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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자원봉사 해요"

한글날, 일본 '인간과 방재 미래센타'에서 만난 왕희주 할머니의 한글 사랑

등록|2014.10.15 11:44 수정|2014.10.15 11:44

▲ 일본 고베 지진의 역사를 설명하는 왕희주 할머니 ⓒ 신문웅


"오늘이 한글날이잖아요. 한국 사람들을 만나서 한국 말로 설명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반갑습니다. 대전에서 살다가 40년 전에 이곳 고베시로 와 살고 있는 왕희주 자원봉사자입니다."

기획취재를 위해 일본 한신· 아와지대지진 재해 기념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를 방문한 기자를 반갑게 맞아준 왕희주 할머니는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160여 명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말을 하는 한국인 자원봉사자이다.

"아이들도 다 크고 한국말을 잊어버리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이곳에 한국인 방문객들이 연수와 수학여행으로 많이 온다는 얘기를 듣고 이곳에서 한국 사람들을 만나면 한국말을 매일 쓸 수 있겠는 생각으로 자원봉사자의 길에 나섰다."

이제는 자원봉사의 길로 나선 지 6년. 한국사람과 매일 만나 한국 말을 쓸 수 있다는 행복감에 매일 도시락을 손수 싸서 방제센터에 나오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할머니도 1995년 1월 17일 오전 5시40분경 대지진을 손수 겪으면서 맞이한 공포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대지진이 나던 날 새벽 10초간의 진동으로 고베시에서 6434명의 사람이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했는데, 왕 할머니 네 가족은 다행히 가족들은 무사했으나 일본으로 건너와 땀 흘려 벌었던 재산인 집도 반파되고 귀중품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큰 피해와 공포를 느꼈다. 할머니는 대지진 이후 삶의 방식이 바뀌었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매년 이 방재센터에 수천 명이 방문한다, 올해 들어 좀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국 사람들을 만나 재난 대비에 대해 말하고 일본 대지진의 교훈을 전해주는 것이 너무나 좋다"는 왕 할머니는 대부분인 일본 자원봉사자들과 한·일 문제로 언쟁을 높이며 싸우는 경우에도 지지 않고 당당히 맞서고 있단다.

"건강할 때까지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계속하겠다"는 왕 할머니는 곧 한국에서 수학여행으로 단체 학생들이 온다는 소식에 조국의 어린 학생들에게 재난의 무서움, 재해의 극복 과정을 설명해 줄 것을 생각만해도 행복하다고 하신다.

한글날 일본에서 한글 사랑, 조국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계시는 황희주 할머니와의 특별한 만남은 영원히 남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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