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와 통하는 청소년 인권 학교인권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려는 '청소년 인권 학교' 강연과 질의 응답을 엮었다. ⓒ 철수와 영희
'인권'은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으며 사람답게 살 권리로 꼭 필요한 것이지만, 쉽게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회 각 분야에서 힘과 자본의 논리에 의해 '인권'은 실종된다. 학교 폭력이나 왕따. 노동자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장애인. 이주노동자와 고령자, 여성의 차별 등이 그 예이다.
청소년 인권학교 강의는 1강 생각과 인권(홍세화) 2강 역사와 인권(오인영) 3강 글쓰기와 인군(안수찬) 4강 철학과 인권(조광제) 5강 공부와 인권(한재훈) 6강 실천과 인권(오창익) 등 여섯 편의 강의와 조효제 교수가 번역한 '세계인권선언'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
모두 인권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강의지만 특별히 '역사와 인권' 강의를 주목하게 된다.
기억하지 않아서 벌어진 사고가 세월호 참사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가 기억하지 못했던 역사가 가져온 결과를 우리는 눈 앞에서 보고 있다. 세월호 단식장에 나타나 폭식 퍼포먼스를 벌인 일베, '노란 리본'을 모두 떼어내고 광화문 광장 세월호 농성장을 철거 하겠다고 공공연히 기자회견을 한 뒤 재건을 선언한 '서북청년단' 걸핏하면 종북빨갱이 딱지를 붙이고 개인의 사적 대화가 담긴 카카오톡을 불법 사찰이 그것이다.
우리는 기억해야 할 나쁜 기억의 역사를 반성 없이 지워버리거나 숨겼다. 철저한 반성과 처벌, 잊지 않고 기억하며 다시는 부끄러운 역사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데올로기와 천박한 자본과 결탁한 권력, 친일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채 어영부영 그들이 사회 기득권으로 편입되는 것을 허용한 탓에 저질러진 부끄러운 범죄의 역사가 많다. 국가보안법 등으로 죄 없는 사람이 간첩이 되거나 내란음모 혐의로 감옥에 갇히기도 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혹사당하다가 산재를 당했지만 산재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기도 한다. 아르바이트 청소년들의 노동 조건이나 법정 임금이 무시되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은 청산되지 않은 잘못된 역사를 그대로 덮어버리고 잊어버린데 원인이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여섯 달째가 되어 간다 '이제 그만하자. 보상해주마. 추모비 세워주마. 그만 잊어버리자' 한다.. 정말 우리가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경 목격했던 304명이 눈앞에서 수장되던 그 끔찍한 광경을 말끔하게 잊어도 좋은 것일까. 많은 이들이 염려한다. 세월호를 잊으면 대한민국이 잊혀지고 끝내는 침몰한다고 말이다.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역사는 '기억과 기억의 싸움'입니다 나의 기억과 너이 거억과의 싸움이지요. 또한 역사는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기억 속에는 영광과 승리의 드라마가 있어요. 반면 부끄럽고 힘들어서 잊고 싶은 기억도 있습니다. 대개 나쁜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하지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럴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역사에서 우리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술한다면 그것은 좋은 역사일까요?
기억하기 싫은 일도 길게 보면 여러분의 삶에 훌륭한 자양분이 됩니다. 반성의 근거가 되잖아요. 전화위복이나 타산지석의 계기로 삼을 수가 있지요. 부끄럽다고 기억에서 지운 다음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보다는 괴롭더라도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기억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인영 교수의 역사와 인권 강의 중-
독일과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전쟁 범죄를 일으켰던 나라였으며 전쟁에 패배했다. 독일은 부끄러운 독일의 역사를 반성의 기회로 삼았다. 전쟁 범죄자들은 지금까지도 처벌하고 있으며 히틀러나 나치를 미화하는 책자들은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일본과 한국은 어떠한가. 일본은 자신들이 전쟁 범죄 사실을 부인하고 침략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한다. 일본군 성노예에 대한 일본의 태도와 역사 교과서 왜곡 등 많은 부분이 일본의 반성 없는 태도를 보여준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제주 4·3 살상, 백골부대 등으로 수많은 민중을 학살하고 민족 지도자 백범 김구 선생을 암살했던 안두희가 속했던 극우 세력 서북청년단이 공공연히 재건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기억하지 않는 비극적 역사의 반복이 가져온 결과다.
우리 사회가 1993년 10월 전북 부안군 위도면 위수도 부근에서 침몰된 서해훼리호(110t) 사건을 기억하고, 철저한 반면교사를 삼았더라면 어땠을까. 292명의 사망자를 낸 해상 사고는 세월호 사고와 닮은 점이 많다. 선수를 돌리는 순간 전복돼 침몰한 것. 정원 221명인 배에 362명이나 탑승시킨 점. 구명조끼조차 제대로 갖춰놓지 않은 점 등이다.
세월호 참사는 사람보다 돈과 권력을 더 중요하게 여겨 벌어진 참사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세월호 참사야말로 우리 사회가 지닌 모든 구조적인 문제점과 인권 경시풍조가 빚어낸 사건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를 잊어버린다면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의 인권과 꿈은 지켜질 수 없다. 세월호 참사는 인권을 지켜내기 위해 기억해야 할 비극의 역사며 현재다.
덧붙이는 글
청소년 인권 학교/ 홍세화.오인영.안수찬. 조광제. 한재훈. 오창익 글/ 철수와 영희/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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