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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도 그리던 런던 입성! 드디어 시작이다

고2 조카와 함께하는 2주간의 유럽여행 <2>

등록|2014.10.08 10:44 수정|2014.10.08 10:45

템즈강을 품은 런던착륙전 상공에서 조카가 찍은 런던의 모습. ⓒ 우현미


[# 2014년 8월 18일 오후 6시 20분]

징그러운 12시간을 버티고 살아서 영국 땅을 밟았다. 10시간 이상의 비행은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너무 힘들고 싫다. 그래도 여행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돌아가면 그깟 12시간 생각도 안 나지…. 왜 아기엄마들이 둘째 나올 때 첫째 낳던 고통이 생각나지 않아서 또 낳는다더니 같은 이유 일라나? (여행을 너무 고귀한 예로 들었나 보다… 큭!)

아무튼 갓난애들의 돌림 송을 10시간이나 듣다가 나도 같이 돌(?) 뻔했지만, 그래도 중간에 비행기를 세우지 않고 스스로 잘 다독이며 목적지까지 도착했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라오스 방비엥까지 23시간도 버틴 난데 머….

영국의 입국심사가 까다롭기로 소문이 나 있다 하여 조금 염려하였으나, 정말 별거 없었다. 조카와 같이 심사를 받는데 내성적인 성격인 조카가 나름의 준비를 했는지 제법 제대로 대답한다. 나는 그저 그런 조카를 흐뭇하게 바라 볼뿐.

입국 심사를 무사히 마치고 나오니 조카가 슬쩍 미소를 짓는다.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런던 지하철에서본격적으로 런던 문화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상기된 표정의 진혁. ⓒ 우현미


이제 지하철을 타고 미리 예약해둔 한인 게스트 하우스로 가야 한다. 역으로 내려가니 사람들이 꽤 북적거리는 것이 본격적으로 런던으로 들어서는 기분이다.

우선 지하철 토큰은 당일 쓸 것만 한 장 사는 게 아니라 일주일 동안 머물 것을 생각하여 이레 동안 거의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7days free ticket, 일명 '오이스터' 카드를 끊었다. 카드는 창구 옆에 마련되어 있는 자판기에서도 살 수 있지만, 우린 직원과 조금이라도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창구로 간다.

1인에 30파운드(1파운드= 당시 환율 1780원)인데 보증금으로 5파운드를 더 내서 35파운드(한화 약 6만2000원). 마지막 날 이 카드를 반납하면 보증금 5파운드와 다 쓰지 못한 금액을 돌려준다니, 초기투자비가 비싸긴 하나, 아주 융통성 있는 카드로다!

영국 지하철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아주 잘 만들어 논 듯하다. 우리 숙소는 히스로(Heathrow) 공항에서 남색 라인을 타고 가서 하늘색 빅토리아 라인으로 갈아타서 세 정거장을 더 가 복스홀 역에서 내려야 한다. 총 약 20 정거장이 좀 넘는데, 시간은 대략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 영국의 심플한 간판 디자인 ⓒ 우현미


지하철에서 내리는 것까진 완벽했는데, 역에서부터 게스트하우스 찾기가 쉽지 않다. 지도는 따로 가져오지 않았고, 휴대폰은 와이파이로만 쓸 요량이었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정보검색을 하긴 어려웠다. 조카와 조금 헤매다 결국 숙소에 전화를 걸으니, 사모님이 바로 나와 주신다. 숙소 바로 코앞에 있었지만, 어떠한 간판도 따로 있지 않아서 알아볼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이었으면 'OO게스트하우스' 대문짝만 한 간판이 걸려 있었을 텐데, 영국에선 간판이란 자체를 보기가 어렵다. 건물 자체가 너무나 멋진 클래식 분위기에 간판이라고는 지번만 나타내는 간단한 번호판 정도뿐이기 때문에 모든 건물이 참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영국의 간판문화건물 재료와 주위 미관을 해치지 않는 깔끔한 싸인. ⓒ 우현미


이곳에 오기 바로 전에 도시간판조성사업 디자인제안서 작업에 참여하고 왔는데, 먼저 이곳을 본 뒤에 작업했더라면 훨씬 큰 도움을 받았을 텐데… 아쉽다. 우리나라도 조금씩 거리조성이 깔끔하게 바뀌어 가는 추세라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극히 일부분만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차차! 지금 일하러 온 것이 아닌데….

무사히 숙소에 도착하니 조카 진혁인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듯하다. 그런 진혁을 보고 욕심 많은 이모는 한 가지 제안을 해본다. 진혁은 여행과 동시에 개학을 했으니 2주 이상의 시간을 빼기는 무리이고, 욕심 많은 이모는 2주로는 성에 차지 않아 한 달 무급휴가를 받아놓은 상태라 추석 전까진 일주일이 더 남아 있는데, 이대로 2주만 보고 돌아가자니 '꽁'으로 얻은 비행기 값이 너무 아까워 잠이 안 올 지경이었다.

돌아가는 비행기 역시 국내 직항으로 중간에 다른 길로 샐 문제가 없어서 2주 후에 혼자 돌아가고, 이모는 독일로 따로 넘어가는 게 어떻겠냐고 묻자 별문제 아니라는 듯이 조카가 대답한다.

"네! 머 가능할 것 같아요… 근데 인천에 도착하면 깨워주죠??"

크큭 귀여운 녀석~~~

런던에 와서 많은 것을 한 것도 아닌데 진혁인 벌써 자신감 충만이다! 이참에 이모는 못 잔 잠이나 실컷 잘 테니 같은 방 쓰는 형들에게 좋은 정보 많이 알아두어 내일부터 모든 일정을 짜보라 하니 신나 한다. 내일부터 본격 여행이다.

'이모는 이래저래 편해도 될랑가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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