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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혁명, CEO형 리더십" 교사들에게 박정희 찬양 연수

교육부 산하기관 한중연, 초중등 역사교사 대상 해괴한 '정치' 강연

등록|2014.10.12 20:47 수정|2014.10.13 00:14

▲ 김용직 성신여대 교수의 강의 자료집. ⓒ 한중연


교육부 산하 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이 초중등 교사들을 불러 역사 연수를 진행하면서 교과서와 달리 5·16을 "군사혁명"으로 지칭하고, 박정희 리더십을 "CEO형 리더십"이라고 찬양하는 강의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강의를 들은 교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연수 설문지를 통해 "중도적으로 가르쳐야 할 교사들에게 편향적인 시각을 주입했다"면서 반발한 사실이 확인됐다.

유은혜 의원 "외부강사 4명 가운데 3명이 현대사학회 출신"

12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교문위) 소속 유은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7월 28일과 8월 4일 각각 각각 5일씩 진행한 초등과 중등 교사 대상 '공감 한국학' 연수실태를 분석한 결과 외부에서 초빙된 강사 4명 가운데 3명이 한국현대사학회 출신 학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뉴라이트계열의 한국현대사학회 출신 학자들 중심의 편향된 교수진 구성은 강의내용에도 그대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용직 성신여대 교수가 강사로 나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경제발전의 의미'란 제목의 강의 자료집을 살펴보니 김 교수는 "5·16과 신군부의 정치개입"을 "경성국가의 등장"이라고 완곡하게 표현한 뒤 다음처럼 설명했다.

"쿠데타 단계-군사혁명단계(군사정부)-민간정부 수립(선거)".

군인들의 쿠데타 뒤 이들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군사혁명단계'라고 설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초중고 교과서에서 5·16을 군사쿠데타로 가르치도록 한 내용과 상반된 것이다.

이어 김 교수는 강의록에서 "(군부가) 미국의 압력으로 군정을 2년으로 제한하고 선거로 민간정부 이행"이 된 사실에 대해 "근대화 이데올로기를 채택한 근대화 혁명 정부 성격"이라고 추켜세웠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박대통령 리더십은 CEO형 리더십"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의 집권을 이념이 다르다고 '민주주의의 퇴보'라고 주장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것"이라면서 "진보정치(세력)의 착각"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헌법 무시 발언, 이에 여야가 공동으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통과시킴"이라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적어놓기도 했다. 2005년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탄핵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탄핵사태와 관련 김 교수는 "사법부(헌법재판소)가 독자적인 결정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사법부가 법적 권위를 상실하고 정치권의 결정(총선)을 추수하는 결정을 했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초기에는 방어, 개혁, 소통에서 끈기 있게 시작해야 하고 집권 2기부터는 결단, 돌파,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그 결과 자유민주주의의 기틀을 강화하고 대외적 국격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강의 내용에 대해 연수를 받은 한 초등교사는 연수 설문지를 통해 "교사로서 중도에서 지도해야 하는데 연수 내용이 그렇지 못했다"면서 "군사혁명, 독재개발에 대한 정당성을 옹호하는 발언은 듣기 불편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중등교사들도 설문지에서 한중연의 연수 내용에 대해 "연수내용이 일방적이고 편향된 시각으로 편성되었다", "특정성향을 가진 강사들이 주로 근현대사를 강연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근혜 정부는 소통에서 끈기있게 시작하라?"

유은혜 의원은 "초중등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를 특정 성향의 역사인식을 주입시키려는 기회로 활용하려 한 한중연의 의도가 다분하게 드러났다"면서 "교사들을 상대로 편협한 정치의식을 주입하려고 한 자체가 교육의 정치중립성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중연 관계자는 "이번 연수에서 외부강사는 한중연 임원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한국현대사학회 관련 학자를 일부러 초빙한 것은 아니다"면서 "학자들의 강의 내용에 대해서는 사전에 조정과정을 거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 <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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