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화단바닥에 꼼짝하지 않던 박새가 날아갔다

등록|2014.10.13 17:41 수정|2014.10.13 17:41
아침 기온이 꽤나 쌀쌀해진 모양이다. 지난 11일 평소보다 늦은 아침을 먹었다. 집안 곳곳에 있는 쓰레기통을 비우고 바깥으로 버리려고 나갔다.

아파트 화단에 새 한 마리가 움직임 없이 머리를 땅바닥을 향하고 가만히 있었다. '아침 기온이 갑자기 낮아져서 죽어나?, 아니면 병이라도 걸려죽었나?'라며 생각하며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꽁지가 조금 움직이는 것 같았다.새는 살아있었다. 일단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윗도리를 하나 더 걸치고 새가 있는 곳을 가 보았다. 그냥두면 죽을 것만 같았다. 두 손을 비벼서 손바닥의 열기를 만들어 살포시 두 손으로 새를 감싸고 한동안 있었다. 놀랐는지 기운을 차린건지 모르지만 새는 눈을 떴다. 나는 햇빛이 드는 나뭇가지에 새를 올려주었다.

▲ 아파트 화단 바닥에서 눈을 깜고 꼼짝하지 않고 있던 박새 ⓒ 송태원


▲ 그늘진 화단 바닥에 있던 박새를 나무가지에 올려놓았다. 힘겹게 나무가지를 잡고 있다. 다리를 펼 기운이 없는 모양이었다. ⓒ 송태원


▲ 밥풀을 가져다 주었지만 먹지 않았다. ⓒ 송태원


집으로 들어갔다가 새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사진으로 담아놓기로 마음먹고 카메라를 가지고 아파트 화단을 찾았다. 아직까지 그 곳에는 새가 있었고 한참을 손을 뻗으면 닿을 위치에서 새를 지켜보았다. 기운을 차린 그 녀석은 좀더 높은 나무가지로 몸을 옮기더니 훌쩍 날아가 버렸다.

▲ 기운을 차렸는지 두 다리를 쭉 펴고 높은 나무가지로 날아갔다. 그리고 내 쪽을 잠시 바라보다가 훌쩍 날아가 버렸다. ⓒ 송태원


만약 내가 이 새를 살렸다면 혹시나 박씨(흥부전에 나오는 박씨)를 물고 갑작스럽게 나타나지는 않을까하는 부질없는 생각에 미소지어본다. 이 새의 이름이 '박새'라는 것은 인터넷에서 한국의 텃새를 검색하여 알게 되었다.

"오늘 퇴근길에 혹시 만나면 인사라도 하자. 박씨따위는 안 가져와도 된다. 같은 동네 사는 박새야."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