위해선 뼛속 깊이 아로새겨진 이들의 증오심의 시발점을 역추적해 보아야만 한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대테러 전쟁을 선포한 미국은 2001년 말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뒤 2003년에는 대량살상무기를 찾아 없애겠다는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한다(미국은 2002년부터 이라크에 무차별적으로 폭격을 가해왔다).

미국 국민의 반이 침공에 반대했고 전 세계적으로 반전시위가 크게 일어났지만, 당시 미국 정부는 귀를 닫고 그들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결국 2011년 미군이 철군할 때까지 이라크에서 찾겠다던 대량살상무기는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고, 8년 동안의 이라크 점령은 이라크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갔다.

이로 인해 이라크 민간인 희생자 145만여 명(저스트 포린 폴리시 통계)과 난민 약 230만 명이 생겨났고, 구호기관의 식량배급을 받는 인구가 전체의 90%에 이르렀다(2008년 갤럽 통계). 오랜 제재로 중산층이 파괴되었고, 교육 시스템, 의료기관들도 붕괴되었다. 또한 미국은 이라크 내 석유 자원과 경제를 외국 자본에 개방해 더욱 더 서구에 의존하게 만들었으며, 이라크 내의 수니파, 시아파, 쿠르드 족들이 서로를 증오하게끔 갈갈이 찢어놓았다.

이슬람의 분열과 증오, 근본주의 세력 만들어

뿐만 아니라 이라크 팔루자 등지에서는 미국을 필두로 한 다국적군에 의해 끔찍한 인권 침해와 살상극이 벌어졌다. 미국은 팔루자를 거의 초토화했으며, 이라크 전투원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도시를 포위하고 민간인에게 식량과 물조차도 제공하지 않으면서까지 학살을 이어갔다. 불법 구금, 성고문, 성폭행 등이 수없이 자행됐는데 이는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

이렇게 한 국가가 초토화되면서 그 안에 살고 있던 절망하고 소외된 민중들에게 종교는 구원이요, 정치적인 삶으로 변해갔으며, 미국에 대한 증오심 또한 강해져만 갔다. 1990년 이전까지 미국은 사담 후세인을 물심양면 도와주며 그가 쿠르드 족을 대량 학살했을 때도 눈감아 주었다.

하지만 결국 미국은 '정당한' 이라크전 프레임을 만들어갈 때 독재자라는 이유로 그를 요긴한 먹잇감으로 사용했다. 사담 후세인이 죽고 난 후 미국은, 종파는 비록 달랐지만 세속적이었던 시아파와 수니파의 민중들을 끊임없이 도발해 결국 서로를 죽이는 살라피스트(이슬람 근본주의 세력)를 만들어냈다.

▲ 이라크전의 허위를 폭로한 영화 <그린 존>. 첩보와 다르게 이라크 어느 곳에도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 ⓒ 그린 존


이런 미국과 서구 열강들의 분할 정책은 오래된 제국주의적 전략이다. 1999년 CIA가 지원했던 코소보 해방군이 민간인을 공격하게끔 만들고, 분노한 세르비아의 도발을 유도해 전세계적으로 세르비아를 공격할 빌미를 만들었던 것, 2011년 리비아의 카다피 독재정권을 무너뜨린다며 미국, 프랑스 등의 서구 열강들이 리비아를 공습한 것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더불어 미국은 전리품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라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석유 매장량이 많은 국가이고, 유전에 접근하기도 쉬워 채굴비용도 훨씬 적다. 석유를 차지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와 벌이는 패권싸움에서도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음은 자명하다.

중동의 '암 덩어리'는 누가 만들어낸 것인가

2011년 이라크에서 철수한 미국이 지금 왜 또 다시 이라크와 시리아를 공격하는 걸까? 유전을 이라크 시아파 혹은 그 누구의 손으로도 넘겨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크다. 이라크가 전쟁의 후유증에서 벗어날 때 즈음, 석유통제권을 요구한다면 미국으로서는 공들여 만들어 놓은 먹잇감을 놓치는 결과를 만드는 셈이다.

그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두들겨 패는 것, 그래서 민족/종파 간 갈등을 계속 만들어 결국 미국에 의존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중동을 계속 흔들어 손아귀에 넣으려는 이유이다. IS를 척결한다며 공습에 나선 미국이지만 결국 미국은 IS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오바마는 조지 H. W. 부시(1980년), 빌 클린턴(1998년), 조지 W. 부시(2003년)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로 이라크를 공습한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취임 당시 전임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어리석은 전쟁이라 평하고 이라크전의 종식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오바마 대통령은, 8월 8일(현지시간) 이라크 북부 공습을 승인하고, 9월 10일 시리아까지 공습을 확대한 데 이어, 22일 시리아 내 IS 척결을 목표로 대대적인 공습 명령을 다시금 내렸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카타르와 같은 대표적인 친미국가들이 미국의 공습에 가담하면서, 미국이 수없이 중동을 침략했을 때처럼 이번에도 '정당한' 공격으로 포장하여 전 세계 미디어에 선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번 공습으로 민간인 피해가 파악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우리는 지나간 역사 속에서 이번 공습 또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측할 수 있다. 전쟁과 점령은 비단 희생자와 부상자의 숫자로만 남지 않는다. 사회적 기반 시설들을 파괴해 인간의 기본적 존엄성조차 지키지 못하게 만들고,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시궁창으로 밀어넣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트라우마를 만든다.

오바마 대통령이 죽음의 네트워크이자 암 덩어리라고 칭한 IS는 결국 누가 만들어낸 것인지, 이러한 공습이 또 얼마나 많은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를 낳을 것일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냐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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