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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유일의 근대문화유산들 살펴보고 짜장면도 먹고

인천시 중구, 한중문화관과 짜장면박물관

등록|2014.10.02 19:00 수정|2014.10.02 19:00
인천아시안게임 개최로 인천 곳곳을 찾는 외국인의 발걸음이 늘었다. 특히 중구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은 중국인뿐만 아니라 아시안게임을 보러온 방문객의 발길로 활기를 띄고 있다. 지난 9월 24일 박창준 한중문화관 관장을 만났다. 가을비가 내리던 오전에도 한중문화관 야외시설은 중국인 관광객들과 유치원생들의 집단관람으로 시끌벅적했다.

한·중 문화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곳

▲ 한중문화관. ⓒ 김영숙


자유공원 아래에 위치한 인천 중구청 일대에는 1883년 제물포항이 개항되면서 국내 최초의 도시계획으로 일본·청나라 등 여러 나라의 조계지가 세워졌다. 이로 인해 서구의 다양한 근대건축물과 최초·최고·유일의 근대문화유산이 조성됐다. 또한 현존하는 근대건축물을 활용해 다양한 박물관을 열었다.

1884년 청나라 조계지였던 지금의 차이나타운과 중국 도시 12개의 협조로 문화 특강과 복합문화예술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한중문화관,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짜장면의 발원지이자 국내 유일의 중국식 회관 건축물인 공화춘을 활용한 짜장면박물관은 인천시민뿐만 아니라 수도권 또는 다른 지역에 사는 관광객들에게도 매력적인 곳이다.

"한중문화관은 인천차이나타운의 역사성과 장소성에 기반을 두고 있어, 한·중 문화를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인천차이나타운은 1883년 인천 개항 이후 1884년 청국 조계지 설치와 1900년대 중국 상권이 활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조성됐다. 산둥반도에서 배가 운항되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북성동·선린동 일대를 중심으로 화교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청관거리에는 중국 식당과 무역상들이 자리 잡아 인천 최대의 상권으로 이름을 떨치면서 '작은 중국'으로 발전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층 더 발전했고, 2010년 중구청 일대가 문화지구로 지정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한중문화관은 인천차이나타운의 활성화를 위해 2005년 4월 16일 개관했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주말 상설 공연과 한국인을 위한 중국어교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실, 다양한 기획전시 등을 하고 있다. 건물 1층부터 4층까지 각각 기획전시실, 한중문화전시관, 우호도시홍보관, 공연장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생동감 있는 체험학습으로 머리에 쏙쏙

▲ 짜장면 박물관. ⓒ 김영숙


한중문화관에서는 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체험학습도 진행한다. 올해 4월부터 12월까지는 개항장마을문화체험교실과 중국어문화체험교실을 운영한다. 개항장마을문화체험교실은 제물포항이 개항된 이후 130년 동안 근대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인천 개항장 주변 건물을 직접 다니면서 근대 역사와 문화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제공한다.

"박물관에 가서 듣는 수업은 딱딱할 수 있잖아요. 흥미 있고 본인이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하다가 개항장마을문화체험이라는 이름으로 100명을 모집했어요. 인천시교육청 소속 국사 선생님이 담임을 맡아 50명씩 2개 반을 운영합니다. 보조강사는 인하대나 인천대의 역사 관련학과 학생이 맡고요.

주요한 프로그램은 티브이(TV)에 나오는 <1박 2일>이나 <런닝맨>처럼 진행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박물관에 가서 퀴즈를 풀죠.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 이름은? 첫 글자의 숫자는?' 등의 내용으로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답을 찾고 퍼즐을 완성하면 단어 하나가 완성돼요."

더 흥미로운 것은 중구청 일대를 돌아다니며 관광객들을 상대로 '상황'극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독교 선교사인 아펜젤러의 복장을 하고 1885년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해 인천에 도착한 아펜젤러에 대해 관광객들에게 설명한다.

"박물관 안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걸 매개로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살아 숨 쉴 수 있는 프로그램인 거죠."

효과적인 문화재 관리는?

한중문화관 운영은 2010년부터 중구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에서 맡고 있다. 공단은 네 개 팀으로 구성됐는데, 그 중 하나가 문화사업팀이다. 박 관장이 팀장을 겸임하고 있다. 문화사업팀은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인천개항박물관, 한중문화관, 짜장면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박 관장은 네 개 관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구에서 관광개발팀장을 하다가 2010년에 이곳에 왔습니다. '문화재인데 공단에서 운영하는 게 맞나?' 하는 일부 우려 섞인 시선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순환 보직하는 공무원들이 문화재를 맡는 것보다 공단의 전문 인력들이 문화시설을 총괄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봐요."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도시계획'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한 박 관장은 "저는 개항장 주변의 근대도시 건축에 대한 전문가라 할 수 있고, 팀원들 또한 학예사나 그 분야의 전문가들로 채용했어요"라고 했다.

