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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자원외교로 22조 원 날렸다

[집중분석] 에너지 공기업 총 26조 원 투자했지만 회수 3조 원... 총체적 실패

등록|2014.10.14 17:07 수정|2014.10.14 18:01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8년 5월 29일 오후 중국 산둥성 칭다오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산둥성 진출 우리 기업인 초청 리셉션에서 자원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연합뉴스


22조 원.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에 쏟아 부은 혈세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에도 22조 원 가량을 낭비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3일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해외 자원 개발에 앞장섰던 에너지 공기업(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자원공사) 3사의 성적표를 공개했다. 이들 공기업은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총 69개 사업에 약 26조984억 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회수율은 14.06%, 즉 3조 6698억 원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전 의원은 전체 사업의 87%에 달하는 60개 사업이 '비유망자산'에 투자한 것이라고 밝혔다. 비유망자산은 이미 실패해서 철수·종료했거나 사업성이 전혀 없어서 매각조차 못하는 사업, 투자비 회수율이 10%도 안 돼 철수가 불가피한 사업을 이른다. 전 의원에 따르면, 이 같은 '비유망사업'에 투자된 금액만 18조 원에 달한다. 이들 사업 회수율은 평균 1.8%였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사업은 총체적인 실패로 귀결됐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달 19일 열린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의 '공기업 개혁 공청회' 때도 확인된 바 있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 공기업들은 2008년 이후 추진한 사업에서 모두 큰 적자를 기록했다.

새누리당은 이 공청회에서 "석유공사는 1999년 이전에 추진한 사업에서는 순수익을 거둘 것으로 평가됐으나 2008년 이후 추진 사업, 특히 M&A 사업에서는 23억1800만 달러(약 2조4628억 원)의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가스공사 역시 1999년 이전에 추진된 LNG 도입 연계사업에서는 20억100만 달러(약 2조1260억 원)의 큰 수익이 났으나 2008년 이후 추진된 가스전 개발사업에서 큰 손실을 봤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낙제점'을 면치 못한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는 오는 21,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국정감사에서 혹독한 질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석탄공사와 광물자원공사는 21일,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는 23일 국감을 앞두고 있다.

특히 급속도로 증가한 이들의 막대한 부채를 사실상 국민의 혈세로 메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큰 논란이 예상된다. 이미 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국회 차원의 청문회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2013~2014 국정감사 자료, 2014년 10월 감사원 공공기관 경영관리실태 보고 등을 참조해 이명박 정부 시기 대표적인 자원외교 실패 사례를 정리했다.

[한국석유공사] 캐나다 '날' 헐값 매각 손해만 2조5000억 원 추정

한국석유공사 '자원외교'의 대표적 실패작은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다. 석유공사는 지난 2009년 캐나다 유전개발업체 하베스트사를 인수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47%나 얹어줬다. 당시 하베스트사 이사회의 요구대로 정유 부문 자회사인 '날'까지 함께 인수했다. 총 4조4958억 원이 투입된 초대형 거래였다. 이 거래에 포함된 '날'의 매입금만 1조3439억 원이었다.

지나치게 높은 값을 쳐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베스트사는 2009년 상반기에만 2341억 원의 순손실을 냈고 1조 원의 부채를 지고 있었다. 과도한 부채에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적자 기업'을 석유공사가 덜컥 큰 돈을 내고 산 셈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지난 2011년 <2012년도 공공기관 정부지원 예산안 평가> 자료에서 "한국석유공사는 경제성 평가 결과가 상대적으로 낮은데도 불구하고 캐나다 하베스트사 M&A를 추진했다"라고 지적했다.

우려는 곧장 현실화됐다.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날은 지난 2010~2012년까지 10억 3900만 캐나다 달러, 약 9800억 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석유공사는 5년 만에 날을 헐값에 팔았다. 석유공사는 지난달 5일 '날'을 미국계 상업은행에 매각했다. 양측 합의로 세부 계약조건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각 대금 규모는 900억 원 정도에 그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즉, 석유공사의 매입가에 10분의 1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날'을 팔아버린 셈이다.

매입·매각에 따른 단순 손실액만 하더라도 1조 원에 달한다. 여기에 그동안 날이 낸 적자를 감안하면, 석유공사의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13일 "(날의) 매각대금을 최대 1000억 원으로 가정하고, 최초 인수금액과 부채를 더할 경우 매각 손실은 2조 5000억 원에 달한다"라고 추정했다.

▲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6월 26일 부산 남항에 정박해 있는 두성호에서 '취항 3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 연합뉴스


다른 해외 사업 실적 역시 초라하긴 마찬가지다. 석유공사는 2010년 영국 석유탐사업체인 '다나 페트롤리엄'을 적대적 M&A로 인수했다. '적대적 M&A' 선언 이후 35일 만에 '속전속결'로 성공했다. 인수금액은 당시 지분 100% 기준으로 약 3조4400억 원 가량이었다. 그러나 '다나 페트롤리엄'은 2012년 영국, 이집트 탐사광구에서 철수하면서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재무재표상 당기순손익만 787억9500만 원에 달했다.

석유공사가 2009년 2월 인수한 '사비야 페루'는 대표적인 '호갱' 계약이었다. 석유공사는 당시 4억5000만 달러(약 4835억7000만 원)를 들여 '사비야 페루'를 사들였다. 그러나 석유공사는 이례적으로 '인수 후 2년 간 평균 유가를 기준으로 유가가 70달러를 초과하면 추가대금을 지급한다'는 유가변동 리스크 보전 계약을 맺었다.

