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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문제, 알고도 당하는 또 다른 세월호"

'다음카카오'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 열려... "사이버 사찰에 알몸 보였다" 규탄

등록|2014.10.13 19:35 수정|2014.10.13 19:46

▲ '카카오톡과 공권력의 사이버사찰에 항의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다음카카오' 한남동 사무실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을 사찰하는 검찰과 사법부 및 정보제공에 협조한 카카오톡을 규탄했다. 이들은 검찰이 압수수색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카톡 대화방에 함께 있었다며, "공권력 앞에 발가벗겨진 느낌'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 권우성


"샤워하는데 누가 내 알몸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상상하면 얼마나 부끄럽겠습니까? 우리의 소중한 정보와 대화내용이 공권력의 부당한 사이버 사찰에 제공된 것은 우리의 알몸을 보이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정태효 목사(목정교회)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발언 곳곳에 분노가 서렸다. 정 목사를 비롯해 '카카오톡과 공권력의 사찰에 항의하는 시민모임' 소속 회원 30여 명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다음카카오 한남동오피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카오톡' 오명... "알고도 당하는 또 다른 세월호 참사"

이들 중 상당수는 검찰이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압수수색할 때 정 부대표와 같은 카톡방에 있었던 '사찰 피해자'들이다. 앞서 정진우 부대표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통해 "5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과 대화 상대방 아이디 및 전화번호, 대화일시 등을 압수수색 당했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이로 인해 검찰의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과 사찰 논란이 불거지면서 '가카오톡'이라는 비아냥과 함께 외국계 메신저로의 사이버 망명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들은 다음카카오를 향해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등 정당한 법적 절차의 준수 여부와 검찰에 제공한 통신자료 일체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 '카카오톡과 공권력의 사이버사찰에 항의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다음카카오' 한남동 사무실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을 사찰하는 검찰과 사법부 및 정보제공에 협조한 카카오톡을 규탄했다. 이들은 검찰이 압수수색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카톡 대화방에 함께 있었다며, "공권력 앞에 발가벗겨진 느낌'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 권우성


이들은 "다음카카오는 이용자의 소중한 정보를 사이버 검열에 부당하게 제공했는지 낱낱이 밝히라"고 요구하는 현수막을 펼치고, '표현의 자유, 영혼의 자유를 짓밟지 마라'고 쓴 피켓을 들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진희씨는 "표현의 자유를 지켜주는 것이 기본임에도 권력의 힘 앞에 무릎 꿇는 것에 대해 분노한다"며 "카카오톡이라는 IT산업이 'IT사찰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비판했다.

허상수씨는 "이번 카카오톡 문제는 알고도 당하는 또 다른 세월호 참사"라며 "국민기업과 다름없는 다음카카오가 당황스럽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허씨는 "사생활은 국민의 권리"라며 "(다음카카오는) 진실규명과 재발발지 계획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외국 메신저가 정부에 대응한 사례를 들며 다음카카오의 대응행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백은종씨는 "트위터가 미국 정보기관을 고소했듯이 다음카카오가 우리 정부를 고소하고 국민에게 호소하면 국민들이 도울 것"며 "공안당국을 대하는 다음카카오의 행태가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 '카카오톡과 공권력의 사이버사찰에 항의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다음카카오' 한남동 사무실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을 사찰하는 검찰과 사법부 및 정보제공에 협조한 카카오톡을 규탄했다. 이들은 검찰이 압수수색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카톡 대화방에 함께 있었다며, "공권력 앞에 발가벗겨진 느낌'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 권우성


기자회견을 마친 시민모임 대표들은 다음카카오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고 "어떤 내용이 어떤 절차를 통해 검찰에 제공되었는지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요상 시민모임 대표는 다음카카오 관계자와 면담을 마친 후 "정진우씨와 함께 카톡방에 있던 6월 10일의 정보를 어느 정도까지 검찰에 제출했느냐고 물었다"며 "다음카카오는 검찰의 수색영장에 나오는 내용 전부를 제출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어 "당시 카톡방은 시민활동가들이 모여서 여러 가지 사회현안과 행사를 올리고 참여를 독려하는 방이었다"며 "대화의 초점은 주로 세월호와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다음카카오는 앞으로 1대1 대화는 저장을 아예 안 한다거나 단체 간에는 비밀번호를 부여해 수색영장이 있어도 제3자는 내용을 알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며 "앞으로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술적인 검토를 하고 있고 실질적으로 도입가능한지 확인하는 중"이라며 "검찰에서 어떤 자료를 요청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볼 수 없게끔 만들겠다는 게 우리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시민모임은 카카오톡이 검찰과 경찰에 제공한 정보들이 인권침해 사실로 밝혀진다면 손해배상 청구를 비롯한 법적 대응을 전개할 것을 천명했다. 이들은 사이버 사찰을 뿌리 뽑기 위한 2차 시민행동을 오는 16일 검찰청 앞에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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