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영진위 공정환경 협약, 제작·배급사들 반발

[현장] 영화계 상생 목적으로 1일 체결했으나...제작가·배급사협회 거부

등록|2014.10.02 12:15 수정|2014.10.02 14:52

▲ 1일 명동에서 열린 영화상영 및 배급시장 공정환경 조성을 위한 협약식. ⓒ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휘)가 의욕적으로 주도한 '공정 환경 조성 협약'에 영화계의 합의가 제대로 모아지지 않으면서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일부 영화단체들이 '대기업 투자 배급사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만의 합의'라고 반발하면서 영화산업의 상생을 목적으로 한 협약에 논란이 이는 모양새다.

영진위는 1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소재 동보성에서 영화 관련 단체, 영화 상영 및 배급관련 주요 기업 및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상영 및 배급시장 공정 환경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동 문화융성위원회, 한국상영관협회, 한국영화배급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와  CJ CGV, 롯데시네마·롯데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 CJ E&M 영화사업부문, 쇼박스, NEW 등 대형 배급사,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안병호 위원장),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이춘연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날 체결된 협약은 ▲영화상영관의 영화 스크린 수 배정 기준 공개 ▲영화가 개봉하는 주의 월요일에 예매 개시, 해당 정보 영진위 통합전산망 전송 ▲영화상영계약시 표준계약서 사용 ▲디지털 영화상영시 (주)디시네마오브코리아에 지급하던 디지털 영사 비용(Virtual Print Fee, VPF)의 2016년 1월 기점 종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 영화 제작사에 제작비를 투자하면서 일부 영화 투자사가 관행적으로 받아온 금융비용을 폐지하고, 국내 3대 영화상영관사업자인 메가박스가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체결된 '한국영화 동반성장 이행협약 및 부속합의' 이행에 동참하기로 한 것 등이다.

아울러 이번 협약에 참여한 주요 기업들은 상영계약 시 영화 상영 표준계약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영진위는 이날 ▲최소 7일 상영보장 및 교차상영·무료입장 금지(계약하더라도 최대 한도 5% 설정) ▲목요일 개봉 기준으로 최소 개봉 3일전인 월요일 예매 개시 ▲정산지연에 따른 손해금 지급 시 이자 10% 가산 ▲상영자 협력 의무에 입장권 할인 내역 명시 등이 새로운 표준계약서를 발표했다.

영진위는 "이번 협의를 통해 마련된 영화 상영 및 배급 분야 시장 투명성과 경쟁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보다 강화된 다양한 조치들은 향후 협약 체결 주체들의 자발적이고 철저한 이행을 통해 한국영화산업의 질적인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영화계 전체 의견 경청하고 소통하길"

그러나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한국영화배급사협회 등은 이번 협약이 영화계 전반에 걸친 합의가 아닌 메이저 배급사와 극장들 간의 합의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배급사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기업 계열 투자 배급사의 수직계열화, 스크린 독과점 자사계열사와 영화 밀어주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한 거래환경 조성에 대한 문제는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영화계에 심각한 화두인데, 피해 당사자인 중 소규모의 배급사들의 의견은 무시됐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어 "대기업 투자 배급사와 멀티플렉스 극장체인이 서로 합의한 내용이 과연 영화 상영시장 공정 환경 조성을 위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밝혔다.

배급사 협회는 또 "그들 간에 합의한 표준상영계약서는 현행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이 시행하고 있는 표준상영계약서로 한국영화와 외국영화의 동일한 부율 조정, 위탁 체인 사이트의 영화 부금회수보장, 무료입장권 발매 금지 등의 의견 자체가 무시됐다"고 항의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역시 이번 협약이 제작사, 중소 배급사가 참여하여 함께 작성된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디지털 영사기 사용료(이하 VPF) 징수를 2016년 1월까지 징수하기로 합의한다'는 내용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기업 극장들이 영사기 사용료를 받는 VPF의 경우, 극장의 필수 시설인 영사기 사용료를 받는 것은 문제라며 제작사들과 CGV와 롯데시네마가 합작하여 만든 디시네마오브코리아와 업계 간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제작가협회는 대기업 수직 독과점으로 인한 불공정행위의 가장 큰 폐해로 VPF 문제와 무분별한 초대권 남발을 지목하고 있다.

제작가협회는 성명을 통해 "이를 묵인하는 조항들이 포함된 표준상영계약서와 합의문을 선포하는 것은 공정 환경 조성에 역행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영화계에 산재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업계 내 이해당사간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문화부와 영진위는 영화계 전체의 의견을 고루 경청하고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영화 상영 시장의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도록 진정성을 보여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협약 초안을 7월 말에 다 전달했고, 사전 이해를 구했지만 제작가협회가 대화를 안 했다"며 "소통을 안 한 곳은 제작가협회 쪽"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VPF 소송은 이번 협약과 아무 관련이 없고 변호사 자문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질적 문제 중의 하나인 임금체불 방지 등을 위해 스태프 임금은 별도 계좌를 통해 관리하고자 했지만 제협이 반대했다"며 "배급사협회는 부율 문제도 언급하던데 정부가 간섭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표준계약서의 경우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뀔 수도 있다"면서 "반발하는 단체들과는 계속 대화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