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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억원에 한국가스공사 '대변인' 자처한 인천시?

LNG 생산기지 증설 논란... 경실련·YMCA, "취소소송으로 대응"

등록|2014.09.29 15:43 수정|2014.09.29 15:45
인천시가 지난 8월 27일 '인천LNG생산기지 4지구 건설 사업을 위한 개발행위(토지형질변경) 허가 안'을 통과시킨 후, 위험시설과 기피시설의 인천 집중화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다.

인천에는 LNG생산기지 외에도 화력발전소,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등 숱한 위험시설과 기피시설이 들어서 있다. 정부는 수도권 에너지 수급과 쓰레기 처리를 위해 LNG생산기지와 화력발전소를 증설할 계획이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의 경우 사용기간을 연장하려고 한다.

하지만 인천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인천시민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인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인천와이엠시에이(YMCA)는 24일 오후 인천와이엠시에이회관에서 1차로 인천LNG생산기지 증설 논란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앞서 인천시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 8월 27일 기존 안전성 평가 용역 결과보다 강화된 안전기준 적용,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른 LNG생산기지 주변지역에 대한 충분한 보상 지원, 지역주민 의견수렴 등을 조건으로 형질 변경안을 가결했다.

인천LNG인수기지 4지구 건설 사업은 연수구 송도동 348번지 일원 부지 25만 5353.4㎡에 20만㎘ 규모의 LNG저장탱크 3기와 기화송출설비, 변전소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정부와 한국가스공사는 1992년 인천LNG생산기지를 건설할 때 10만㎘ 규모의 LNG저장탱크 3기만을 건설하기로 약속했지만, 현재 10만㎘급 탱크 10기, 14만㎘급 탱크 2기, 20만㎘급 탱크 8기가 가동 중이다.

여기에 4지구 증설사업으로 20만㎘급 저장탱크 3기가 들어서면 인천LNG생산기지의 LNG 저장 규모는 기존 288만㎘에서 348만㎘로 늘어, 세계 최대 규모의 LNG생산기지가 된다.

인천LNG인수기지정부는 수도권 에너지 수급과 쓰레기 처리를 위해 LNG생산기지와 화력발전소를 증설할 계획이고, 수도권쓰레기매립지의 경우 사용기간을 연장하려고 한다. 인천시민 대다수는 시민들의 의견 수렴 없는 정부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인천와이엠시에이(YMCA)는 23일 오후 인천와이엠시에이회관에서 인천LNG생산기지 증설 논란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 김갑봉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가스공사와 인천시는 국내 에너지 수급안정을 위해 증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고, 인천LNG생산기지 증설은 발전소 증설에 따른 사업이라는 게 드러났다.

한국가스공사 강종목 생산본부장은 "2013년 2월 제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공고했고, 4월에 11차 장기천연가스 수급계획을 공고했으며, 이에 따라 7월에 증설에 따른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람 공고를 했다"고 한 뒤 "인천에서 생산한 LNG는 인천시로 62.7% 서울경기로 37.3% 송출한다"며 인천에 필요한 시설임을 입장을 밝혔다.

인천LNG생산기지가 인천과 서울·경기에 송출하는 LNG 양은 연간(2013년 기준) 각각 881만 6000톤(62.7%)과 525만 5000톤(37.7%)이 맞지만, 인천에 송출하는 LNG의 86%는 발전소 발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인천시민이 사용하는 LNG는 123만 4240톤으로 전체 송출량의 8.8%에 불과하다. 게다가 인천에서 생산하는 전기 중 약 20%만을 인천시민이 사용한다. 그러나 한국가스공사 강종목 생산본부장은 이 같은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다.