결국 석유공사는 인수 후 1억5000만 달러(약 1660억 원)를 추가 지급했다. 게다가 페루 당국과 세무 소송을 벌이고 있는 데다, '사비야 페루'가 인수 전 국영 석유회사와 맺은 계약 탓에 생산광구 석유처분권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무리한 해외투자로 IMF 이후 첫 적자 기록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2010년 2월 지분 50%를 사들인 캐나다 혼리버·웨스트컷뱅크 광구에서 큰 적자를 냈다. 가스공사는 총 9503억 원을 투입, 캐나다 엔카나사로부터 두 광구의 지분 50%를 확보하고 공동 운영하는 계약을 맺었다.

인수 당시 자문사인 스코티아 워터러스사는 용역보고서를 통해 웨스트컷뱅크 광구의 수익성 부재를 이유로 '일괄 매수'를 반대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러나 우려대로 두 광구의 가치는 투자 직후 본격화된 미국의 세일가스 개발로 급락하기 시작했다. 두 광구에서만 5000억 원이 넘는 평가손을 입은 것. 이로 인해 가스공사는 지난 해 IMF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가스공사는 두 광구 사업을 사실상 정리했다.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9월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 "(가스공사가 매입한) 캐나다 엔카나 사의 혼리버와 웨스트컷뱅크 광구 손실액이 이미 7112억 원에 달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가스공사가 2010년 투자한 호주 GLNG 프로젝트 역시 '빈 깡통'이었다. 가스공사는 호주 GLNG사와 2015년부터 20년 간 LNG 도입 장기계약을 맺으면서 GLNG사 지분 15%를 매입했다. 총 1조 6089억 원을 투자한 이 프로젝트 역시 미국의 세일가스 본격화로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가스공사가 지난해 오영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의 순현재가치는 투자금액 대비 약 8040억 원이나 낮다. 즉 투자금액의 절반 가까이가 공중분해된 셈이다.

'운영경비'만으로 27억 원을 날린 적도 있다. 가스공사는 2009년 6월 러시아 극동가스배관건설사업 등 극동지역 에너지 관련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주무기관인 기획재정부와 협의하지도 않은 사업이었다. 그러나 가스공사는 자본금 27억여 원을 출자해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극동가스배관건설사업 참여는 2010년 2월 협상 결렬로 무산됐다. 결국 가스공사는 지난 2월 이 법인을 청산했다.

[광물자원공사·석탄공사] 망한 회사에 2조 원 투자하고 감사원 지적도 무시

▲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국내 5개 기업으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KBC)은 지난 2011년 6월 15일(현지시간) 오후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수르주 산타 로살리아시에 있는 볼레오 동광(銅鑛)에서 캐나다 광업회사인 바하 마이닝(Baja Mining)과 플랜트(생산설비) 기공식을 갖고 구리생산을 위한 본격적인 채비에 돌입했다. ⓒ 연합뉴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멕시코 볼레오 동광개발사업 부도 사실을 숨기면서까지 총 2조 원을 투자했다. 광물자원공사는 지난 2008년 바하마이닝사에 806억 원을 들여 개발사업 지분 30%를 인수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3년 만에 착공됐고, 그로부터 1년 만에 사실상 부도를 맞았다. 사업에서 손 떼야 할 시점이 된 셈이다.

그러나 광물자원공사는 오히려 총 6164억 원을 투입, 아예 사업 지분을 90%까지 확보했다. 채권단의 빚까지 알아서 갚아줬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광물자원공사가 부담한 각종 지급보증이나 담보제공까지 포함하면 2조 원 가까이를 국민이 부담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광물자원공사가 지난 2011년 국내기업과 함께 각각 10%의 지분을 갖고 참여한 파나마 코브레 구리광산도 대표적인 '자원외교' 실패 사례다. 파나마 코브레 구리광산은 오는 2017년부터 연간 26만1000톤의 구리를 생산하게 될, 가장 큰 규모의 해외 사업이었다. 청와대는 2011년 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리카르도 알베르토 마르티넬리 파나마 대통령과 한 전화통화 내용까지 공개하며 파나마 구리광산 확보를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광물자원공사는 지난 4월 파나마 코브레 구리광산에 대한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6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비 조달을 감당해내기 힘들다는 게 매각 이유다. 그러나 광물자원공사는 지금까지 파나마 코브레 구리광산에 총 2800억 원을 투자했다. 성과 없이 후퇴하는 셈이다.

대한석탄공사는 2010년 '한몽에너지개발(주)'를 설립, 몽골 훗고르 탄광 지분 51%를 인수했다. 석탄공사는 이 광산에서 연간 100만~200만 톤의 석탄을 생산해 러시아와 중국 등으로 수출하려 했다. 지분 인수비용을 포함해 총 274억 원을 투자한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98억 원에 달하는 누적적자였다. "전면 재검토 필요성이 있다"는 감사원의 지적도 지난 해 받았다. 그러나 석탄공사는 지난 7월 이 탄광에 19억 원을 추가 투입했다.

▲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자원외교'의 초라한 성적표가 공개됐다. 에너지 공기업(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자원공사) 3사는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총 69개의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벌였다. 총 26조984억 원을 투자했으나 투자금의 85.94%를 허공에 날렸다. 즉 22조4286억 원을 손해본 셈이다. 다음은 '자원외교'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들이다.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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