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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인 청와대 수석의 무지인가, 왜곡인가

[取중眞담] 담뱃값, 지방세 인상이 '서민증세'가 아니라는 이상한 논리

등록|2014.10.01 21:56 수정|2014.10.01 22:43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9월 2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순방 성과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잠시 수면 아래에 있던 '증세'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번엔 청와대 경제수석이 나섰다. 안종범 수석은 1일 경제정책 브리핑 자리에서 "담뱃값 인상 등으로 세수가 늘어나는 것을 증세라고 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증세는 정부가 어떤 의지를 갖고 주요 소득세와 법인세, 소비세의 세율을 인상하는 것을 얘기한다"고 덧붙였다.

담뱃값 인상에 대해서도 그는 "국민건강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면서, 청소년 흡연이 높은 이유를 값싼 담뱃값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민증세가 아니라 정책적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안 수석의 이런 인식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와도 비슷하다. 최 부총리도 지난 16일 외신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증세가 아니라 국민건강 증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청소년 흡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성인 흡연률과 비슷하다는 말도 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의 동떨어진 현실 인식

하지만 최 부총리나 안 수석의 인식은 국민들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 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대로라면 국민들은 당장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더 내야한다. 대부분 서민들이다. 단순한 '세율'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내년부터 대다수 서민들이 세금을 더 내야할 판인데, 정부는 '서민증세'는 아니라고만 한다.

담뱃값 인상만 봐도 그렇다. '국민건강'을 빌미로 값을 올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담뱃값이 높다고 흡연률이 낮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이미 우리나라를 비롯해 다른 많은 나라들의 실제 경험이 그렇다.(관련기사: 담뱃값 인상이 불편한 이유 세가지)  담뱃값 인상과 흡연율과의 상관관계도 명확하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청소년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 가격을 인상한다는 것 역시 극히 단순하고 순진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현재와 같은 담배 소비와 유통구조, 광고 형태 등을 놔둔 채 가격인상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정말 '국민건강'을 생각한다면 담뱃값이 4500원이 아니라 만 원이라도 올리는게 맞다. 담배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금연운동가들은 담뱃값을 영국,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 수준인 8000원 이상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담뱃값 인상폭은 2000원이었다.

담뱃값 4500원은 누가보더라도 세수 증대에 있다. 이유는 모든 계층에 걸쳐, 오랫동안 가장 많은 세금을 걷을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이 내놓은 결과치다. 연구원이 올 6월에 작성한 '담배과세의 효과와 재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그대로 나와 있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에서 세수를 최대로 달성할 수 있는 값이 4500원이었다.(아래 그림 참조)

▲ 담배 가격대별 총 세수입 전망(단위, 조원) ⓒ 조세재정연구원


▲ 담뱃값과 세율 등 시나리오별 세수입 전망(단위,조원) ⓒ 조세재정연구원


'서민증세'가 아니라는 안 수석의 말도 마찬가지다. 담뱃값이나 주민세 등의 인상이 서민과 무관하다는 말은 아닐 것으로 믿는다. 그는 경제학자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담뱃값에 들어가는 세금이 전형적인 간접세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재벌 총수나 거리의 노숙자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돈을 물게 돼 있다. 개인별로 같은 세금을 내는 주민세도 마찬가지다. 다수의 계층을 차지하고 있는 서민중산층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사실이다.

'두 개의 곡선'... 경제학자적 양심도 없는가

그럼에도 청와대와 정부는 "서민증세는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작 이말이 맞다면 안 수석 말대로 고소득자나 대기업 등에 매기는 세금의 세율부터 크게 올려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부터 이미 깎아준 법인세 등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정부는 그럴 계획도 없다고 했다. 오히려 줄어든 재정수입을 다수의 서민, 중산층이 내는 간접세를 우회적으로 올리는 꼼수를 쓰고 있다. 이번 담뱃값 인상 내용 중에 국세인 개별소비세를 새롭게 만들어 끼워 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복지국가를 만들겠다고 했다. 복지를 위해선 증세도 필요하다. 많은 국민들도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소통과 투명한 절차다. 담뱃세와 주민세 등 지방세 인상과정에서 형식적이라도(그래선 안되지만)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았다.

국민적 동의를 얻어서 추진해도 쉽지 않은 증세 문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래선 복지든, 경제살리기든, 국민화합이든,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그동안 세계 역사에서 세금을 둘러싼 국민들의 저항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생각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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