한국가스공사가 "환경영향평가 심의결과 공람을 실시했는데 제시된 주민의견이 없었다"고 말하는가 하면, 또 지난해 8월 연수구주민설명회가 주민들의 거친 항의로 무산된 것에 대해서도 "이에 따라 주민설명회 생략을 공고했고, 생략사유 등을 포함해 언론에 공고했다"고 말하면서 토론회 분위기는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인천시 에너지정책과장은 "가스사용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고, 전력난이 심화되면서 전력수급 문제 차질 발생했다. 화력발전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친환경연료가 엘엔지다"라고 말해 '인천시 대변인이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시 에너지정책과장은 "포천과 동두천에 올해 말 발전소가 준공된다"며 발전소에 LNG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증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증설사업에 대해) 시 원로회의 자문도 구했다. 시는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절차상 원로자문회의 자문 등 충분한 절차를 거쳤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가스공사는 지역주민과 소통을 위해 해외 가스 생산기지(오사카) 견학에 매년 송도주민 약 10명을 보내고, 지역주민과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계약직 모니터링 요원 1~2명을 채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인천시도시계획원회가 형질변경 조건으로 내건 기존 안전성 평가 용역 결과보다 강화된 안전기준 적용,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른 LNG생산기지 주변지역에 대한 충분한 보상 지원, 지역주민 의견수렴 등은 이날 토론회 때 진전 된 게 없었다.

주변지역에 대한 보상도 연수구에 가스 송출량(N㎥)당 0.1원씩 계산해 연간 17억여 원을, 인천시에는 건설 투자비의 1%인 56억 원을 지원해 73억 원을 지원하는 당초 입장 그대로였다.

이날 지역주민들은 보상보다 안전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한국가스공사와 인천시가 증설의 당위성만 강조하면서, 토론회 주민대표 패널은 물론 방청객까지 두 기관을 향해 고성을 지르며 거칠게 항의했다.

토론회 패널로 참석 박한준 입주자연합회장은 한국가스공사와 인천시가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들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LNG생산기지안전협의체는 기존 시설에 대한 안정성을 검토하는 것이지, 증설에 대해 가타부타 검토하는 기구가 아니다. 안전협의체에는 한국가스공사도 참여한다. 그런데 안전협의체와 협의해서 용역결과가 나왔다고 거짓말하고 있다"며 "안전협의체는 한 번도 증설에 대해 협의한 적이 없는데 백주대낮에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인천시와 도시계획위원회가 너무 무책임하다. 고작 지원금 몇 푼으로 이 문제를 덮으려 한다"며, 증설에 대한 인천시민의 대응방안으로 취소소송을 제시했다.

류 교수는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행정기관이 처분을 할 때에는 의견을 수렴하게 돼 있는데, 인천시는 의견 청취와 공청회 모두 안 했다. 이는 '복효적 행정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복효적 행정행위란 어떤 결정이 한 쪽에는 이익을, 다른 쪽에는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류 교수는 "복효적 행정행위에 해당할 경우 소송법상 소송을 인정하고 있다. 관련 판례가 많은 만큼 소송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선5기 연수구가 인천시도시계획위에 개발행위 허가 안을 제출하기 전, 연수구도시계획위는 개발행위가 아닌 도시관리계획 안건으로 검토할 것을 주문했지만, 민선5기 연수구는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연수구는 사실상 그때 빗장을 풀어준 셈이다.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 안건으로 상정되면 토지형질만 변경하면 되지만, 도시관리계획 안건으로 상정될 경우 주변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해 주변 건축물에 미치는 안전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한다.

즉, 가스공사가 개발행위 허가를 신청했을 때 연수구가 연수구도시계획위의 주문대로 인천시에 도시관리계획 안건으로 제출했으면, 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조건부로 내건 '기존 안전성 평가 용역 결과보다 강화된 안전기준'을 검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재호 연수구청장은 6.4 지방선거 당선 전까지 안전협의체 위원장을 맡았다. 누구보다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개발행위의 허가권을 갖고 있는 연수구의 결정이다.

이에 대해 인천 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지난해 10월 연수도시계획위원회에 형질변경 안건으로 올라왔을 때 도시계획시설 안건으로 상정하라고 의견을 냈다. 그런데 연수구가 이를 무시했다. 이제 연수구의 선택이 남았다. LNG증설에 대해 연수구가 최소한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형질 변경 안을 철회하고 다시 도시계획시설로 상정해야 한다"며 "이와 별도로 인천시민 공익소송인단을 구성해 취소소송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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