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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마을에서 만든 토마토김, 먹어보실래요?

[인터뷰] '발상의 전환'으로 토마토김 만든 홍호기씨

등록|2014.10.12 16:30 수정|2014.10.12 16:30

▲ 산골마을에서 해산물 '김'을 생산했다. 유해 화합 첨가물 대신 토마토 가루를 넣은 무공해 청정 '토마토김'이다. ⓒ 쇼핑몰 삿갓유통


"발상의 전환."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광덕리에서 '토마토 김'이란 신상품을 개발해 선보인 홍호기(40)씨의 말이다. 할아버지가 논농사를 짓고, 밭에 콩과 팥을 심었으니 아버지 세대도 그대로 따라한 게 지금 우리 농민들의 현주소다. 그러나 홍씨의 생각은 좀 달랐다. 농업도 다변화하는 현대적 추세에 맞춰 스스로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계 7대 불가사의 겨울축제로 알려진 화천 산천어축제. 많은 사람들은 화천에 산천어가 사는 줄 안다. 그러나 산천어는 화천의 어느 계곡에도 살지 않는다. 산천어는 바다와 인접한 하천인 동해안 쪽의 고성, 양양, 삼척 등 1급수 계곡에만 서식하는 회귀성 어종이다. 따라서 화천댐을 비롯해 춘천댐, 의암댐, 팔당댐으로 가로막힌 화천엔 산천어가 살 수 없다. 이 축제는 이를 매개로 화천을 전국 최고의 청정지역임을 상징화 하는데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또 많은 사람들은 경북 안동에서 고등어가 많이 잡히는 줄 안다.'안동 간 고등어'라는 브랜드 때문이다. 내륙지방인 안동에서 고등어가 잡힐 리 없다. 유래는 이렇다. 도보가 유일한 교통수단이던 옛날, 동해안 지역에서 잡은 고등어를 안동장(場)까지 가져오면 늘 상하곤 했다. 그래서 상인들은 상하기 일보직전 중간지점 쯤에서 고등어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을 한줌 넣었는데, 이것이 안동 간고등어가 탄생한 배경이란다. 그것을 간고등어란 이름의 브랜드를 만들고 앞에 지명을 붙였다. 맛의 차별화를 통해 국내는 물론 일본, 미국, 남미 등지의 수출로 세계화를 이루어 냈다.

홍호기씨가 개발한 '토마토 김'또한 생뚱맞긴 마찬가지다. 38선 이북지역인 화천에는 산이 유독 많다. 전체면적(909㎢)은 서울의 1.5배 정도의 크기라지만, 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86%에 이른다. 이런 산골에서 홍씨는 김 생산을 구상했다.

천연 암반수로 재배한 토마토 넣은 김

▲ 홍호기 씨가 생산한 토마토 김. 쇼핑몰외 수출계약도 이어졌다 ⓒ 신광태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광덕리 마을은 토마토로 유명하다. 매년 열리는 토마토축제도 이 마을을 배경으로 열린다. 광덕리는 홍씨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의 부모님은 오랫동안 그 곳에서 토마토 농사를 지어왔다.

4년 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홍씨는 자녀들의 아토피 치료를 위해 귀농했다. 부모님과 토마토 농사도 짓고 그것을 이용해 아이들을 위한 식탁을 구상하던 중에 생각해낸 것이 토마토 김이란다. 최근 쇼핑몰을 비롯해 수출계약 주문이 들어 올 정도로 성황이다. 홍호기씨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 기사를 쓰기 위해 일부러 토마토 김을 사서 먹어봤는데, 고소하고 짠맛이 없다고 느꼈다. 토마토김 소개 좀 부탁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토마토김은 맛있다. 일반 김과 달리 짠맛이 없다. 이곳 마을 준고랭지에서 생산한 청정 토마토와 바닷가 특유의 신선한 김이 어우러진 단백한 맛이다. 서해안에서 최고급 김을 들여와 일반 김에 들어가는 소금양의 반만 넣고, 그 50%를 토마토 가루로 대체하는 방법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짠맛이 강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말 그대로 바다 해산물과 산골 토마토와의 만남이다. 그렇다보니 소비자들은 '신선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 놓는다. 한 번 구입한 사람들은 또 찾게 되는 이유다." 

- 토마토 김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토마토 향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토마토 특유의 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완숙된 토마토를 건조해 가루로 만들어 사용하면 과실 특유의 당김맛이 농축되는데 이를 분쇄해 김을 구을 때 첨가하면 김 원래의 깔끔함과 감칠맛이 살아난다."   

- 쇼핑몰에도 올려 진다고 들었다. 또 수출계약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조만간 국내 유명 쇼핑몰에도 나갈 거다. 수출은 먼저 동남아 등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수출 가능성을 왜 높게 보냐면 한국이나 화천 산천어축제를 찾는 동남아 관광객들 중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식품이 '한국산 김'이기 때문이다. 염분을 50% 감량하고 토마토 가루로 대체했기 때문에 수출 쪽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 기사 주인공 홍호기 씨. 토마토김과 생산시설을 공개했다. ⓒ 화천군 농업기술센터 오가은 주무관


- 토마토김을 만드는데 필요한 들기름도 지역에서 생산하는 들깨를 사용한다고 알고 있다.
"사실 생산비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는 중국산 들기름을 쓰는 거다. 생산 단가가 줄어든다. 그러나 그것은 '무공해 청정 김'이라는 소비자들의 믿음을 깨는 일이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지역에서 생산한 들깨로 기름을 짠다. 딱 그 기간 동안 사용할 양만 만든다. 결국 김 본래의 비릿한 맛까지 잡아낼 수 있더라. 또 지역에서 생산되는 들깨를 사용하기 때문에 농가도 고정적인 납품이 가능해지면서 들깨를 계획적으로 심는 농가도 생겨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 토마토 김을 만드는 데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나.
"토마토 김은 일단 짠맛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 간식으로도 좋다. 밥반찬이나 술안주로도 최고다. (포장지에도 표기 했지만)포화지방, 트랜스지방, 콜레스테롤이 0%이다. 토마토에 의한 맛은 아니라고 본다. 토마토는 김 고유의 신선한 맛을 거들뿐이다. (기존 국내산 김처럼)소금과 기름으로 김 특유의 맛을 덮어씌우지 않았다. 토마토 가루와 지역에서 생산한 들기름 외에 어떤 화학 첨가물도 넣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내 가족이 먹는다'라는 정성과'어떤 김을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열쇠다. 몇 년 전 김 굽는 것을 배우기 위해 모 김공장에 들렀을 때 자욱한 연기와 기계에 들러붙은 김, 기름때를 보고 경악을 했었다. 내가 공장시설 전부를 개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별도의 김 생산용 토마토도 재배한다고 들었다.
"1000평 남짓 토마토 농사를 짓는데, 농법이 좀 특이하다. 지하 200m 깊이에서 끌어 올린 천연 암반수를 사용한 친환경 수경재배농법이다. 처음엔 '이 물을 생수로 팔까' 생각했을 정도로 물맛이 좋다. 토마토는 97%가 물이다. 그 정도로 물이 중요하다는 거다. 무농약 인증도 받았다."

- 발상의 전환을 말했다. 농민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젠 농민들도 과거처럼 논농사나 짓고 팥이나 콩 등의 재래식 농법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 다시 말해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건데, 다소 엉뚱한 생각이 성공을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신광태 시민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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