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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지어 피어나 더 아름답다..한강변에 핀 가을 꽃

[포토에세이] 한강의 가을

등록|2014.09.30 17:13 수정|2014.09.30 17:14
한강공원을 걸었다.

작살나무 열매보랏빛 작살나무의 열매가 다락다닥 익어가는 한강 ⓒ 김민수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욥기에 나오는 성구와 거꾸로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끝은 미약하리라" 처음 공원을 만들 때는 이런저런 식물들로 치장하며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이젠 절로 자란 풀들이 무성하고, 조성한 식물들은 한켠으로 밀려났다.

미국쑥부쟁이요즘 토종쑥부쟁이보다 훨씬 더 많이 보이는 미국쑥부쟁이 ⓒ 김민수


어딜가나 미국 쑥부쟁이 투성이다. 꽃을 미워할 까닭은 없으나 미국 쑥부쟁이를 보면서 우리네 역사가 오버랩되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처음 그 꽃을 보았을 때, "참, 예쁘다!"했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마냥 좋은 마음으로만 볼 수는 없었다. 우리 땅을 잠식해가는 존재라는 사실이 불편했던 것이다.

코스모스요즘 코스모스는 개량이 되어 한 송이에 갖가지 색깔을 품고 있다. ⓒ 김민수


코스모스. 어릴 적 만났던 코스모스는 분홍, 빨강, 하얀색이었다. 이젠 개량이 되어 한 송이에 여러 색을 품고 있다. 아스팔트가 깔리기 전, 신작로에 토지의 유실을 막기 위해 심었던 코스모스였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의 등장으로 삶의 영역이 좁아졌음에도 코스모스는 이내 씨앗을 숨기고 있다 피어나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개망초여름에 무성지게 피어나는 개망초, 가을들판에서는 미국쑥부쟁이와 헛갈린다. ⓒ 김민수


가새쑥부쟁이토종쑥부쟁이는 점점 그 세력이 약해지고 있다. 쑥부쟁이의 여러 종류 중에서 가지가 죽죽 퍼지는 가새쑥부쟁이. ⓒ 김민수


은은한 보랏빛 쑥부쟁이는 가을 들판에서 구절초와 함께 흔하게 보던 꽃이었다. 이제 '토종'이라 이름 붙은 것들이 하나둘 뒤안길로 사라진다. 토종을 지켜내는 일은 우리를 지켜내는 것과 같다. 민족주의에 빠진 생각이 아니다. 내가 숨 쉬며 발 딛고 살아가는 그곳의 기운을 온전히 담은 것은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이다.

낙상홍 붉은 열매가 아름다운 나무, 꽃은 봄날에 이파리 아래에서 수줍게 피어난다. ⓒ 김민수


봄에 꽃을 피울 때는 나뭇잎에 숨어 땅을 보고 피어나던 낙상홍은 가을이 되면 붉은 유혹의 열매를 맺고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저 붉은 빛의 유혹. 이 붉은 열매는 한겨울에도 남아 배고픈 날짐승의 먹거리가 될 것이다.

짐승들은 허기진 배를 채우는 보답으로 그들의 씨앗을 멀리 퍼뜨려 줄 것이다. 이렇게 서로 주고받는 관계를 '더불어 삶'이라고 한다. 그저 자기 본성대로 살아가며 서로에게 유익하게 작용하는 것, 그것이 자연이다.

사초과의 풀새조기인지 새인지....그 정체를 알 수가 없다. ⓒ 김민수


단풍이제 나뭇잎 하나 둘 단풍이 들어간다. ⓒ 김민수


가을의 빛은 강렬하다. 가을 햇살은 모든 존재들을 빛나게 한다. 서서히 가을이 온다. 연록의 빛에서 다시 부드러운 단풍의 빛깔을 띠는 나뭇잎과 우리네 삶은 닮았다.

수크령강아지꼬리를 닮은 수크령, 고개를 똑바로 들고 가을을 응시한다. ⓒ 김민수


무리 지어 피어난 것들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열매도 꽃도 작은 풀도 무리 지어 피어있는 계절, 모든 것이 풍성한 계절이다. 저마다 선명한 빛깔이지만, 홀로 존재하는 것보다 함께 어우러져 그들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코스모스가을이 깊을 수록 더 선명한 색으로 피어나는 코스모스 ⓒ 김민수


가을은 사계절 중 가장 축복받은 계절이다. 한강에서 만난 가을 풍경, 하나하나 그 빛깔이 진하고 아름답다. 더불어 아름답기에 더욱 더 아름답다.

덧붙이는 글 소개한 사진들은 페츠발 렌즈로 담은 사진입니다.
페츠발렌즈는 조리개를 완전 개방한 상태에서 특이한 회오리 보케를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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