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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가입이냐 신규채용이냐... 현대차 비정규직의 고민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집단가입 설명회에 회사측 신규채용 맞불

등록|2014.10.14 18:26 수정|2014.10.14 18:38

▲ 지난 13일 오후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앞에서 비정규직노조 집단가입 설명회에 참가하려던 비정규직노조 간부들이 회사측의 봉쇄로 출입하지 못하자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지난 9월 18일과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1부와 42부가 잇따라 현대차의 불법파견 인정과 그동안 밀린 정규직 임금 지불 판결을 내렸다. 그로부터 3주가 지난 현재,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 가입'이냐 회사측의 '신규채용' 응시냐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번 판결로 현대차 공장에서 일하는 1차, 2차, 3차 등 모든 공정 비정규직이 정규직 전환 대상임이 확인되면서 비조합원의 노조 가입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문의 내용 중에는 승소한 1200여 명 외 추가 소송 가능 여부를 묻는 것도 있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 울산지회(아래 비정규직노조)는 13일부터 오는 24일까지 2주간 울산공장 내 10여 개 공장을 순회하며 비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노조 집단가입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측이 설명회가 시작된 13일 돌연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신규채용 공고를 내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갈등을 겪고 있다.

설명회 가려던 비정규직 노조 간부들, 회사측이 '출입증 없다'며 봉쇄

현대차 울산1공장 비정규직노동자들을 대상으로 13일 오후 4시부터 진행된 비정규직노조의 설명회는 순탄치가 않았다.

회사측이 비정규직노조 임원·상집 등 노조간부를 "출입증이 없다"는 이유로 막아선 것이다. 때문에 이날 설명회는 출입증이 있는 노조 간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울산2공장 설명회는 오후 4시부터 울산2공장 본관 사업부 대의원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일하는 1차 공정 비정규직 노동자는 모두 5400여 명. 이중 조합원은 800여 명으로 나머지 1차 공정 4600여 명과 2차, 3차 공정 비조합원 수천 명이 노조 가입과 신규채용을 사이에 두고 기로에 섰다.

노조측이 13일부터 설명회를 시작하자 같은 날 회사측은 신규채용 공고를 냈다. 생산공장에 근무하는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그 대상이며, 오는 24일까지 원서 접수를 받은 후 서류전형, 면접·신체검사 등을 거쳐 12월 중 합격자를 발표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2년 12월부터 수시로 사내하도급 노동자를 대상으로 신규채용 공고를 내고 있다.

회사측은 "최종 합격한 인원들은 소정의 입사교육 과정을 거친 후 내년 2월 중에 각 현장에 배치된다"고 밝혔다. 언론을 통해서도 "사회적 이슈인 사내하도급 문제를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특별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경력이나 처우도 기존 정규직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측은 이번 회사의 신규채용이 집단 노조 가입을 원천봉쇄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신규채용과 조합가입을 사이에 두고 비조합원들은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그러나 회사의 신규채용은 합격과 동시에 근속 일부만 인정되는 신입사원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노조는 그 이유에 대해 "지난 8월 18일 현대차노사의 특별채용 합의 당시 부속합의 중 하나인 부제소 합의서 때문"이라며 "하지만 조합원들은 법원판결로 정규직 지위는 물론 근속을 모두 인정받았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또한 "이번 판결을 통해 임금 또한 상당부분 인정받았고 항소를 통해 모두 인정 받을 것이지만, 신규채용은 일부 호봉인정으로 모든 법적 권리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며 "빨리 정규직이 되기 위해 신규채용을 택할 수도 있지만, 회사의 선택을 가슴조리며 기다려야 하고 탈락의 아픔도 감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와 관련 2010년과 2012년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은 최병승씨는 "회사측이 일부 경력을 인정해 주면서 확인서를 받은 이유는 단 한 가지, 이후에 불법파견 문제가 다시 제기되는 것을 원천봉쇄하고, 개별 소송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양다리 걸치는 사람은 조합원 될 수 없어"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이진환 수석부지회장은 1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법원 승소 판결 이후 노조 가입이나 소송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며 "당초 설명회가 6일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1주 연기돼 13일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측은 이런 여론을 바탕으로 비정규직노조 조직을 더 확대할 예정이지만 조합원 가입 자격에는 일정한 선을 긋고 있다.

노조는 "그동안 여러 경로로 '회사와 노조에 양다리를 걸치는 사람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소송만 넣으려는 사람은 조합원으로 받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며 "또한 이번 집단 가입이 있고 나면 집단 조직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회사와 타협하지 않고 신규채용을 거부한 사람, 투쟁을 통해 온전한 정규직 전환을 쟁취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지회는 문을 열어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3일 설명회를 앞두고 회사측은 비정규직노조 간부들의 정문 출입을 봉쇄하는 한편 관리자를 동원해 비조합원 간담회가 진행된 1공장 대의원 회의실을 막았다. 이같은 영향으로 설명회에는 비조합원 26명이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진환 수석부지회장은 "그동안 멀쩡히 출입해왔던 노조 간부들이 13일 회사측의 출입통제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출입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회사는 출입증이 없다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으며 끝내 출입을 막았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1공장 비정규직노조 현장 위원과 특히 정규직 대의원들의 적극적인 엄호와 연대로 설명회는 진행됐다"며 "비록 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많은 인원들이 업체 단위로 집단가입 의사를 밝혀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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