공단에서 운영하는 네 개 시설은 각각 독자적인 것이 아닌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유료화했다. 이는 입장료 수익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료입장 관람객들의 부정적인 태도를 극복해보고자 하는 방법이었다.

"작년에 관람객 55만 명이 찾아왔어요. 결코 적은 수가 아니죠. 짜장면박물관은 하루에 5000명이 온 적도 있고요. 유료라는 것에 부정적 시각도 있지만, 진짜 뭔가를 얻고자 하는 분들이 소수의 무료 관람객들의 소란으로 관람분위기를 깨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네 개 시설의 통합 발권(입장권)이 효과를 보자, 강화군에서 박물관과 전망대를 통합하기 위해 벤치마킹을 하러 오기도 했다. 군산시도 이곳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올해부터 도입했는데, 이곳만의 장점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네 개 기관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보니 가능한 측면이 있어요. 차를 타고 이동하면 쉽지 않죠. 또한 우리는 방문하는 순서가 있어요. 근대건축전시관~개항박물관~한중문화관~짜장면박물관 순으로 관람하는데, 관람객이 다른 곳을 먼저 가면 안내하시는 분들이 설명해 주시기도 하고요."

문화유산이 많은 충남 부여군에서는 이곳을 벤치마킹해 부여군시설관리공단이 문화재를 관리하고 있다.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인지, 더 지켜봐야할 터.

남녀노소 좋아하는 짜장면박물관

▲ 짜장면 박물관. ⓒ 김영숙


한·중 수교 20주년과 '중국의 날'을 맞춰 2012년 4월 28일 개관한 짜장면박물관은 네 개 기관 중 가장 인기가 많다. 차이나타운을 찾은 관광객이 다양한 중국요리를 즐긴 후 둘러보는 관광코스로 자리 잡은 것이다.

차이나타운이 형성되고 자연스럽게 중국요리집도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특히 인근 인천항에서 일하던 부두 노동자가 이곳을 자주 찾았고, 이를 계기로 좀 더 값싸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짜장면을 개발했다.

짜장면을 처음 만들어 판 곳은 공화춘이다. 중국 산동지역 출신 화교가 '산동회관'이란 이름으로 첫 영업을 시작했다. 그 후 1911년 1월 15일 청나라가 중화민국으로 바뀌면서 '아시아 최초로 공화국이 됐으니 매우 기쁜 일이고, 봄(春)이란 한 해의 시작이고, 청춘의 활기와 희망을 담자'는 뜻에서 공화춘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 후 공화춘은 차이나타운을 대표하는 중국요리집으로 호황을 누렸으나, 화교들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한 대한민국 정부의 화교정책에 밀려 1983년 폐업했다.

하루 700만 그릇이 팔린다는 짜장면의 발원지인 공화춘 건물을 중구가 2010년에 매입해 짜장면을 주제로 한 국내 최초·유일의 짜장면박물관을 건립했다.

주말을 이용한 방문객들은 인천차이나타운에서 중국음식을 먹고 월미도, 연안부두, 한중문화관, 인천개항장근대건축전시관, 인천개항박물관 등 주변 관광지와 인천개항장 테마박물관을 연계해 관람한다.

"대부분 차이나타운에 식사하러 왔다가 호기심에 짜장면박물관을 방문합니다. 방문객들에게 조계지 형성과 차이나타운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최초의 도시계획이 이뤄진 건축물을 볼 수 있는 근대건축전시관을 홍보하죠. 또한 그 당시 인천항으로 들어온 생활물품 등을 보관하고 있는 개항박물관에 들렀다 다시 짜장면박물관에 오라고 설명합니다. 호기심으로 들어왔지만, 근대역사에 대해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거죠."

민관 콘텐츠 네트워크로 연결 궁리

▲ 박창준 한중문화관 관장. ⓒ 김영숙


입소문이 나면서 관광객도 늘고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로 만족도를 더해가고 있지만, 박 관장은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많은 아이템으로 오늘도 고민 중이다.

"관에서 운영하는 박물관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갤러리와 다양한 상가들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홍예문 근처에 있는 카페는 홍예문에 대한 사진과 고서적이나 이야기들을 엮어 그 내용으로 특성화하는 거예요. 오래된 전축을 모으는 사람은 그것들을 모아 전시하고요.

이런 콘텐츠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겁니다. 관광객은 많을수록 좋잖아요. 홍보책자에 개인 박물관도 넣고, 통합 발권시스템을 갖춰 할인혜택도 주고요. 상업시설과 연계하는 법적 검토를 하고 있어요. 이 지역의 특성을 살린 지역신문을 상인들이 주체가 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덧붙이는 글 <시사인천>에 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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