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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같은 모범납세자, 세금탈루 부추긴다"

[국감-기재위] 모범납세자들 각종 혜택받으면서 탈세... 세금추징 연간 1000억 원

등록|2014.10.08 18:42 수정|2014.10.08 19:10

국정감사에 출석한 임환수 국세청장임환수 국세청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세청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송씨와 같은 연예인을 매년 모범납세자로 선정해주고, 세무조사 유예하고 각종 혜택을 주면서 국세청은 '홍보대사'로 각종 행사에 동원해왔다. 이런 국세청의 홍보욕심이 '모범납세자 탈세'라는 아이러니를 만든 것 아니에요?"

8일 오전 국회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장. 김영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임환수 국세청장 등을 상대로 다그쳤다. 김 의원은 이날 국세청에 의해 모범납세자로 표창받은 사람들이 탈세와 함께 매년 1000억 원 가량씩 세금을 추징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범납세자제도는 세금을 성실하게 낸 개인과 기업 등을 상대로 국세청이 매년 선정한다. 이들에게는 3년간 세무조사가 유예되는 것을 비롯해 공항출입국 우대, 철도요금 할인, 시중은행에서의 대출금리 우대 등 각종 혜택을 받는다. 특히 최근 유명 탤런트인 송혜교씨가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후 25억 원이 넘는 세금을 탈루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모범납세자 제도에 대한 비판도 높았다.

이날 국세청 국감에 나선 여야의원들은 모범납세자 제도가 오히려 탈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이날 공개한 '모범납세자 세무조사 현황' 자료를 보면, 2009년과 2010년 선정된 모범납세자는 각각 549명, 546명이었다.

세무조사 유예, 금리우대 등 각종 혜택받는 모범납세자들의 두 얼굴

모범납세자 제도 지적하는 김영록 의원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세청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세청에 의해 모범납세자로 표창받은 사람들이 탈세와 함께 매년 1000억 원 가량씩 세금을 추징당하고 있다며 지적하고 있다. ⓒ 유성호


박범계 '연예인 모범납세자 제도 홍보 수단 아니냐'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세청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연예인 모범납세자 제도에 대해 "연예인들이 진짜 모범납세자이기 때문에 임명하는 것 보다는 국세청이 세무행정에 대한 홍보 수단으로, 홍보 도우미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질책하고 있다. ⓒ 유성호


하지만 이들 가운데 탈세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은 사람이 2009년에 22명, 2010년에 27명이었다. 이들은 결국 925억 원(2009년)과 947억 원(2010년)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또 2011년에는 526명의 모범납세자 가운데 14명이 797억 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2012년의 경우 570명의 모범납세자 가운데 8명, 지난해에는 569명 가운데 2명이 탈세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들도 각각 295억 원과 34억 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2012년과 2013년의 세무조사 건수와 추징세액이 적은 이유는 3년간 세무조사 유예 혜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영록 의원은 "2012년 선정된 사람들은 아직 우대혜택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미 8건이나 탈세 혐의가 나왔다"면서 "기획재정부 장관상을 받은 영화배우 송씨는 세무조사와 수십억 원을 추징당하고도 표창이 박탈되지 않았다"고 따졌다.

같은당 박범계 의원은 "국세청은 (모범납세자의 경우) 내부 3단계 공적심의회를 통한 엄정한 심사를 거친다고 한다"면서 "하지만 실제로는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무서에서 실무자들의 추천과 후보자들이 낸 증빙서류만을 가지고 선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모범납세자의 선정기준을 보다 객관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세무조사 유예 등 각종 혜택에 대해서도 폐지되거나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재철 의원(새누리당)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송씨처럼 모범납세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3년동안 탈세를 저지르는 사례가 빈번하다"면서 "국세청 차원에서 선정기준 강화 등 제도적 개선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답변에 나선 임환수 청장는 곤혹스러워했다. 임 청장은 "모범납세자제도의 좋은 취지가 퇴색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향후 선정기준을 강화하고, 탈세 등이 적발될 경우 자격을 취소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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